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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확대 권고’ 비웃은 전력거래소…주요 위원회서 ‘사업자 전원 배제’ 추진 논란 [이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6.23 13:17

비용평가·규칙개정·계통평가 위원회에 발전사 참여 여부 논란
전력거래소 “이해관계자 배제한 전문가 위주로 구성해야”
업계 “반론권·절차적 참여권 차단...권익위도 민간사 참여 권고”
전력당국 양측 추가 의견수렴 예정...3분기 규칙개정위 논의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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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생성 이미지


국민권익위원회가 민간 발전사업자의 전력시장 핵심 위원회 참여 확대를 권고한 가운데 한국전력거래소가 오히려 한전과 발전공기업, 민간발전사를 모두 위원회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권익위 의견과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 주요 전력시장 운영 사례와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차단한 채 전문가 중심 위원회로 재편할 경우 오히려 전문성과 현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1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최근 규칙개정위원회에서 민간 발전사업자의 비용평가위원회 참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신 한전과 발전공기업을 포함한 모든 사업자 위원을 비용평가위원회와 규칙개정위원회, 계통평가위원회 등 주요 위원회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 “민간발전사 참여 확대" 의견에도 정반대 방향

이는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민간발전사 소속 임직원도 비용평가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규칙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표명한 직후 나온 대응이다.


권익위는 의결 과정에서 비용평가위원회가 전력거래대금 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민간발전사업자가 사실상 절차적 참여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용평가위원회는 발전기의 연료비와 발전원가를 평가해 전력시장 정산기준을 결정하는 기구로 발전사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규칙개정위원회는 전력시장 운영규칙을 개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시장 참여 조건과 정산제도 등 사업 환경 전반을 좌우한다. 계통평가위원회는 발전소 계통 접속과 송전제약, 출력제어 등 전력계통 운영 관련 사항을 심의하는 위원회로 발전사업자의 실제 발전량과 투자 회수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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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관련 주요 위원회


업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전력거래소의 이번 방안이 권익위 취지와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전사 “회원제 기관인데 회원 목소리는 없다"

한 민간 발전업계 관계자는 “권익위는 참여 확대를 주문했는데 거래소는 오히려 모든 사업자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사실상 권익위 판단을 우회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부패방지권익위법 제50조에 따르면 권익위의 권고나 의견표명을 받은 기관은 이를 존중해야 하며, 30일 이내에 처리 결과를 권익위에 통보해야 한다"며 “만약 권고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할 경우에는 그 사유를 명확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력거래소는 일반 행정기관과 달리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자와 판매사업자 등 회원으로 구성된 회원제 기관"이라며 “거래소 운영 재원 역시 회원들의 회비와 전력거래 수수료로 충당하도록 규정돼 있는 만큼, 회원들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절차적 참여권 보장 문제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전력거래소가 어떤 입장을 권익위에 제출할지, 권익위가 추가적인 권고나 후속 조치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는 이해관계자 참여 확대…전문성 논란도

특히 업계는 해외 주요 전력시장 운영 사례와 비교해도 거래소의 방향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전력시장 거버넌스 원칙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소수 의견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미국 최대 전력시장인 PJM은 회원위원회를 통해 발전사와 송전사, 소비자 등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한다.


일본 전력광역적운영추진기관(OCCTO) 역시 발전사업자와 송배전사업자, 소매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공동 거버넌스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회원제 기관인 한국거래소(KRX)는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증권사 대표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시장감시위원회 역시 금융투자협회 추천 위원의 참여를 법률로 보장하고 있다.


반면 전력거래소가 검토 중인 '전문가 중심 위원회' 체계는 오히려 현장의 목소리를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민간발전사들은 2022년부터 비용평가위원회 개선을 요구해 왔으며, 비용평가위원회가 발전비용 평가와 정산단가 결정 등 사업자의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도 민간사업자를 대표할 위원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반론하고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전문가들이 현안을 이해하는 중요한 통로"라며 “당사자를 모두 배제하면 오히려 전문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도 위원회 운영의 실질적 영향력은 정부와 거래소가 갖고 있다"며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확대하라는 요구에 대해 소수 의견이 들어올 통로 자체를 없애는 것은 현 정부가 강조하는 소통과 참여 기조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력당국, 양측 추가 의견 수렴해 3분기 재논의 검토

민간 발전업계는 비용평가위원회에 민간발전사 위원을 추가하고 회원사에 안건 제안권과 회의 개최 요구권을 부여하는 방향의 시장규칙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래소는 향후 규칙개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 입장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전력당국은 민간 발전사업자의 절차적 참여권 보장 필요성과 위원회 독립성 확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는 만큼 추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라며 “관련 안건은 향후 규칙개정위원회에 상정돼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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