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중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온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가 지난 10일 원유 하역을 위해 울산 앞바다에 도착해 해상원유하역시설인 부이로 접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석유 수급 위기로 번질 수 있었던 중동 사태(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큰 무리 없이 마무리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산 원유를 세계 여느 나라보다 가장 많이 수입한 영향이 컸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정부의 빛나는 숨은 정책이 있다. 바로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브리프 5월호에 실린 김태헌 선임연구위원의 '미국-이란 전쟁과 글로벌 석유 공급망' 리포트에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이 이번 중동 전쟁으로 인한 석유 수급 위기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했는지 잘 나와 있다.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이란 미주나 아프리카 등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할 때 발생하는 중동산 원유 대비 운임 초과분을 석유수입부과금(리터당 16원) 한도 내에서 지원 및 환급하는 제도이다. 1982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특정 지역에 대한 과도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춰 지정학적 공급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다.
중동 전쟁 전까지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수입의존도는 70%나 됐다. 이처럼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다면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대혼돈에 빠지고 만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이다. 제도가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무려 40년간 이 정책이 실질적 효과를 본 적은 없다. 해협이 막힌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번 중동 전쟁으로 해협이 무려 4개월째 막혔고, 드디어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최근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은 글로벌 석유 공급망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노출했다. 개전 직후인 지난 3~4월, 중동의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국제 유가는 폭등했고, 5월 말까지도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상황이 지속됐다.
▲3~4월 기준 미국산 원유 국가별 도입 물량.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브리핑 5월호
이처럼 중동발 공급 충격이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내 대체 공급원으로서 미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우리나라는 그간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을 통해 수입부과금을 활용한 운송비 지원을 지속해 왔으며, 그 결과 2025년 기준 북미산 원유 도입 비중을 23%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정부는 고시를 개정해 4~6월 통관되는 다변화 물량에 대해 수입부과금을 전액 환급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공급망 위기에 적극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3~4월 중 일평균 약 60만 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도입하며 글로벌 수입국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적 도입 경쟁이 심화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쟁 전 평균 도입량보다 3~4월 도입량이 오히려 약 33%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도입선 다변화 정책이 단순한 수치상의 목표를 넘어, 실제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인 대체 물량을 확보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미국산 원유를 가장 많이 들여옴에 따라 비축유를 한 방울도 쓰지 않고 이번 석유 수급 위기를 버틸 수 있었다. 사실 미국산 원유는 경(輕)질유 성분이 많아, 중(重)질유 성분 스펙의 국내 정유시설에 곧바로 투입하기는 제한적이다. 이에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정유업계와 스왑제도를 활용했다. 정유사가 미국산 원유를 석유공사에 제공하고, 그 양만큼 석유공사가 비축해 둔 중질유를 정유사에 내준 것이다.
석유공사는 최대 1억4600만 배럴 규모의 비축 시설에 약 1억 배럴을 비축하고 있다. 이 가운데 70~80%는 원유이고, 나머지는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이다.
정부의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 석유공사의 석유 비축사업, 그리고 민관의 유연한 원유 스왑제도까지 조화를 이루면서 이번 중동 전쟁 위기는 큰 무리없이 마무리되는 양상이다.
저자인 김태헌 선임연구위원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산 원유 덕분에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역으로 미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의 경우 미국산 물량이 1679만 배럴 수입돼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5월에는 1502만 배럴이 수입돼 다시 사우디아라비아(1884만 배럴)에 이은 2위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많은 양이 수입되고 있다. 원유 도입선 다변화 정책은 수입기간이 1년 이상 지속돼야 조건을 만족하기 때문에 미국산 물량은 당분간 계속 들어올 예정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중동 리스크를 피하려다 미국 등 특정 지역으로 재편중 될 경우, 북미 지역의 자연재해(허리케인 등)나 돌발 사고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며 “캐나다, 남미 등 지역별 위기 특성을 상호 보완적으로 배치하는 정교한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끝으로 중동 전쟁에서 세계 각국이 한국의 항공유 등 석유제품 공급을 갈망하던 것을 바탕으로 이를 전략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단순 원유 수입국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가공해 호주, 일본,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핵심 공급자다. 이러한 석유제품 공급자 지위를 레버리지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광물, LNG 등이 부족한데 석유제품 공급에 취약한 호주, 일본 등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공급망 협력을 이끌어내는 외교적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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