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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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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80조원 잠수함 한-독 수주전…메가 옵션 ‘물량 공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6.25 17:47

■ ‘차세대 잠수함 최대 12척 구축’ 한·독 2파전 관전 포인트
한화오션 단독 입찰 vs 獨 주축 노르웨이 티센크루프 컨소시엄
수주액 상응 현지 100% 사업창출·재투자 절충교역 조건 ‘관건’
韓, 加 철강 기반 이종 산업 융합 모델로 현지 핵심 산업 부활 제시
獨, 범유럽 첨단 방산망 연계·노르웨이 MRO 인프라 제공 맞불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내에 전시된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 모형. 사진=박규빈 기자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내에 전시된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 모형. 사진=박규빈 기자


캐나다 연방정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은 자국 해군 수중전력의 세대교체라는 1차원적인 목표를 넘어 국가 산업 지형 전체를 뜯어고치는 거대한 거시경제 지렛대로 변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2030년대 중반 퇴역을 앞둔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의 신형 플랫폼을 도입하는 CPSP는 총 수명주기 전체 비용이 최대 800억 캐나다달러(약 8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 천문학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 마크 카니 총리의 캐나다 행정부 정책 의지는 험난한 국제 정세와 밀접하게 결부돼 있다. 북극해 빙하의 해빙에 따른 러시아와 중국의 해양 팽창을 억제해야 하는 안보적 위기, 미국의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 아시아발 저가 공세에 밀려 붕괴 직전에 내몰린 캐나다 자동차·철강 산업의 구제라는 거시경제적 과제를 고려한 프로젝트다.




현재 CPSP의 최종 후보로 맞붙은 한국의 한화오션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 주도 연합 간 진검승부는 잠수함의 잠항 심도나 무장 탑재량 같은 장비 제원에서 판가름 나지 않는다.


승패의 향방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는 한·독 두 나라가 자국의 자동차·철강·에너지·항공우주 등 비(非)조선 분야 대기업들을 동원해 캐나다에 제시한 '거시경제적 절충교역 패키지'의 파급력과 실현 가능성이다.


◇ 캐나다 실물경제로의 환원


이번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입찰의 가장 엄격한 채점 기준은 캐나다 정부의 '산업·기술 혜택(ITB, Industrial and Technological Benefits)' 정책이다. 국방조달 계약을 따낸 국가는 수주금액의 100%에 상응하는 비즈니스 창출·재투자를 캐나다 영토 내에 의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캐나다 연방 ITB 평가위원회는 입찰국이 제출한 가치 제안이 캐나다 산업 체질을 얼마나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지를 △방위산업 육성 △공급망·중소기업 개발 △연구·개발(R&D) 역량 증진 △수출 확대 △기술교육 등 5대 전략 기둥을 기준으로 두고 있다.


카니 정부가 잠수함 도입을 지렛대 삼아 방위산업과 무관한 승용차 조립공장 신설이나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거세게 종용하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글로벌 무기 획득 사업이 이종산업 간 국부를 교환하는 거대한 장으로 진화한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기발생 투자(Banked Investment)' 제약이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입찰 이전에 이미 캐나다 현지에서 진행 중인 민간기업의 투자는 가치 제안으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며, 엄격한 조건부 승인 아래 최대 50% 한도 내에서만 부분수용된다는 것이다. 이번 잠수함 입찰을 매개로 새롭게 유발된 부가가치만을 평가하겠다는 깐깐한 잣대인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쟁국인 독일 진영의 득점 전략에 구조적인 제동을 거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韓, 수소 생태계부터 내륙 철강 부활까지…전례 없는 '하향식 생태계 창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 네번째)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 네번째)

▲지난해 10월 3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방문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왼쪽 네번째)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 네번째)과 한-캐나다 간 조선산업 협력 방안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우리 정부는 전폭적인 외교 지휘 아래 현대자동차·한화·HD현대·대한항공·LIG D&A 등 국가경제를 견인하는 최고위 제조기업들을 일사불란하게 결집시켰다. 이들이 캐나다에 약속한 총 700억 캐나다달러(약 70조 원) 규모의 경제활동 창출과 50만 개 장기 일자리 조성 청사진은 캐나다 핵심 산업의 '체질 부활'을 조준하고 있다.


당초 캐나다 정책 결정자들은 내심 완성차업체의 전기자동차 조립공장 신규 유치를 열망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북미시장의 복잡다단한 역학관계를 고려해 31억 캐나다달러를 투입해 캐나다 전역에 '수소 상용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 비버(Project Beaver)'로 화답했다.


이는 고도로 계산된 지정학적 판단의 산물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압박으로 인해 전기차 최종 조립거점을 캐나다에 두는 것은 관세 폭탄의 위험을 내포하는데 캐나다 내수시장은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공세에 취약하다.


반면에 '수소 화물트럭'은 대량생산보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해 캐나다 현지 부품 조달 비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온타리오주에 전용 제조시설을 세우고 전국 192개 충전소 거점을 깔겠다는 이 계획은 ITB 정책의 핵심인 '캐나다 공급망 개발' 부문에서 만점에 가까운 가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제안 중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쇠락하는 내륙철강산업의 피를 수혈하는 이종산업 융합 모델이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와 현지 굴지의 철강기업 알고마와 연합해 51% 캐나다 자본 중심의 합작법인(JV)을 세운다. 이들은 100% 캐나다산 군용 등급 철강 소재를 활용해 온타리오주 현지에서 K-9 자주포와 K-10 탄약 운반차를 전량 조립 생산하기로 확약했다.


미국 철강 관세 여파로 자동차공장 가동률이 예년 대비 30% 급락한 상황에서 이 딜은 해상전력 획득 예산을 내륙의 육상 방산·자동차 부품소재산업 육성 예산으로 치환한 절충교역의 획기적 사례로 꼽힌다.


APMA는 합작법인 설립 하나만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자동차 완성차 공장을 짓는 것과 맞먹는 3만 개의 고용 창출이 일어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더해 HD현대오일뱅크의 연간 최대 2000만 배럴 규모 캐나다산 원유 장기수입 확약과 퀘벡·노바스코샤 최고 조선소들에 대한 최상위 군함 건조 지식 재산권(IP) 이전, LIG D&A의 현지 어뢰 생산공장 구축, 대한항공의 캐나다 봄바르디어 제트기 G6500 교차 구매까지 더해졌다. 해양·육상·항공·에너지를 망라한 전방위적 국가 개조 패키지의 완성인 셈이다.


◇獨 TKMS 컨소시엄, 구조적 거버넌스 한계 속 'EU 방산망 편입' 제시


반면에 독일-노르웨이 연합을 이끄는 TKMS는 '잠수함 건조는 곧 국가 건설'이라는 기치 아래 1600억 캐나다달러의 거시경제 유발과 6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내세운다.


그러나 독일의 접근법은 한국의 다부문 융합 생태계와는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독일 연방정부는 입찰 초반에 자국 대표기업 폭스바겐의 자회사 파워코(PowerCo)가 온타리오주에 건설 중인 70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잠수함 사업의 최대 경제적 혜택이라고 홍보하고자 했다. 그러나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CEO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장 투자는 주주 이익과 글로벌 전략에 따른 독자적 결정일 뿐 국가 간 국방 계약과 무관하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자유시장 경제에 깊이 뿌리내린 거대 다국적 민간기업의 의사 결정을 정부의 방산 수주 로비에 억지로 종속시킬 수 없다는 서구 경제 시스템의 명확한 한계가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더욱이 폭스바겐 배터리 공장은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인 만큼 캐나다 ITB의 '기발생 투자' 제약 요건에 걸려 신규 유발 혜택으로 온전히 채점받기 어려운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거시경제 대기업 동원에 난항을 겪는 독일은 곁눈질 없이 고도화된 하이테크 방산부품 생태계의 내재화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퀘벡의 초정밀 하이엔드 제조사 마르멘에 최고난도 압력 선체 제조 권한을 전면 이양하고, 글로벌 인공 지능(AI) 선도 기업인 코히어와 잠수함 전술 워크 플로우를 공동 설계하여 수중 인지 부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청사진을 그렸다.


특히, 눈에 띄는 혜택은 유지·보수·운영(MRO) 인프라 구축에 있다. 212CD 잠수함을 공동 운용할 파트너 국가 노르웨이가 자국의 핵심 잠수함 수리기지 청사진을 캐나다에 무상으로 전격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캐나다가 시행착오나 과도한 추가 비용 없이 자국 동·서부 연안에 세계 최고 수준의 수리 기지를 복제할 수 있는 파격적인 국가 간 연대다.


독일이 제안하는 혜택은 '유럽 안전보장 조치(SAFE, Security Action for Europe) 체계로의 직접 편입'이다.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진영 재래식 잠수함 함대의 70% 가량은 TKMS가 장악하고 있다. 캐나다가 212CD 잠수함을 도입할 경우 캐나다 현지의 방산 중소기업들은 이 거대한 글로벌 공급망에 들어감으로써 약 2400억 캐나다 달러 규모의 EU 방산 프로그램에 우선적으로 접근할 통로를 얻게 된다. 이는 불확실한 약속이 아닌 ITB '수출 역량 강화' 항목에서 즉각적으로 수치화해 증명할 수 있는 실질적 이권이라는 평이다.


◇마크 카니 내각의 고차원 방정식…'조건부 전면 도약' vs '검증된 심층 통합'


수십조 원의 경제 파급력을 자랑하는 한국과 독일의 화려한 제안 이면에는 거버넌스의 구조적 차이와 리스크 관리라는 묵직한 과제가 놓여 있다. 캐나다 연방 ITB 평가위원회는 이 약속들의 '증빙 수준과 담보력'을 가장 날카로운 잣대로 심사할 전망이다.


한국 제안의 결정적 아킬레스건은 현지 산업투자가 '잠수함 사업 수주 성공 시 발효'라는 조건부에 묶여 있어 입찰 결과에 따라 공중 분해될 여지가 있는 유예된 약속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특사로 나서 민간기업 최고위층을 대동하고 국가가 대외 신인도를 걸고 이행을 보증하기에 일단 계약만 체결되면 이탈 없이 실행될 것이라는 굳건한 신뢰를 제공한다.


반대로 독일은 비방산 민간 투자를 인위적으로 끌어오지 못하는 체제의 한계를 명확히 수용했다. 대신 이미 수십 년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입증된 범대서양 방산 공급망 네트워크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캐나다를 안전하게 이끌고 가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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