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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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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국토기술대전] “고층빌딩도 공장처럼” 조립 공법, 대단지 실증 본격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6.25 17:05

의왕초평 22층 모듈러 아파트 추진
하남교산 723가구 중 400가구 이상 PC모듈러 적용
공기 단축·인력난 해법 기대 속 원가·안전성 검증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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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모듈공법 건축관에 전시된 모듈형 PC 공동주택 연구단의 하남교산 A-1BL 실증사업 계획. 연구단은 최고 25층, 723가구 규모 단지 가운데 400가구에 모듈형 PC 공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장혜원 기자


공장에서 주요 구조체와 내부 설비를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탈현장건설(OSC·Off-Site Construction)이 고층 공동주택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동안 저층 공공임대나 기숙사, 학교시설 중심으로 적용됐던 모듈러·PC 공법이 공공주택을 기반으로 고층화와 대단지화 실증에 들어가면서다.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 모듈공법 건축관에서는 철골 기반 모듈러 주택과 사전제작 콘크리트(PC) 기반 공동주택의 고층화 계획이 공개됐다. 공기 단축과 현장 인력난 해소, 품질 균일화 가능성이 강점으로 꼽히지만, 공사비와 접합부 성능, 대형 부재 운송·양중 안전성은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다.


모듈러 주택은 철골 구조체와 외벽, 창호, 전기배선, 배관, 욕실·주방 등 자재와 부품의 상당 부분을 공장에서 박스 형태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적층·결합하는 방식이다. 반면 모듈형 PC 공동주택은 기둥·보·바닥판 등 콘크리트 부재를 공장에서 제작하고, 외벽·창호·설비 일부까지 결합한 구조체를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방식이다.




두 공법 모두 현장 타설과 습식 공정 비중을 낮춘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장 제작과 현장 공사를 병행할 수 있어 공기 단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반복 작업을 표준화해 품질 편차와 현장 인력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업계의 관심이 높다.


대표 사례로는 세종시 6-3생활권 UR1·UR2 모듈러 통합공공임대주택이 꼽힌다. 이 단지는 지상 7층, 4개 동, 416가구 규모로 추진된 국내 최대 규모 모듈러 공공주택 사례다. LH 청약 정보상 UR1 200가구와 UR2 216가구로 구성됐으며, 입주예정월은 2025년 3월로 안내됐다.


의왕초평 A-4BL은 국내 최고층 모듈러 공동주택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하 1층~지상 22층, 3개 동, 381가구 규모의 통합공공임대주택으로, 지난해 말 착공해 2027년 7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 철근콘크리트(RC) 공법과 비교해 약 114일, 약 4개월의 공기 단축이 가능할 것으로 LH는 보고 있다.


고층화 실증의 다음 무대는 하남교산이다. 모듈형 PC 공동주택 연구단은 하남교산 A-1BL에 지하 2층~지상 25층, 총 723가구 규모의 통합공공임대주택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400가구 이상에 PC모듈러 공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남교산 A-1BL은 3기 신도시에 조성되는 PC모듈러 공동주택 실증단지로, 창호·외벽체·전기배선·배관·욕실 등을 포함한 3차원 볼류메트릭 형태의 PC모듈러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


연구단 관계자는 “모듈형 PC는 개별 콘크리트 부재를 현장에서 하나씩 조립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공장에서 선조립 비중을 높여 현장 생산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있다"며 “설계·제작·운송·양중·시공이 하나의 공정으로 맞물려야 공기 단축과 품질 향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장 제작' 주택, 고층 아파트로 올라간다

하남교산 사업에는 GH와 연구단, 동부건설 컨소시엄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단은 한 개 층을 하루에서 이틀 안팎에 시공하는 구조 시스템과 공정 프로세스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설계·제작·시공 주체가 초기부터 협업하는 방식과 함께 발주·설계·제작·시공·유지관리 전 단계를 아우르는 매뉴얼, 인증체계, 전문인력 교육, 생애주기비용(LCC) 분석체계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OSC가 건설현장의 만능 해법은 아니다. 공장 제작과 현장 조립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으면 운송·보관·양중 비용이 늘어나고, 오히려 공기와 원가가 악화할 수 있다. 고층 공동주택 적용 과정에서는 접합부의 구조 안전성과 내화·차음·수밀 성능, 현장 장비 동선, 대형 부재 운송 여건도 함께 검증해야 한다.


안전 문제도 양면적이다. 현장 고소작업과 반복 노동을 줄일 수 있지만, 대형 모듈과 중량 부재를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는 강풍, 결속 불량, 크레인 작업 오류 등에 따른 낙하·전도 사고 위험이 새롭게 발생할 수 있다.


연구단 관계자는 “OSC는 현장 작업을 줄여 추락·반복작업 관련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중량 부재를 운송하고 양중하는 단계에서는 다른 형태의 위험이 생길 수 있다"며 “공법 확산을 위해서는 설계부터 제작·시공까지 이어지는 안전 기준과 책임체계를 함께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모듈러와 PC 공동주택의 승부처는 결국 '빨리 짓는 집'을 넘어 '같은 비용으로 더 안전하고 품질 좋게 짓는 집'을 실제 현장에서 증명하는 데 있다. 의왕초평의 22층 모듈러와 하남교산의 PC모듈러 실증은 공장 제작 기반 주택이 국내 고층 아파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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