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지정품목 기간별 평균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 동향
▲자료=한국석유공사 오피넷(Opinet)
국내 주유소 경유 판매가격이 두 달여만에 리터(ℓ)당 2000원선을 내려가고, 국제 유가도 미-이란 전쟁 이전 수준으로 안정되면서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세로 국내 정유사 휘발유·경유 공급가가 지난 3월 말부터 3개월 가까이 고정된 상한선보다 낮아질 여지가 생기면서 최고가격제 유지 타당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정부가 국제 원유 가격 동향을 좀더 주시하는 동시에 국내 물가 안정 기조를 지속하기 위해 최고가격제 유지 방침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유사들이 가격 상한선을 낮춰 공급한다면 최고가격제 유지 명분이 퇴색될 수밖에 없고 소비자들의 종료 요구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최고가격제를 지속할 수록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할 정유사 손실 보전 규모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정부의 고민을 더해주고 있다.
25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전날 24일 4% 가까이 급락에 이어 이날 하락세를 보이며 배럴당 72.48달러로 거래됐다. 미-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27일 종가와 같은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69달러 안팎을 기록하며 역시 중동전쟁 이후 처음으로 7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또한,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2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차량용 경유 판매가격이 ℓ당 1998.71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24일 ℓ당 2000원선을 넘어선 이후 2004~2005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 24일 2개월만에 2000원선 아래로 내려갔다.
보통휘발유는 ℓ당 2006.79원으로 이달 들어 2010원선을 하회한 뒤 미미하게나마 하락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는 최근 정유사 공급가가 낮아지면서 주유소들이 판매 가격을 조금씩 낮출 여지가 생겼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 3월 27일부터 2~6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에 따라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은 △보통 휘발유 1934원 △차량·선박용 경유 1923원으로 고정돼왔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첫째주(3월 29일~4월 4일)부터 이달 둘째 주(6월 7~13일)까지 정유4사의 주 단위 평균 휘발유·경유 공급가는 각각 약 1930원과 1920원을 유지했다. 전쟁 직전인 2월 4째주(22~28일)보다 20% 높은 수준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와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GS칼텍스 여수공장, 에쓰오일 울산공장의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최근 정유사들이 경유 가격 할인에 나선 점도 한몫했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지난 23일부터 생계형 운수사업자를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경유 가격을 ℓ당 50원 할인하는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원래 정유사 공급가를 산정하는 기준인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MOPS) 가격도 전쟁 전 평균보다 약 40% 비싼 수준을 보이고 있다. 24일 기준 휘발유(옥탄가92RON)와 경유(황 함유량 0.001%)의 MOPS 가격은 98.81달러, 112.25달러로 2월 평균보다 31.3%, 24.8% 높은 수준이다.
주유소 판매가격이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물가 안정의 일환인 최고가격제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기름값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최고가격제를 종료할 수도 있지만, 전쟁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차기 최고가격제를 통해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을 더 낮추는 방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공급가 상한선을 낮춰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미치면 서민 경제에 타격이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잡아 2월 전망보다 0.5%포인트 높여 잡았고, 유가 충격이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등으로 번지면서 하반기에는 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조금 더 과감하게 최고가격제는 유지하고, 최고가격도 좀 낮춰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최고가격제 시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부가 정유사에 보전해야 할 손실 규모가 커진다는 부담이 있다. 정부는 최근 석유제품 생산·판매 원가에 적정 마진을 더하는 식으로 정유사 손실 보전액을 산정한다는 고시를 행정 예고했다. 이르면 7월 중 정유사가 산업통상부에 최고가격제 손실 보전을 신청하면 최고액 정산위원회가 원가와 적정 마진 등을 심의한 뒤 재정 지원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정유업계가 추산하는 손실 규모는 4조원가량이고, 정부는 4조원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양측간 치열한 논리 싸움을 예고했다. 원유를 하나의 공정에 투입해 휘발유부터 경유, 중유, 나프타까지 갖가지 석유제품을 생산한다는 연산품 특성 때문에 원가 계산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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