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이 정책발표를 듣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2035년까지 18.4GW(기가와트)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2029년 8.4GW(기가와트), 2035년까지 18.4GW 규모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녹색전환연구소는 “정부는 전력·용수·부지·규제완화를 모두 선제적으로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어떻게 확보할지, 막대한 냉각수 소비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원칙은 없다"고 비판했다.
연구소 측은 “낙관적인 전력배출계수를 적용해도 2029년 8.4GW 데이터센터가 가동될 경우 2035년까지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은 무려 850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유럽연합(EU)은 전력·물 사용 공개를 의무화했고, 독일은 재생에너지 100% 충당 조항을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녹색전환연구소 등은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 △전력·물 효율 규제 △엄격한 인허가 및 공적 관리 체계 도입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최근 발표된 한 학술 논문은 “대한민국의 AI 산업 육성과 관련해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대책은 지금보다 훨씬 정교해져야 한다"는 충고를 내놓아 주목을 끌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유선빈 교수와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최성진 교수(교신저자), 일본 규슈대학교 김도형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 연구 플랫폼인 '리서치게이트(ResearchGate)'에 공개된 프리프린트(동료심사 전 연구) 논문에서 AI와 전력, 재생에너지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논문 제목은 '재생에너지가 인공지능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가? 체계적 문헌고찰(Can Renewable Energy Meet the Surging Power Demand of Artificial Intelligence? A Systematic Review)'으로, 2019~2025년 발표된 88편의 국제 학술논문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AI 산업이 앞으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AIDC 확대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현재의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9일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서 제시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 (자료=기후에너지환경부)
◇“AI 데이터센터 확대는 맞는 방향"
논문은 정부가 AIDC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방향 자체는 타당하다고 평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약 945TWh(테라와트시, 9450억k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일본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다.
AI가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는 만큼 한국 역시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갖춘 한국은 AIDC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연구진은 평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많이 짓느냐가 아니라 그 막대한 전력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친환경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이 가장 먼저 지적한 문제는 전력망이다. AI 서버는 2~3년 안에도 대규모 증설이 가능하지만 초고압 송전망 구축은 계획 수립부터 준공까지 통상 5~10년 이상이 걸린다.
즉 AI 산업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전력망은 훨씬 느리게 확충된다.
29일 국민보고회 자료는 대규모 AIDC 건설 계획을 제시하지만, 논문은 향후 데이터센터보다 송전망이 먼저 병목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AI 산업 경쟁력이 결국 발전설비뿐 아니라 송전망과 계통 운영 능력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생에너지 100%"가 실제 탄소 감축은 아니다
논문은 기업들이 주장하는 '재생에너지 100%'도 실제 탄소 감축과는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많은 기업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거나 연간 단위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RE100을 달성한다.
그러나 낮에 생산된 태양광 전력을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밤에는 화석연료 발전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주장과 실제 전력 사용 사이에 발생하는 차이를 논문은 '추가성 격차(additionality gap)'라고 설명한다.
연구진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인증서를 거래하는 방식만으로는 실질적인 탄소 감축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논문은 앞으로 AIDC의 기준이 단순한 RE100을 넘어 '24시간 무탄소 전력(24/7 carbon-free energy)'으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이 매시간 실제로 무탄소 전원에서 공급돼야 한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태양광은 밤에 발전하지 않고, 풍력 역시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력을 생산할 수 없다. 여기에 장시간 에너지저장장치(LDES)는 아직 비용 부담이 크다.
따라서 연구진은 태양광과 풍력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장시간 저장장치와 함께 원전, 지열, 양수발전 등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확정적(firm) 무탄소 전원'을 함께 활용해야 24시간 무탄소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최대 규모인 100MW급 해상풍력 발전단지인 제주한림해상풍력. (사진=연합뉴스)
◇재생에너지 전환 제도적 기반 마련은 긍정적
논문은 한국이 AIDC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정비를 시작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과 2024 AI 마스터플랜에서 AIDC를 새로운 전력 수요이자 미래 성장 산업으로 규정했다. 또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AIDC와 같은 대규모 전력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직접 PPA 제도가 데이터센터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언적인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을 촉진하는 '추가성(additionality)'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진은 제도 마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한국 특유의 전기요금 체계가 재생에너지 확대의 가장 큰 제약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한국전력의 규제 요금 체계 아래 운영되고 있어 미국이나 유럽처럼 전력시장 가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이처럼 가격 신호가 약하면 기업들은 비용이 더 드는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이나 자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구축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유인이 크지 않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매시간 사용하는 전력을 무탄소 전원으로 맞추는 '24시간 탄소 없는 전력' 체계를 구축하려면 장기 계약과 에너지저장장치 등에 상당한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전기요금 체계에서는 이러한 투자를 뒷받침할 경제적 동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은 결국 AIDC의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 확대와 실질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직접 PPA 제도의 확대와 함께 전기요금 체계 개선, 장기 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정책 지원, 시간 단위 무탄소 전력 사용을 유도하는 시장 제도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태양광 패널. (사진=에너지경제 DB)
◇“한국형 해법 필요… 프로젝트 고정형 PPA 확대해야"
연구진은 한국 현실에 맞는 해결책도 제시했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는 '프로젝트 고정형(project-anchored) PPA' 확대를 제안했다.
이는 기존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 건설을 전제로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실제 재생에너지 설비가 새로 늘어나기 때문에 추가성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AI 모델 학습과 같은 비실시간 작업을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로 옮기는 '탄소 인식형(carbon-aware) 스케줄링', 송전망 여유와 재생에너지 공급 능력을 함께 고려한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 데이터센터의 시간대별 전력 사용량과 탄소배출량을 공개하는 제도 도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AIDC를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발전설비만 늘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력망 확충과 시장제도 개선, 장기 저장기술, 무탄소 기저전원, 그리고 국가별 여건에 맞는 정책이 함께 작동해야 지속가능한 AI 산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논문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경쟁은 곧 전력 경쟁이며, 앞으로 국가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전기를 생산하느냐보다 얼마나 안정적이고 탄소 없이 공급할 수 있는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박규빈의 경영 Scope] 한진정보통신-아시아나IDT 합병, ‘모기업 통합’ 덕볼까](http://www.ekn.kr/mnt/thum/202606/news-p.v1.20260629.ead9232d2960464daadf38466cf9408f_T1.png)


![[EE칼럼] 가슴이 너무 아프다. 그러나 강건너 남의 일이 아니다](http://www.ekn.kr/mnt/thum/202606/news-p.v1.20240213.0699297389d4458a951394ef21f70f23_T1.jpg)
![[김성우 시평] AI 관련 대화에 에너지가 등장하다](http://www.ekn.kr/mnt/thum/202606/news-p.v1.20240324.49bb7f903a5147c4bf86c08e13851edc_T1.jpg)
![[김병헌의 체인지] 이재명의 시간은 진영이 아닌 국민이다](http://www.ekn.kr/mnt/thum/202606/news-p.v1.20260416.e74981dbd1234907aa315469fbcafa49_T1.png)
![[박영범의 세무칼럼] 묵인되던 관행이 세금 폭탄으로…국세청, 법인 슈퍼카 겨누는 이유](http://www.ekn.kr/mnt/thum/202606/news-p.v1.20250116.d441ba0a9fc540cf9f276e485c475af4_T1.jpg)
![[데스크칼럼] ‘깜깜이 사후정산’ 깬 정유업계, 신뢰 회복의 첫발 뗐다](http://www.ekn.kr/mnt/thum/202606/news-p.v1.20260623.f1d2ef4fc78a4697a5d4475cebbff130_T1.png)
![[기자의 눈] 미래세대의 환경권, 그리고 ‘일할 권리’에 대하여](http://www.ekn.kr/mnt/thum/202606/news-p.v1.20260629.979cc98ce2ba458eaf29f8b596e359b4_T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