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고부가가치와 친환경 소재향(向)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의지를 표명했다. 중국발(發) 공급과잉을 비롯한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면서다.
기존 범용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성이 흔들리며 기업 경영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는 점에서 고부가·친환경 사업이 업계의 미래 가치를 설명하는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LG화학을 끝으로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등 국내 석화 4사가 모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제출을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각 기업이 매년 자율적으로 재무적 성과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 및 리스크를 공개하는 자료다.
올해 제출된 석화업계의 지난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선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 국내 석화사업의 경영 지속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기업 대표이사들의 진단이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에 따른 범용 석화사업의 공급과잉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으로 촉발된 원가경쟁과 주요 해외 시장의 자국우선주의 기조까지 확산하며 우리 업계가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도전에 직면했다는 게 CEO들의 진단이다.
이들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일제히 '사업 포트폴리오 체질 개선'을 출구 전략으로 제시했다.
LG·금호, 고부가 소재서 엿본 미래 경쟁력
▲김동춘 LG화학 대표(왼쪽)와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 사진=각 사
김동춘 LG화학 대표이사는 CEO메세지에서 “원가 구조 개선과 자원 재배분을 추진하고, 미래 소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환경 변화에 강한 사업 구조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며 첨단 산업용 소재와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를 최우선 전략으로 내세웠다. 심화하는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 수익 구조를 확보해 재무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LG화학은 석화사업 부문에서 고부가 소재가 지닌 미래 경쟁력에 주목했다. 지난해 폴리에틸렌(PE)·폴리염화비닐(PVC)·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ABS) 등 주요 제품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반면, 반도체용 세정제(IPA)·자동차용 ABS·고성능 솔루션 스타이렌 부타디엔 고무(SSBR) 등 고부가 소재를 중심으로는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하며 한해 사업 내실을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인공지능(AI)용 반도체와 전기차(EV)·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 성장에 따라 고부가 제품 수요가 지속 확대되며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범용 제품의 경쟁력과 운영 효율성을 확대하는 동시에, 고부가 제품과 지속가능한 사업 영역의 확대 추진을 지속한다는 게 LG화학의 계획이다.
고부가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의지는 금호석화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드러났다.
백종훈 금호석화 대표이사는 “고성능 합성고무 및 친환경·차세대 소재 등 차별화된 스페셜티 제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구조적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며 고부가 스페셜티 기술 확보·핵심사업 경쟁력 강화를 지속가능한 경영 환경 구축을 위한 제1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금호석화는 ▲니트릴 부타디엔 라텍스(NB-Latex) ▲레이싱 타이어용 SSBR ▲고기능성 합성 고무 'LBR' ▲실리카 친화형 액상 고무 'Liquid BR' ▲수소 첨가 비스페놀A(BPA) 'HPBA' ▲아스팔트용 고분자개질재(SBS) 등 6개 소재를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군으로 분류하고 연구개발(R&D)과 상업화, 응용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지난 4월 장영실상 수상의 핵심 배경인 고내열 ABS 소재 'HU651EF' 등 재활용 소재 기술 역량을 이차전지용 소재와 전기차용 타이어,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 사업으로 강화·확장한다는 방침이다.
한화·롯데 “기후변화 대응" 방점
▲박승덕 한화솔루션 대표(왼쪽)와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 사진=각 사
한화솔루션과 롯데케미칼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선 저탄소 기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한 경영 지속가능성 확보 의지도 엿보인다. 이들 기업은 모두 CEO 메세지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형성하고 있다.
박승덕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는 “회사는 기후변화 대응과 공급망 관리, 인권 및 안전 등 주요 ESG 현안을 선제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사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강화해나가고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전략과제로 삼고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공급, 에너지 효율 개선, 저탄소 제품 개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은 이 같은 과제 달성을 위한 석화사업 부문 핵심 전략으로 '음이온교환막 수전해(AMEWE)'와 소재·원료 재활용 기술 및 제품을 부각했다.
알칼리성 수전해(AWE)와 양성자 교환막 수전해(PEMWE)의 장점을 결합한 차세대 수전해 방식인 AMEWE의 경우, 낮은 투자비와 적은 전력으로도 대량의 수소 생산이 가능해 그린 수소 생태계 조성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이러한 기술을 확보하고 핵심 소재인 음이온교환막과 전극 및 막전극접합체(MEA) 공정 개발을 통해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지닌 AEMWE 상용화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EVA) 물리적 재활용 기술과 화장품 용기 패키징·자동차 부품 포장용 에어캡 등 재활용 폴리에틸렌(rPE) 기반 제품 개발을 확대해 순환경제 시스템을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롯데케미칼은 고탄소·저효율 사업에서 저탄소·친환경 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가속하고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특히 계열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전지소재 사업 부문에선 올해 보고서에 처음으로 AI·반도체용 회로막을 밸류체인에 포함시켰다. 지난해 공개된 AI 가속기용 초극저조도 동박(HVLP) 등 첨단소재를 배치함으로써 포트폴리오 전환 의지를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밖에 수소 시장을 선점하고 오는 2035년까지 127만톤(t) 규모에 이르는 수소 공급량을 달성한다는 목표로 친환경 수소에너지 사업을 지속 확장한다는 방침도 재차 확인했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는 “성장성과 지속가능성이 높은 사업은 적극 육성하고, 고탄소·저효율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환경적·재무적 회복 탄력성을 함께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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