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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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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트럼프”…출구 없는 이란 전쟁 장기화하나 [이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7.09 13:50

미·이란 이틀 연속 맞불 공습
“이란 더 강하게 때려” vs “미국 공격받을 것”

양해각서 체제 사실상 흔들…브렌트유 78달러대
트럼프 출구전략 갈수록 안갯속

TURKEY NATO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EPA/연합)


미국과 이란이 무력 충돌을 재개하면서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이번 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업적 화물운송과 무고한 민간인 선원들을 공격하는 이란의 군사역량을 추가로 약화하기 위해 7월 8일 이란을 향한 추가 공습을 완료했다"며 “이란 해안선을 따라 배치된 방공 시스템, 해안 감시 자산, 미사일·드론 저장시설, 해군 자산, 군사 보급 기반시설 등 약 90개의 이란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군은 경계태세와 치명적 위력을 유지하며 군 통수권자가 명령하는 작전을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튀르키예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오늘 밤 다시 이란을 강력하게 공격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전날에도 이란을 공습하는 한편, 이란이 국제시장에 원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제재 예외 조치를 철회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는 이란에 대한 대응 조치다.


이란도 맞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전날에 이어 9일에도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 고문인 모흐센 레자이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침략자와 그 공범들은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의 종전 협상 대표를 맡고 있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미국은 아직도 괴롭힘과 약속 파기가 더 이상 대가 없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우지 못했다"며 “공격하면 공격받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뿐인 헛된 행동을 멈춰야 한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의 위협이 아니라 이란의 조치에 의해서만 계속 열려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들이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는 훨씬 더 강하게 되갚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면적인 군사작전이 재개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면서도 “만약 벌어진다면 매우 빠르게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합의를 원하고 있지만 합의를 맺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그들이 실제로 합의를 지킬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이란 내 시설이 불타는 사진을 올리며 “이번 공습은 어제 이란이 선박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이라며 “이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대응 수위는 훨씬 더 강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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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사진=로이터/연합)

미국과 이란이 종전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3주가 넘었지만 이번 충돌은 트럼프 대통령이 체면을 지키면서 전쟁을 마무리하려는 구상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를 다시 보여준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선택지가 제한적인 만큼 이번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복과 재보복을 넘어 대규모 군사 충돌로 확대될 경우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빠르게 끝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현재 배럴당 78달러대로 급등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이 한발 물러설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언제든 행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공화 양당 행정부에서 중동 협상을 담당했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전 협상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며 “군사적으로든 외교적으로든 이란으로부터 의미 있는 성과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너선 패니코프는 “상황이 다시 전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의 기본 상태는 '관리되는 불안정성'이다. 즉, 영구적인 출구 없이 충돌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와 중간선거 등을 의식해 전쟁을 조기에 끝내려는 점을 이란이 약점으로 보고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앨터먼 중동 담당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전에 휘말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과 걸프 국가들이 지역 정상화를 원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간 군사행동을 이어가더라도 결국 걸프 국가들이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이란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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