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박원 편집국장
맹자는 '호연지기'를 기를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으로 '조장(助長)'을 꼽았다. 호연지기는 의로운 행위가 쌓여 저절로 이루어지는 결과물이지 억지로 얻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싹이 잘 자라도록 돕겠다며 싹을 뽑아 들어 올린 송나라 사람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묘조장'이라는 고사가 여기서 유래했다.
어디 호연지기뿐이냐. 국정을 운영할 때도 '알묘조장'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너무 빨리 성과를 내려는 조급증은 목표를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는다. 출범 2년째를 맞는 이재명 정부가 송나라 사람과 닮은 행태를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유능함을 과시하려는 '성과'에 집착해 이런저런 무리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활성화를 명분으로 단일종목 상장지수펀드(ETF)를 일사천리로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상장 전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렇지 않아도 AI(인공지능) 반도체 종목의 변동 폭이 큰 상황에서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ETF를 도입하면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외국에도 비슷한 금융상품이 있고 국내로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점만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추진했던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중 하나인 것처럼 홍보한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사실은 곧바로 드러났다. 지난 5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국내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금융위기 때나 경험하던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하루가 멀다하고 발동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연일 급등락을 거듭하다 보니 증시가 아니라 도박판이 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는 코스피가 5천을 넘어 6천, 7천, 8천, 9천으로 수식 상승하자 여기에 고무돼 증시를 더 띄우려는 정부의 경솔하고 성급한 판단이 초래한 정책 실패다.
이재명 대통령은 뒤늦게 보완 대책을 지시했고 정부가 여러 방안을 내놓았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10조 원 이상 투자된 금융상품을 상장 폐지하는 건 불가능하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를 인정했다. 투자 요건을 강화하는 등 보완책이 시행된다 해도 변동성이 얼마나 줄지 미지수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장이 정부를 이길 수 없다며 호기롭게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 서울에서는 매매, 전세, 월세가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달에도 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03% 오르며 올해 들어 상승폭이 가장 컸다. 고가 주택의 가격 상승을 막으려고 대출을 묶고 규제 지역을 늘리자 풍선 효과로 중저가 아파트까지 들썩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23일 '부동산 대토론회'를 주재할 예정인데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할 뾰족한 해법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증시 활성화 정책도 그렇지만 부동산이야말로 쾌도난마식 묘책이 나올 수 없는 분야다. 한두 정책이나 대통령 한 마디에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대토론회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실효적 부동산 대책은 '공급' 외에는 없다. 임대와 분양 가릴 것없이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꾸준하고 일관성 있게 공급하는 게 최우선이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신뢰를 줘야 한다. 대출 규제와 세금은 보조수단일 뿐이다. 잠시 집값을 낮출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 해법은 될 수 없다.
어떤 정책도 '조장'하면 안 된다. 의욕이 넘쳐 너무 앞서가는 것도, 여론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하는 것도 위험하다. 대규모 개혁이든 소소한 민생 정책이든 모자라거나 지나치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 조급하게 성과를 기대할 게 아니라 큰 산을 오르듯 한 걸음씩 옮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5년이 지나야 익는 열매는 5년이 지나야 먹을 수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따겠다고 물과 비료를 퍼부으면 뿌리가 썩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부동산 규제 정책 실패와 이로 인해 하락하는 지지율이 보내는 경고를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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