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관계자들이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통해 공사대금 지급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은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
정부가 원도급사의 계좌가 압류되거나 자금 사정이 악화돼도 건설근로자와 하도급업체에 대금이 직접 지급되는 차세대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구축한다. 조달청이 운영하는 '하도급지킴이'를 국토교통부로 이관·개편해 2028년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2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건설공사 불법하도급·체불 방지를 위한 전자대금지급시스템 구축·운용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공사대금과 임금을 원도급사를 거치지 않고 발주자가 하도급업체와 건설근로자, 장비업자 등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도록 자금 흐름을 재설계하는 것이다.
현재 건설공사 대금은 대체로 발주자에서 원도급사와 하도급사를 거쳐 근로자에게 전달된다. 다단계 도급구조에서 중간 업체의 계좌가 압류되거나 자금난이 발생하면 하위 업체와 근로자에게 연쇄적으로 체불 피해가 번질 수 있다.
새 시스템에서는 청구 단계부터 원도급사와 하도급사, 근로자 등의 몫을 구분한다. 하도급사가 자신의 공사대금과 근로자 임금을 나눠 청구하면 원도급사가 이를 승인해 발주자에게 함께 청구하고, 최종적으로 발주자가 각 지급 대상자에게 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원·하도급사의 계좌 압류나 경영난이 발생하더라도 근로자 임금과 장비대금 등이 다른 용도로 전용되거나 지급되지 않는 상황을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시스템 개편에 나선 것은 건설업의 고질적인 임금체불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 임금체불액은 2023년 4264억원, 2024년 4657억원, 지난해 4028억원으로 3년 연속 4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1176억원의 체불이 발생했다.
공공공사는 2019년 6월부터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이 의무화됐지만 민간공사에는 동일한 의무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민간 건설공사까지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을 확대하고 공공·민간 현장에 발주자 직접지급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하도급지킴이'와 차세대 체불방지 시스템의 대금 지급 구조 비교. 차세대 시스템은 발주자가 수급인·하수급인·근로자 몫을 구분해 각 계좌로 직접 지급하도록 설계된다. 자료=국토교통부
관련 개정안은 지난 5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를 통과하면 2027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새 국가 시스템은 법 시행보다 1년 늦은 2028년에야 가동된다. 정부는 이 기간 제도 공백을 막기 위해 국가철도공단의 '체불e제로'와 민간 전자대금지급시스템 가운데 직접지급 기능이 검증된 시스템을 공공·민간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의 요건과 범위는 올해 말 국토부 고시로 정한다.
현재 100대 건설사 가운데 76%가 민간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면 초기 현장 혼란을 일정 부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스템 운영 주체는 조달청에서 국토부로 바뀐다. 현행 하도급지킴이는 이용자의 99.6% 이상이 건설공사 분야인데도 건설현장 관리와 민원은 국토부가, 시스템 운영과 기능 개선은 조달청이 각각 담당해 업무가 이원화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토부는 차세대 시스템을 건설산업정보시스템(KISCON)과 연계할 계획이다. 공사대금 체불 현황뿐 아니라 무자격 업체의 공사 참여와 하도급업체 등록 누락 여부 등을 함께 모니터링해 체불 방지와 불법하도급 단속을 동시에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대규모 자금거래에 대비한 보안 기능도 강화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보보안 A1 등급과 재해복구 체계, 장애관리 및 개인정보 보호 기능 등을 적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재정경제부와 국토부, 조달청 등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한다. 조달청이 이달 착수한 3억원 규모 정보화전략계획 연구용역을 활용해 오는 10월까지 시스템과 사업계획을 마련한다.
올해 말까지 하도급지킴이 이관과 운영 위탁에 필요한 전자조달법·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등을 개정하고, 내년 3월 시스템 구축 사업을 발주한다. 시스템 개발 기간은 내년 4월부터 12월까지이며, 2028년 1월부터 시범 운영과 단계적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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