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지난달 말 활동을 종료하면서 기후특위가 다루던 현안은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몫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하지만 범여권 내부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둘러싼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하반기 국회의 기후정책 논의가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시간이 촉박한 만큼 여야가 감축 속도와 산업 경쟁력 사이에서 어떤 접점을 마련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소영 빠진 기후환노위…범여권 기후정책 재정비 과제
5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기후환노위 간사에 최기상 의원을 내정했다. 당초 간사를 맡았던 이소영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 따른 후속 인선이다. 최 의원은 판사 출신의 재선 의원으로 전반기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했고 기후·에너지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의원은 아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번 교체를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이 의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기후에너지 분야 비영리단체인 기후솔루션을 설립해 탈석탄 등 온실가스 감축 이슈를 주도해왔다.
이에 화력 등 전통 발전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반면 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의원이 중기부에서 기후테크 기업 지원 등에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거시적인 에너지 정책을 직접 다루는 데에는 부처의 역할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간사 교체와 함께 하반기 국회에서 범여권에 놓인 과제는 내부의 기후정책 방향을 다시 정리하는 일이다. 지난달 처리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과정에서도 이견이 그대로 드러났다.
개정된 탄소중립법은 2018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온실가스를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 감축하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목표를 정하도록 했다. 하한은 매년 일정한 비율로 온실가스를 줄여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선형 감축 경로'를 토대로 설정했다.
선형 감축은 기준연도부터 탄소중립 시점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정한 속도로 줄여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에서는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려면 초기에 더 많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조기 감축'이 필요하다며 선형 감축 경로를 적용한 데 대해 비판해왔다. 초반 감축량이 적을수록 미래세대가 떠안아야 할 감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압박 속에 범여권에서 균열이 나타났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고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개정안 표결에서 기권했다. 박지혜 민주당 의원은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향으로 탄소중립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결국 선형 감축이 포함된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범위형 목표를 설정하면서 실제 규제 기준을 하한에 맞추면 상한의 실질적인 규범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가 2031~2049년 감축목표를 법률에 규정하지 않은 점을 미래세대의 기본권 보호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환경단체의 비판도 이어졌다.
정부는 산업계 부담과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선형 감축 수준의 하한을 제시했다. 민주당 대다수 의원들은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앞으로 기후환노위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범여권이 감축 속도와 산업정책을 두고 선형 이상의 감축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마련할지, 각기 다른 목소리를 계속 낼지가 변수로 꼽힌다.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 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 앞에서 원전 추가 건설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원전·기후테크 앞세운 국민의힘…2030 NDC까지 시간 촉박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도 변수다. 정부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반도체·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를 반영하는 한편 신규 원전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의 기후에너지 전문 의원들은 에너지전환포럼 등 탈탄소·에너지전환을 강조해 온 단체들과 정책적 접점이 많았다. 그러나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원전을 포함한 안정적인 전원 확보에도 무게를 두면서 기존 에너지전환 진영과의 간극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숙제로 떠오른다.
민주당에서 기후에너지 정책을 주도해 온 의원 중 한명인 김성환 의원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으로서 대규모 전력 수요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이소영 의원도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민주당에서는 기후에너지전문 의원인 박지혜 의원에게 기후에너지 의제를 주도할 역할이 한층 커지게 됐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대적으로 정책 방향이 선명하다. 기후에너지 전문 의원인 김소희 의원을 중심으로 원전과 기후테크를 탄소중립의 주요 수단으로 내세우고 있다. 탄소중립법 논의에서도 기업이 제시한 선형 감축 경로를 포함시키도록 했다. 여기에 국힘 쪽에서는 김기현·나경원·윤재옥 의원 등 4·5선 중진급 의원과 전반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을 지낸 이철규 의원이 기후환노위에 합류하면서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김소희 의원은 최근 보수기후환경네트워크(CCEN)를 통해 기후테크 기업의 연구개발(R&D)부터 실증·사업화, 투자와 해외 진출까지 지원하는 '기후테크기업 육성 및 기후테크산업 생태계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동시에 AI·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와 원전 산업 생태계를 이유로 제12차 전기본에 대형 신규 원전 4기와 소형모듈원전(SMR) 2기 이상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원전·기후테크를 결합한 보수 진영의 기후 의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 국회의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2030년 NDC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는 것이 목표다. 현 국회의 임기가 끝나는 2028년 4월 이후 2030년까지는 불과 2년여밖에 남지 않는다. 사실상 이번 하반기 국회와 내년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제도와 예산이 2030년 NDC 달성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후특위가 탄소중립법 개정으로 2050년까지 가는 법적 이정표를 세웠다면, 이제 기후환노위에는 그 목표를 실제 감축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가 넘어왔다. 범여권에는 감축 속도와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내부 이견을 정리하는 일이, 국민의힘에는 원전·기후테크를 앞세운 기후정책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 각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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