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키옥시아(사진=로이터/연합)
한국 증시를 뒤흔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번엔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들이 일본 메모리 반도체 대장주인 키옥시아홀딩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ETF 출시를 잇달아 추진하자 이미 크게 출렁이고 있는 키옥시아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코기 스트래티지스, 그래니트셰어즈 어드바이저스, 터틀 캐피탈 매니지먼트 등 미국 자산운용사들은 키옥시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의 미국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기초 주식과 선물, 옵션 등을 활용해 키옥시아 주가의 하루 수익률을 배로 증폭시키는 구조다.
미국 증권당국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키옥시아 주식이나 미국주식예탁증서(ADR)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거나, 반대로 주가 하락 때 두 배의 수익을 추구하는 ETF 최소 9개가 현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키옥시아는 내년 초 ADR을 발행해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틀 캐피탈은 'T-REX 2X 롱 키옥시아 데일리 타깃 ETF'가 내달 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터틀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매튜 터틀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투자자들이 투자하기를 원하는 매우 흥미로운 기업들이 많다"며 “일본 기업들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다음 물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터틀 CEO는 미국 투자자뿐 아니라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다며 현재 한국 투자자 자금이 자사 전체 운용자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초자산이 되는 것은 키옥시아가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올해 키옥시아 주가 추이(사진=트레이딩뷰)
현재 일본 증시에서 시가총액 4위인 키옥시아는 일본 대형주 가운데서도 변동성이 가장 큰 종목으로 꼽힌다. 지난 6월 초에는 한때 일본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랐지만 인공지능(AI) 투자를 둘러싼 회의론이 확산하자 주가가 급락했다.
한국시간 27일 오전 10시 47분 기준, 키옥시아 주가는 전장 대비 6.71% 급락한 5만2250엔을 기록, 6월 고점 대비 반토막난 수준이다.
키옥시아를 비롯한 일본 기술주의 불안정성이 일본 증시 전반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30거래일의 주가 변동을 연율로 환산한 닛케이225지수의 변동성은 37%를 웃돌았다. 이는 홍콩 항셍지수의 22%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13%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 코스피지수의 변동성인 75%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일본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가 본격적으로 출시될 경우 일본 증시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급격히 인기를 끌면서 증시 변동성을 확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장을 중단하고 예탁금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키옥시아 ETF 상장 추진 역시 레버리지 ETF가 개별 종목의 주가 변동을 확대한다는 이유로 각국 금융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오르투스 어드바이저스의 앤드루 잭슨 일본 주식 전략 총괄은 “최근 한국 시장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런 레버리지 ETF는 정상적인 시장 메커니즘을 왜곡하고 변동성을 크게 키운다"며 “특히 AI 관련 종목을 둘러싼 과열을 더욱 증폭시켜 장기 투자자들이 투자하기 매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는 점에서 상장은 좋지 않은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레버리지 ETF 출시를 추진하는 일본 기업은 키옥시아에 그치지 않는다. 반도체를 넘어 통신과 게임,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의 일본 대형주들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초자산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미 증권당국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터틀 캐피탈은 소프트뱅크그룹, 닌텐도, 메타플래닛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상장도 추진 중이다. 디렉시온은 도쿄일렉트론과 도요타자동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을 검토하고 있으며, 테마스 ETF 트러스트는 후지쿠라와 레이저텍 등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개별 주식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ETF가 충분한 분산투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현지 증시 상장이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일본 투자자들은 증권사를 통해 미국 등 해외에 상장된 관련 상품에는 투자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윌 라인드 그래니트셰어즈 어드바이저스 CEO는 “일본 투자자들로부터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키옥시아 레버리지 ETF가 이중 하나"라며 “자사의 키옥시아 레버리지 ETF 2종도 일본의 온라인 증권 플랫폼을 통해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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