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바이오기자협회 토론회 갑론을박
'인체조직' 분류…규제 사각지대 의견
의약품·의료기기처럼 검증 절차 없어
생체친화성·안전성 갖춘 기술 의견도
“현행 법·제도 정비해 불안 해소해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피부 주입형 ECM 조직이식재 규제 공백을 논하다-안전성 검증 필요성 심포지엄'에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기증받은 인체조직에서 추출한 세포외기질(ECM)을 피부에 주입하는 'ECM 스킨부스터' 시술의 안전성 검증과 규제 공백 문제가 국민건강상의 이슈로 떠올랐다.
치료 목적의 조직이식재가 아닌, 미용 목적으로 사용되는데도 이에 대한 별도의 안전성 검증 체계 없이 산업 규모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료바이오 기술 발전에 처지는 현행 법·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회장 민태원)는 지난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피부 주입형 ECM 조직이식재 규제 공백을 논하다-안전성 검증 필요성 심포지엄'을 열었다. 의료계와 법조계, 소비자단체, 언론, 보건당국 등이 참여해 피부주입형 ECM 조직이식재의 임상 안전성과 법적 쟁점, 제도개선 방향을 집중 논의했다.
우선, ECM 조직이식재가 임상시험과 품목 허가 등 안전성 검증체계 없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 기존 의료기기와 달리 인체조직으로 관리되면서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현영 교수(가정의학과)는 “대부분의 ECM 조직이식재가 해외 기증자의 피부 진피조직을 냉동 건조 분쇄한 뒤 생리식염수와 혼합해 피부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치료 목적의 조직이식과 달리 미용 목적의 피부 주입에 대해서는 충분한 임상적 안전성 검증과 관리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현재 의료현장에서 스킨부스터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는 피부 주입형 주사제 가운데 상당수는 임상시험과 식약처 허가를 거쳐 의료기기로 관리되고 있는 반면, ECM 조직이식재는 인체조직으로 유통되면서 동일한 수준의 안전성 검증을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국내외 규제수준을 비교하면서 “유럽은 미용 목적의 사체 유래조직 사용을 금지하고 중국은 의료기기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국내 역시 임상적 근거와 안전성 검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는 ECM 조직이식재에 대한 위법 가능성을 짚었다. ECM 조직이식재가 인체조직으로 분류돼 유통되면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에 요구되는 허가와 안전성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가 '피부 주입형 ECM 조직이식재 규제 공백을 논하다-안전성 검증 필요성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임 변호사는 “실제 사용목적과 투여 방식에 따라 ECM 조직이식재는 약사법상 의약품 또는 의료기기법상 허가대상 의료기기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으며 의료인의 사용이나 비의료인의 시술과정에서도 의료법과 법령상 책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선과제로 △미용목적 사용 제한 △주사형 가공제품의 허가체계 편입 △환자 대상 설명의무 강화 등을 제안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좌장을 맡은 분당서울대병원 양성일 교수(전 보건복지부 차관)는 “ECM 조직이식재는 국내 바이오 미용의료기술의 혁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하면서도 “국민 건강과 안전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돼야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이종희 교수(대한피부과학회 미래혁신이사)는 “인체유래 무세포 동종진피(hADM)는 재건수술 분야에서 오랜 기간 사용돼 왔지만, 축적된 안전성·유효성 근거를 주사형 제제에 그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부 주입형 인체유래 ECM 제품의 적절한 임상 활용을 위해 과학적·규제적 평가 기준과 적절한 광고·설명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배하석 교수는 “근골격계 재생치료에 중요한 치료재료로 활용되는 동물유래나 합성 콜라겐은 의료기기로 분류돼 엄격한 임상 검증을 거치는 반면, 인체유래 콜라겐은 상대적으로 임상적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는 절차가 미흡하다"고 했다. 배 교수는 “임상 현장의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한 활용을 위해서는 의료기기에 준하는 임상평가와 안전성 검증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대학교 약학과 이지윤 교수는 “ECM 기반 조직이식재를 '스킨부스터' 형태로 피부에 주입할 경우 생체 내 안전성을 가장 신중히 살펴야 한다"면서 “제조과정에서 남은 성분이 면역자극성과 세포독성을 일으켜 지연형 과민반응, 자가면역반응, 육아종성 결절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입형 ECM 인체조직 이식재가 장기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생체친화성과 안전성을 갖춘 기술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이원재 교수(대한성형외과학회 이사장)는 “주입형 ECM 인체조직 이식재는 기존 인체조직들과 동일한 세포외기질(ECM) 기반의 조직재건 기술로, 화상·외상·암 재건 등 다양한 임상 분야에서 수십 년간 사용되며 장기적인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밝혔다.
한편, GCN녹색소비자연대 유미화 상임대표는 “이번 논의는 특정 제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등장할 첨단바이오 기술을 어떤 원칙으로 관리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라며 “새로운 기술을 막자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안전성 검증과 투명한 정보 공개, 소비자의 알 권리가 보장돼야 국민의 신뢰 속에서 혁신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약사공론 임태균 기자는 “규제의 초점은 조직 유래가 아니라 피부에 주입되는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제조 가공과정, 이상사례 관리체계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양성일 교수는 토론회를 마무리하면서 “현재 ECM 조직이식재는 화학물질 잔류 안전기준과 조직이식재·의료기기 간 법적 분류체계가 미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번 심포지엄이 산업 발전과 국민 안전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이고 조화로운 규제체계를 마련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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