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투자자(사진=로이터/연합)
지난달 역대급 폭락장을 연출했던 코스피가 이달 들어서도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 증시를 두고 '투자 부적합 시장'이라는 경고가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1시 25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0.43% 내린 6230.46을 기록 중이다. 지수는 1.50% 오른 6351.38로 출발해 한때 6389.40(2.11%)까지 상승했다. 이후 6080.25(-2.83%)까지 밀리며 하락 전환했지만 다시 반등하고 떨어지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7월에만 22.1% 급락하며 월간 기준 역대 세 번째로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달 31일에는 하루에만 1001.89포인트(17.91%) 급등하며 사상 최대 상승폭과 상승률을 동시에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한국 증시를 뒤흔든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과 함께 저가 매수 기회가 열렸다는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의 슐리 렌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3일(현지시간) “한국 역시 투자 부작합 국가가 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와 정반대의 진단을 내놨다.
렌은 코스피가 불과 27거래일 만에 약 40% 폭락해 2015년 중국 증시 폭락 당시와 맞먹는 낙폭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강세론자달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 기업이고,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5.5배로 1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점을 근거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렌은 “이 같은 단순한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글로벌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믿더라도 코스피만큼은 멀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급락장과 정부의 미숙한 증시 부양 정책이 새로운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시장에 오명을 씌웠다는 설명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부근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를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설치돼 있다.
그는 무엇보다 코스피의 높은 변동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하루 변동폭이 5%를 넘은 거래일이 33일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4일, 홍콩 항셍지수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실제 시장안정장치 발동 횟수도 이를 보여준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사이드카가 총 44차례 발동됐으며 이 가운데 15차례가 지난달에 집중됐다. 코스닥도 올해 28차례 가운데 12차례가 지난달 발동됐다.
주가 급락 시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는 지난달 코스피에서만 4차례 발동됐다. 이는 역대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 횟수(15회)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코스닥에서도 지난달 2차례 발동돼 올해 전체 발동 횟수(4회)의 절반을 차지했다.
렌은 “이는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자산운용사들에겐 위험 대비 수익률이 포트폴리오 분산만큼 중요하다. 이는 코스피 변동성이 계속된다면 한국 주식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운 배경으로 지난 5월 27일 도입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목됐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코스피가 고점을 기록했던 6월 당시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루 5% 움직이면 레버리지 ETF 리밸런싱 물량이 일평균 거래량의 40%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규제 강화에 나섰지만 렌은 상품 자체를 중단하지 않는 이상 코스피의 높은 변동성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극심한 변동성이 발생하는 날에는 레버리지 ETF 거래가 여전히 SK하이닉스 거래량의 17%를 차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초 이후 SK하이닉스 주가 추이.
렌은 특히 정책 실패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개인투자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경계해왔던 개인투자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개혁을 믿고 올해 내내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며 코스피를 사들였지만 결국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고 꼬집었다.
가장 인기 있는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6월 고점 대비 84% 폭락했다. 이 과정에서 약 36만 개의 증권계좌가 강제청산됐으며 이 가운데 62%는 35세 이하 개인투자자의 계좌였다.
렌은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며 “정부는 글로벌 AI 투자 열풍이 정점에 가까웠던 시기에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들의 과도한 위험 추구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과거처럼 다시 미국 나스닥으로 자금을 옮긴 뒤 코스피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뿐 아니라 국민연금의 운용 방식도 문제로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코스피 보유 물량 매도를 피하기 위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상향 조정하면서 연기금 본연의 시장 안정 기능이 약화됐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기존 운용 원칙에서 벗어나면서 코스피 과열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주장이다.
렌은 그러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정부의 정책 실패와 투자자 경시를 이유로 중국을 투자 부적합 국가로 평가해왔는데 이제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는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처음 투자에 나선 젊은 투자자들이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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