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일본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이례적으로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하락(엔화 강세)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가에서는 달러당 155엔선 하회 여부가 엔화 강세의 추세 전환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5시 2분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7.79엔을 기록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29일까지만 해도 163.9엔대까지 치솟으며 1986년 12월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30일 159엔대로 급락(엔화 강세)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157엔대로 내려왔다.
전날에는 장중 한때 155엔대까지 하락하며 추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후 일부 반등하면서 낙폭을 일부 되돌린 상태다.
이번 움직임은 미국과 일본이 1998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으로 엔화를 매수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지난달 31일 미국과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를 공식 확인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개입을 “우정의 신호"라고 표현하며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양국 정부는 필요할 경우 추가 공동 개입에도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른 나라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미국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공동 개입의 성패는 엔/달러 환율이 155엔선을 확실하게 밑돌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155엔이 단순한 기술적 지표가 아니라 엔화 강세가 일시적인 반등인지, 구조적인 추세 전환인지를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당국이 지난 4월과 5월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당시에도 엔/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155엔 부근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엔화 약세)으로 돌아섰다.
▲올해 엔/달러 환율 추이(사진=트레이딩뷰)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의 야마다 슈스케 일본 외환·금리 전략 총괄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당국이 핵심 분기점인 155엔을 반드시 돌파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155엔을 깨지 못한다면 시장은 당국이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사실상 모두 소진됐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마다 전략가는 엔/달러 환율이 155엔 아래에서 안착할 경우 시장의 수급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존 달러 매수세가 소화되면서 달러 수요가 약해지고, 일본 수출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이 달러 매도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설먕이다.
이 같은 추세적 전환은 시장 포지셔닝에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와 레버리지 펀드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은 202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확대된 상태다.
웰스파고의 치두 나라야난 전략가는 “155엔을 하향 돌파하면 엔화 공매도 포지션의 숏 스퀴즈가 가속화될 위험이 커진다"며 “보유 포지션이 일부만 청산되더라도 상당한 규모의 엔화 매수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축소하고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152엔 수준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엔화 강세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이 적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경우 달러에 대한 매력이 다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의 다니엘 토본 전략가 등은 엔화 강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156~161엔 범위에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종료되면 투자자들이 다시 엔캐리 트레이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금리가 높은 국가의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엔화 약세가 이어질수록 수익성이 커지지만, 반대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환손실을 줄이기 위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팔고 엔화를 다시 사들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외환 전략 총괄은 “당분간은 추가 개입에 대한 경계심과 달러 약세가 맞물리면서 엔/달러 환율의 큰 반등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엔화가 의미 있는 수준까지 강세를 보이려면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재정 건전성에 대한 보다 강한 신뢰가 시장에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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