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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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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이 절세 수단됐다. 아무도 믿지 않는 주가, 법으로 바로잡을 수 있겠나”…김민국 VIP운용 대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8.11 15:28

VIP자산운용 김민국 대표가 말하는 ‘주가 누르기 방지법’
“주가 눌러 본 손해보다 상속·증여 절세 효과가 크다”
“정부안으로 적용받는 기업은 거의 없을 것”
“주가 누르기 행위를 잡는 게 아니라, 유인 자체를 없애야”

시가총액 4000억원짜리 회사가 있다. 이 회사가 깔고 앉은 땅값만 5000억원이 넘고, 현금성 자산도 5500억원에 이른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비중도 적지 않다. 이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8배다. 회사를 통째로 청산해 자산을 다 팔아도 시가총액의 두 배 넘는 돈이 남는다는 뜻이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이 회사를 두고 이렇게 묻는다. “이 가격에 사시겠어요? 안 사시겠죠. 그런데 상장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정도로 저평가받는 겁니다. 이게 맞는 걸까요?"


이런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 최근 1년간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이 상승을 이끈 건 반도체 상위 5개 종목이다. VIP운용에 따르면, 이 5개 종목을 빼면 지난달 21일 기준 코스피는 6748포인트가 아니라 2787포인트에 그친다. 같은 날 기준 시가총액이 순자산에도 못 미치는 PBR 1배 미만 기업은 586곳, 코스피 상장사의 73%다. 1년 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지수가 오르는 동안 저평가는 더 깊어졌다.




이 역설의 배경에는 최대주주의 상속·증여세가 있다는 것이 김 대표 진단이다. 그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VIP자산운용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낮은 주가가 대주주의 절세로 이어지는 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침 정부는 지난 3일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2026년 세제 개편안에 담아 발표했다. 그런데 김 대표는 정부안을 향해 “취지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있으나 마나 한 법이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가 왜 이렇게까지 단언하는지,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지 들었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VIP자산운용 본사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한 김민국 대표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VIP자산운용 본사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한 김민국 대표 [사진=최태현 기자]



대주주는 낮은 주가가 이득

상장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세금은 기준일 전후 각 2개월, 총 4개월간의 평균 주가로 계산한다. 주가가 낮을수록 세금도 줄어드니, 승계를 앞둔 최대주주는 주가를 낮게 유지할 강한 유인이 생긴다.


김 대표는 “주가가 낮으면 담보 대출도 어렵고, 인수·합병(M&A) 때 주식을 대가로 활용할 수도 없고, 증자 대신 차입에 의존해야 하는 등 대주주 입장에서도 손해가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 모든 손해를 상속·증여세 절감 효과가 압도한다"고 말했다.


이 유인은 여러 방식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VIP자산운용은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방식을 크게 여섯 갈래로 정리했다.


①배당·자사주 매입 대신 현금과 비영업용 부동산을 쌓아두는 '비효율적 자본 배치' ②일반주주 보호 장치를 정관에서 배제하고 IR을 축소하는 '거버넌스 악화' ③일감 몰아주기로 이익을 비상장 가족회사로 빼돌리는 '터널링' ④승계 평가 기간에 맞춰 실적과 배당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전술적 주가 억제' ⑤우호지분에만 지분을 넘겨 기존 주주 가치를 희석하는 유상증자 ⑥계열사 중복상장을 통한 지주회사 할인이다.




이런 방식은 대체로 '경영상 판단'을 이유로 법 위반을 피해간다. 김 대표는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투자자들이 싫어할 만한 것을 골라서 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입장에선 하나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쌓인 결과가 국제적으로 유독 낮은 한국의 밸류에이션이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PBR 1배 미만 기업 비중은 한국이 59.8%(코스피 72.6%, 코스닥 54.1%)로, 미국(9.1%)·중국(15.2%)·영국(19.1%)·대만(23.4%)·홍콩(29.3%)·일본(34.0%) 등 어느 나라보다 높다.


그는 이 현상을 흔히 쓰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로 뭉뚱그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영권이 거래되는 시장에서는 통상 순자산가치의 1.5~3배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집니다. 그게 현실적인 밸류예요. 한국 주식시장에서 실제로 디스카운트를 받는 건 회사 전체가 아니라, 경영권이 없는 '소액주주' 지분뿐입니다"



“정부안, 오래 눌린 주가에는 무력"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도입 취지는 정부도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다. 지난 3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담긴 것 자체가 그 방증이다.


정부안은 주가 누르기 기업을 두 가지 요건으로 추정한다. 최근 6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업종별 하위 25%(코스피)·10%(코스닥)에 해당하는 경우와 최근 1년 내 주가 누르기로 의심할 만한 행위(중복상장, 교환사채 발행 등)를 했으면서 주가가 30% 이상 하락한 경우다.


주가 누르기 기업에 해당하면 최근 6개월~6년 6개월간 종가 평균을 계산해 최소 30%를 할증한다.


그는 “이 조항은 정부의 의도와 무관하게, 오히려 오랫동안 주가를 눌러온 기업일수록 유리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에 6년 넘게 낮은 주가를 유지해 온 기업은 6년 반 치 평균 자체가 이미 낮다. 여기에 30%를 더해도 여전히 실제 기업가치와 거리가 먼 숫자가 나온다는 것이다.


“'짧게 누른' 주가는 어느 정도 보정되지만, '오래 눌린' 주가에는 이 조항이 사실상 무력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PBR 0.1배인 회사가 30% 할증을 적용받아 0.13배가 되느니, 아예 PBR을 0.1배에서 0.05배로 더 낮춰버리는 편이 대주주 입장에선 더 유리한 계산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6년 반이라는 긴 평가 기간도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그 사이 업황이 바뀌거나 주력 사업이 통째로 전환되는 등 기업의 본질적인 변화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확산기에 진단 키트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기업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뛰었던 것처럼, 특수한 상황에 반짝 오른 주가를 몇 년 뒤 상속·증여 시점의 기준으로 끌고 오는 건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지금 호황기를 지나는 반도체 기업의 현재 주가를 6년 뒤 평가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6년 반 전 주가는 '정상 가격'이 아니라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가격이라는 게 VIP자산운용의 평가다.


더 근본적으로 김 대표는 이런 식의 '행위 규제' 자체가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는 정부가 예로 든 교환사채 발행이나 중복상장 같은 규제 대상 행위들이 “이미 상당 부분 사문화됐거나 방어 수단이 마련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이런 접근을 “두더지 잡기"에 비유했다.


“대주주는 정부보다 훨씬 정보와 자원이 많고, 어떻게 해야 주가가 눌리는지도 잘 압니다." 실제로 그는 업종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규제를 피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면, 아예 M&A를 통해 주력 사업 자체를 바꿔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는 이런 우회 가능성이 “6가지가 아니라 100가지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순자산가치 기준 도입을 주저해 온 배경 중 하나로 꼽힌 '해외 투자자 신뢰 훼손' 우려에 대해서도 정반대 경험을 전했다.


“제가 만난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특정 대주주에게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몰아주는 한국식 관행 자체를 낯설어합니다. '왜 한국 대주주들은 배당도 안 주고 IR도 안 하면서 주가를 안 올리려 하느냐'고 되묻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행위를 잡지 말고, 유인 자체를 없애라"

그렇다면 무엇이 대안인가. 김 대표가 내놓는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상속·증여 시점의 순자산가치 80%를 예외 없이 원칙적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순자산가치 0.8배 이하는 시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원칙 하나면 충분합니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빼고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대표 발의한 이소영 의원안이 이런 구조다. 상속·증여 시점의 시가가 세무상 순자산가치의 80%에 미달하면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을 적용한다.


이 방식은 2017년부터 10년 가까이 비상장주식 평가에 이미 쓰여 온 순자산가치 80% 하한 규정을 상장주식에 준용한 것이다. 김 대표는 “주가를 아무리 눌러도 세금이 그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니, 애초에 주가를 누를 이유 자체가 사라지는 방식"이라고 요약했다.


업종별로 PBR이 구조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장치산업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해 VIP자산운용은 비상장주식 평가방식 자체가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가중평균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업종은 순손익가치 부분에서 이미 자연스럽게 할인을 받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다만 업종을 기준으로 일괄 예외를 두면 오히려 형평성 문제가 생기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대신 기업의 재무 상태를 기준으로 한 예외를 제안했다.


최근 3개 사업연도 연속 순손실을 낸 기업, 채권금융기관과 경영정상화 계획을 이행 중인 기업, 산업 구조조정 대상 업종에 해당하는 기업 등 '재무적 곤경 기업'만 예외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부채비율이 업종 평균의 몇 배를 넘거나 3년 연속 적자를 내는 회사가 있다면, 그건 정말 순자산가치를 인정해 주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그런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빼고는 원칙을 지키는 게 오히려 법적 안정성을 더 높이는 길이라고 봅니다."


자회사가 수십 개에 이르는 대기업집단의 실무 부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간소화 방안을 내놨다.


“지분 5% 이상인 핵심 자산에 대해서만 시가 평가를 하고, 나머지는 원가로 처리하면 됩니다. SK그룹이라면 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핵심 자회사 몇 곳만 제대로 평가해도 전체 기업가치의 대부분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부동산 같은 비유동자산에 대해서도 그는 “감정평가와 공시가격 등 이미 확립된 국세청 제도가 있고, 비상장 주식 평가에서는 이미 이런 방식을 쓰고 있다"며 실무 부담이 우려만큼 크지 않다고 봤다.


원칙을 지키는 대신, 정상적으로 주가가 형성된 기업에는 확실한 보상을 주자는 것도 대안의 한 축이다.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20% 할증과세 폐지, 상속세를 현금 대신 주식으로 낼 수 있는 물납 허용이 여기 해당한다.


VIP자산운용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상장주식에만 적용되는 할증과세 폐지를 비상장주식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일한 재산 가치를 지닌 지분인데 상장 여부에 따라 할증과세가 다르게 적용되는 건 그 자체로 형평성에 어긋나고, 유동성이 낮아 원래도 '비시장성 할인'을 받는 비상장주식 입장에서는 이중으로 불리한 대우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원칙이 실제로 작동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김 대표는 그 답을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관계 변화에서 찾는다.


“지금은 주가를 눌러도 세금이 줄어드니,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노를 젓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주가를 눌러도 세금이 그대로라면, 대주주 입장에서도 회사에 쌓아둔 현금을 투자나 배당, 자사주 소각으로 돌릴 유인이 생깁니다. 그러면 대주주와 일반주주가 같은 방향을 보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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