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 '매드머니' 방송 진행자 짐 크레이머가 17일(현지시간) 메모리 반도체 관련주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CNBC)
한국 코스피 지수가 6거래일 만에 하락 마감한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관련주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이 같은 낙관론을 내놓은 인물이 과거 투자 전망과 실제 시장 흐름이 엇갈려 화제를 모았던 짐 크레이머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1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의 간판 주식 방송 '매드 머니' 진행자인 크레이머는 “내가 일찍 투자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늦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메모리 관련주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제기했다.
메모리 관련주는 올해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최대 수혜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샌디스크 주가는 올해 들어 무려 653% 폭등했고 씨게이트는 261%, 마이크론은 254%, 웨스턴디지털은 211% 각각 급등했다.
이처럼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크레이머 역시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CNBC는 전했다.
특히 메모리 산업은 역사적으로 극심한 사이클을 반복해 온 대표적인 경기민감 업종이다. 메모리 제조업체들은 과거 수요가 급증할 때마다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했고, 결국 공급과잉이 발생하면서 메모리 가격과 기업 이익, 주가가 동시에 급락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었다.
그러나 크레이머는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메모리 공급이 너무 부족해 일론 머스크조차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메모리가 데이터센터 성장의 핵심 병목으로 떠올랐다고 이야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크레이머는 메모리 제조업체들의 투자 전략 역시 과거보다 훨씬 절제된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과거처럼 수요 증가를 예상해 무작정 생산능력을 늘리는 대신 장기간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고객사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뒤 이에 맞춰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레이머는 이를 두고 “기업들이 사실상 고객의 주문에 맞춰서만 생산능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기업들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부분으로 꼽았다. 크레이머는 “기업들은 그 돈을 새로운 생산능력에 투자하는 대신 주주인 여러분에게 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샌디스크는 현재 자사주 매입 한도 가운데 155억달러가 남아 있다. 씨게이트 역시 지난해 발표한 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웨스턴디지털은 올해 초 추가로 4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
이 같은 강세 전망을 반영하듯, 크레이머가 참여하는 CNBC 인베스팅클럽의 '채리터블 트러스트 포트폴리오'에 최근 마이크론이 새롭게 편입됐다
그는 마이크론을 매수하는 것이 부담스로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마이크론 주가는 이번 호황이 끝나기 전에 다시 두 배로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메모리 업계의 과잉 증설이 조만간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메모리 주식 가운데 하나를 보유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올해 마이크론 주가 추이(사진=구글 파이낸스)
다만 크레이머는 과거 투자 전망과 실제 시장 흐름이 엇갈린 사례로 여러 차례 화제를 모은 인물이기도 하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크레이머는 '매드 머니'를 20년 넘게 진행하며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쌓았지만, 그가 내놓은 투자 전망과 정반대로 시장이 움직인 사례 역시 적지 않게 회자돼 왔다. 이 때문에 그의 전망과 반대 방향으로 투자하는 이른바 '인버스 크레이머(Inverse Cramer)'라는 전략까지 등장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의미에서 '짐반꿀'(짐 크레이머의 반대로 하면 꿀)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 사례로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있다. 크레이머는 지난 3월 31일 나이키의 2026회계연도 3분기(2025년 12월~2026년 2월) 실적 발표 직후 엑스에 “나이키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좋아 보인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후 나이키 주가는 급락했고 이날에는 39.09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2014년 9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투자전문매체 인사이더몽키에 따르면 크레이머는 지난달 방송에서 “채리터블 트러스트 포트폴리오에서 이 주식(나이키)를 모두 처분했다"며 “우리는 나이키 때문에 채리터블 트러스트에서 엄청난 돈을 잃었다"고 투자 실패를 인정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크레이머는 2023년 2월 8일 '매드 머니' 방송에서 SVB파이낸셜에 대해 연초 이후 주가가 40% 올랐음에도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취지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한달 뒤 SVB는 파산했다.
2022년에는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에 대한 전망이 화제가 됐다. 크레이머는 2022년 6월 메타 주가에 대해 강한 낙관론을 펼쳤지만 10월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하루 만에 약 25% 폭락하자 방송에서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에 미국에서는 지난 2023년 크레이머가 공개적으로 내놓은 투자 의견과 반대 방향으로 투자하는 '인버스 크레이머 트래커 ETF(SJIM)'가 출시되기도 했다. 크레이머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종목에는 매도 포지션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종목에는 매수 포지션을 취하는 방식이었다.
해당 ETF는 출시 약 1년 만인 2024년 상장 폐지됐지만 크레이머를 인간지표로 활용하려는 투자전략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금융서비스업체 EBC파이낸셜그룹은 올해 1월 '인버스 크레이머 전략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분석을 내놓고 크레이머의 전망과 정반대로 투자하는 전략의 유효성과 한계를 분석하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도 지난 3월 엑스에 “인버스 크레이머는 정말 대단하다"고 적기도 했다.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한편, 국내 증시는 18일 장 초반 강세를 지키지 못하고 하락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55% 내린 6869.83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오전 한때 7216.62까지 치솟으며 전장 대비 3.42% 상승하기도 했지만 점심 무렵 하락 전환하면서 전형적인 '전강후약' 흐름을 보였다. 이에 지난 10일부터 이어졌던 상승 행진도 6거래일 만에 멈췄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장중 각각 4.92%, 8.94% 치솟았지만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삼성전자는 결국 하락 전환해 전장 대비 2.19% 내린 26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고, SK하이닉스는 1.03% 오른 166만2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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