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7월 국내 태양광 셀·모듈 수·출입 통계. 자료=한국무역협회
한국 태양광 셀·모듈 제조 기업들의 미국 수출과 중국산 제품의 국내 시장 수입이 같이 늘어나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는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통상 정책으로 한국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보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 값이 저렴한 중국산 제품이 밀려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한국도 과도한 중국산 제품 점유율 확대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한국무역협회 통계(K-Stat)에 따르면, 올해 1~7월 태양광 셀 수출량은 4298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32.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미국으로 향한 비중이 97.8%(4204톤)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태양광 모듈과 패널 수출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8% 늘어난 1만2639톤을 기록했는데, 이 중 미국으로 간 비중이 40.5%(5114톤)로 가장 많았다. 앙골라 수출이 38.2%(4829톤)로 그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국내 태양광 셀·모듈 제품의 미국 수출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 보급량이 크게 늘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분산형 발전원으로 태양광이 주목받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태양광은 짧으면 몇 달, 길면 1~2년이면 설치와 전력 생산까지 가능하다. 땅이 넓은 북미 지역에서는 부지와 일조량 확보가 쉬워 태양광으로도 수백 메가와트(MW)에서 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비(非)중국산 태양광 공급망 강화도 수출이 늘어난 배경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범위에 태양광도 포함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왔다. AMPC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 정부가 지정한 해외우려기관(FEOC)에서 생산한 제품을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FEOC로 분류된 기관들은 대개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이란 같은 국가 소속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는 중국산 태양광 셀과 모듈·패널의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태양광 셀과 모듈의 전체 수입량은 각각 1688톤과 13만6692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2.5%, 19.7% 늘었다. 이 가운데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셀 97%(1637톤) △모듈·패널 99.6%(13만6117톤)으로 거의 대부분이었다.
국내 태양광 시장은 별다른 무역 규제가 없어 값싼 중국산 제품이 사실상 시장을 휩쓸고 있다. 전력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국내 태양광 보급량은 33GW로 1년 전보다 약 13.8% 증가했지만 규모 자체가 작다. 이마저도 태양광 셀 중 중국산 비중이 약 95%이고, 모듈도 60%가량이라 국내 태양광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중국에 밀리는 모습이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은 국내 태양광 제조 기업들의 실적에도 나타났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2분기 태양광 중심의 큐셀부문에서 매출이 2조48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6% 증가했고, 이 영향으로 전체 매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4.7%(2조5056억원)로 7.1%포인트 상승했다.
▲경기 파주에 위치한 문산정수장 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사진=이현진 기자
HD현대에너지솔루션도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1650억원으로 23.4% 늘어났는데, 이 중 미국에서 낸 매출의 비중이 40%로 1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태양광 모듈 부문에서는 국내 매출이 72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소폭 줄어든 반면, 미국 매출이 658억원으로 3배 넘게 확대됐다.
OCI그룹의 경우 미국 태양광 사업 지주사인 OCI엔터프라이즈가 500메가와트(MW)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 매각 성과로 204.5% 증가한 1340억원의 매출을 냈다.
향후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를 근거로 발표한 태양광 공급망 관련 무역조치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2월 초부터 폴리실리콘과 파생상품에 대해 관세 15%와 최저수입가격을 적용하는 무역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관세 15%는 폴리실리콘 잉곳과 웨이퍼, 태양광 셀·모듈에 적용되고, 최저수입가는 폴리실리콘 단계부터 적용된다. 특히 태양광 셀과 모듈에 와트(W)당 0.22달러, 0.38달러의 최저수입가격이 적용된다.
이 같은 조치로 올해 하반기부터 비중국 태양광 공급망 구축에 더 큰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저가이면서 품질이 낮은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동시에 비중국산 제품 사용이 더 유리한 시장 환경을 만들면 태양광 셀·모듈 경쟁력을 갖춘 한국에 유리해진다. 다만 최저수입가격이 미국 현지 기업들의 평균 공급 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된 점을 고려하면 시장 상황과 프로젝트별로 유·불리가 갈릴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빠르면 내년부터 이른바 '한국판 IRA' 정책으로 태양광 등 6대 품목을 대상으로 국내 생산과 판매량에 비례한 세액공제를 적용할 예정이지만,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폴리실리콘 관세 조치로 단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의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직 세부 시행지침이 발표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있어 미 상무부의 후속 조치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생산세액공제 신설은 국내 태양광 제조 생태계를 보호하고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다만 세제지원의 효과를 높이려면 생산 지원과 함께 국산 셀·모듈에 대한 실질적인 국내 시장 수요 확대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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