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사건 허위 종결 등 혐의를 받는 A 경장이 24일 오전 체포적부심사를 받으러 가기 위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관이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 처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장윤기 살인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논란에 이어 이번에도 여파는 정치권의 형사사법 체계 개편 논쟁으로 번졌다. 경찰이 수사와 사건 종결을 전적으로 주도하는 구조에서 경찰을 통제할 외부 장치 부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24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은 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A 경장은 지난 5월 15일 30대 여성 고(故)장미란씨의 실종 신고를 받은 뒤 2시간 30분 만에 사건을 임의 종결했다.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고 가족에게 설명한 뒤 시스템에서 신고를 삭제했으나, 실제 안전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경찰청은 이날 오전 제주시 한림읍 인근에서 합동 수색 중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실종 신고 후 101일 만에 발견된 시신은 부패가 진행돼 신원을 알 수 없는 상태다. 경찰은 감식을 통해 신원 및 사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 같은 허위 처리는 60대 남성 B씨 사건에서도 반복됐다. A 경장은 지난달 2일 B씨의 실종 신고를 받은 뒤 5시간 30여 분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가족이 이후 두 차례나 재신고를 했음에도 묵살당했다. 결국 장씨 사건 보도 이후 B씨 가족의 재신고로 뒤늦게 수색에 나섰지만, B씨는 최초 신고 51일 만에 제주시 구좌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B씨의 아들은 “경찰 말만 믿고 기다렸는데 시신으로 돌아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사건은 민주당이 추진해 온 형사사법 체계 개편의 핵심인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맞물려 여야 간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제주 실종사건 경찰의 허위 종결 참사, 국가 치안 시스템의 붕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참담한 사건"이라며 “당장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강행한 형소법 개악, 10월 2일 시행부터 즉시 유예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에서 “경찰이 처리하는 사건을 모두 검찰로 송치해 최소한의 재확인과 감시, 견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검사가 서류만 보고 사건암장이나 부실수사, 부패를 확신할 수 없을 때는 직접 보완수사를 해서 진실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을 비난하면서도 제도 개혁은 경계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진짜 경찰을 죽일 수도 없고 살릴 수도 없고, 염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기회가 있기 때문에 경찰이 심기일전해서 다시 한 번 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도 좋다. 저는 그렇게 본다"라고 말했다.
개선책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사고가 안 터지게 봐야 한다. 새로운 시스템이 갖춰지면 중수청이나 공수처에서 잘하도록 자꾸 감독하고 채찍질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전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제주 경찰 허위 종결 논란과 관련 “추후에 문제점이 있다면 보완책들을 하나하나 마련하겠다"고 했다. 문대림 민주당 의원은 수사권 조정 대신 실종사건 이중 확인 의무화와 실종자 프로파일링 기록 수정·삭제 시 상급기관 통보 등 재발 방지책만 제안했다.
초기 대응이 생명인 실종사건에서 허위 보고 하나로 현장 투입 자원이 원천 차단된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담당자가 입력한 결과를 상급자가 재검증하지 못했고, 피해 가족의 거듭된 재신고마저 걸러내지 못한 시스템적 결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은 전국 관서의 실종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는 한편, 담당자가 실종 해제를 요청하더라도 관리자의 최종 승인을 거치도록 시스템 개선에 착수했다. 정치권에서는 경찰 수사권을 둘러싼 근본적인 견제와 균형 재정립 논의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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