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내 에너지 소비 증가세가 멈춰 서고 있다. 석유화학과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의 부진으로 2030년까지 국내 총에너지 수요가 연평균 0.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반도체 산업 성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보급 영향으로 전력 수요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기 에너지수요전망(2026~2030)'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총에너지 수요는 2025년 3억600만toe(석유환산톤)에서 2030년 3억820만toe로 연평균 0.1%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직전 5년(2020~2025년) 연평균 증가율(1.0%)과 비교해 증가세가 1/10로 급격히 꺾인 수치다.
특히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하는 산업 부문의 에너지 수요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보고서는 최종 소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 부문 에너지 수요가 2025년 1억2860만toe에서 2030년 1억2300만toe로 줄어들어 연평균 0.9%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전체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산업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5년 61.1%에서 2030년 59.6%로 떨어져 60%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됐다.
산업용 수요가 급감하는 핵심 원인은 국내 산업 부문 에너지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적 침체와 설비 감축이다.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상승과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통폐합 등 대규모 사업재편에 돌입하면서 원료용 석유 소비가 빠르게 줄고 있다. 실제로 대산·여수 등 주요 산단의 생산 조정 여파로 2030년까지 산업 부문 석유 수요는 연평균 2.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중기에너지수요전망
여기에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철강·시멘트용 석탄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제철용 석탄 수요는 글로벌 철강재 공급과잉 상황 지속, 미·중 갈등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확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등으로 철강재 생산이 위축되어 2030년에 3200만톤(2025년 수준)으로 예상되고, 시멘트용 석탄 소비는 건설업의 저성장 기조와 가연성 폐기물로의 연료 대체 지속으로 연평균 1% 미만의 완만한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또한 석탄발전 설비 용량도 2025년 말 40.0GW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LNG발전 전환 등으로 2030년에는 31.1GW 수준까지 축소될 전망이다.
수송부문 수요는 2030년까지 연평균 0.6% 감소해 2030년 2억352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객 이동 수요 증가 등으로 휘발유 수요가 증가하나, 경유차 감소로 경유 수요가 빠르게 줄어 전체 석유 수요는 완만하게 감소할 전망이다.
화석연료 중에서도 탄소 배출이 가장 적은 가스 최종 수요는 도시가스의 소폭 감소에도 직수입 천연가스의 증가로 전망 기간 연평균 0.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 부문 가스 수요는 중동 전쟁에 따른 LNG 도입단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26년 소폭 감소하나 2027년부터 지속 증가하며 2025~2030년 기간 연평균 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건물 부문 도시가스 수요는 2025~2030년 기간 난방도일이 연평균 0.3% 감소하는 가운데 정부의 히트펌프 보급 활성화 정책에 따라 도시가스 수요가 일부 전기로 전환되면서 전망 기간 동안 연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대표적 화석연료인 석탄, 석유는 감소하지만, 전기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국내 전기 수요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1.5% 증가해 2030년 578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에너지 수요 증가율(0.1%)보다 15배나 높은 수치이다.
다만 전력 소비 내부에서도 업종별 양극화가 뚜렷하다. 산업용 전기 수요는 같은 기간 연평균 0.4% 증가하는 데 그치는 반면, 가정용 수요는 1.4%, 상업·공공용은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이상기온에 따른 냉방 수요 증가 등이 전력 소비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수송용 전기 수요 역시 연평균 19.3% 급증할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와 AI 데이터센터 조성이 본격화하면서 2028년부터 산업용과 상업·공공용 전기 수요 증가세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이에 따라 2030년에는 상업·가정 등 건물 부문의 전기 소비 비중이 51.6%에 달해 산업용(45.6%)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망 기간 연평균 2.1% 성장하더라도, 에너지 다소비업종의 구조적 침체와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으로 인해 에너지 소비 증가세는 경제성장률을 크게 밑돌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에너지원단위(toe/백만원) 개선은 가속화되겠지만, 이는 기술 혁신뿐 아니라 제조업 부진에 기인한 '불황형 개선' 측면이 큰 만큼 산업 체질 개선과 국가 전력망 정책의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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