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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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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어때] 작은 심장 달고 경쾌한 질주…‘4기통의 반전’ 벤츠 ‘AMG SL 43’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9.09 17:38

2.0ℓ 4기통 터보에 421마력…제로백 4.7초
60㎞/h 이하 주행 중 ‘15초’ 소프트톱 개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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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AMG SL 43'의 전면. 사진=박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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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AMG SL 43'의 측면. 사진=박서현 기자

산뜻하다. 선명한 노란색 차체 위, 보닛과 펜더의 굴곡이 매끄럽다. 낮고 넓게 뻗은 전면부에는 세로형 AMG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램프가 강렬함을 더한다. 길고 납작한 보닛을 따라 옆으로 눈을 옮기면 볼륨감 있는 뒤태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이어진다. 후면 범퍼 아래 자리한 네 개의 원형 배기구는 AMG 스포츠카다운 역동적인 정체성을 보여준다. 옆에서 보면 실내를 뒤쪽으로 밀어 넣은 전형적인 로드스터의 비율도 선명하다.


소프트톱을 열면 분위기가 한번 달라진다. 헤드레스트와 등받이가 하나로 이어진 브라운색 시트가 그대로 드러나며 부드러운 느낌을 전한다. 낮게 누운 앞유리와 차체 안쪽으로 파고든 캐빈 덕분에 운전석에 앉으면 차를 타고 있다는 느낌보다 차와 함께 바람을 가른다는 느낌에 가깝다. 눕다시피 앉는 스포츠카 특유의 자세를 감안하면 시야도 편안한 편이다. 차체는 길이 4705㎜, 너비 1915㎜, 높이 1365㎜로 낮고 넓지만, 운전석에서는 주변 상황을 살피는 데 큰 불편이 없다.


지난 8월 메르세데스-벤츠의 럭셔리 로드스터 '메르세데스-AMG SL 43'을 타고 도심과 고속도로를 누비며 스포츠카와 데일리카를 오가는 두 얼굴을 만끽했다.




첫인상의 산뜻한 느낌은 주행감으로 이어졌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엔진음이 가볍고 경쾌하게 울렸다. V8 엔진의 낮고 굵은 소리와는 또다른 매력이다. 도로에서도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대로 차가 즉각 방향을 바꾸고, 가속 페달을 과격하게 몰아붙이지 않아도 움직임 하나하나가 재빠르다. SL 43에는 AMG의 '원맨 원엔진' 철학이 적용된 2.0ℓ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타보기 전 4기통이라는 숫자만 봤을 때는 'SL'이라는 명성에 비해 엔진이 작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운전대를 잡으니 걱정이 무색할 만큼 힘 있게 차체를 밀어붙였다.


도심에서 컴포트 모드로 달릴 때는 가속 페달을 밟아도 차분하게 속도를 끌어올렸다. 브레이크 페달은 다소 단단한 느낌이지만 반응이 지나치게 예민하지 않아 힘을 조절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차체가 낮고 넓은 스포츠카라는 점을 감안해도 시내에서 생각보다 편하게 다룰 수 있었다. 드라이빙 어시스트 기능도 적극성보다는 편안함에 맞춰져있다. 차선 이탈 방지나 브레이크 어시스트 등이 운전자가 적극적인 개입을 체감할 만큼 두드러지지 않아 오히려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SL 43에 탑재된 2.0ℓ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421마력, 최대토크는 51㎏·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인 제로백은 4.7초다. 일상적인 시내 주행에서는 의외로 편하고 얌전했던 주행감이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바꾸자 완전히 달라졌다.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반응이 훨씬 빨라지고 속도가 붙는 과정도 더 직선적이고 강해졌다.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이 날카로워지면서 배기음도 한층 크고 선명했다.


변속기는 AMG 스피드 시프트 MCT 9단을 적용했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달리 토크컨버터 대신 클러치를 활용해 엔진의 힘을 변속기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엔진의 힘을 빠르게 전달하면서 기어도 신속하게 바꿀 수 있다. 실제 주행에서는 제로백 4.7초라는 공식 제원보다 차가 속도를 끌어올리는 과정이 더 빠르게 느껴졌다. 변속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가속감이 끊기지 않고, 4기통 엔진이라는 사실도 잠시 잊게 만들었다.


엔진의 존재감이 한 번 더 선명하게 느껴진 순간은 신호 대기 때였다. 스타트-스톱 기능이 작동해 엔진이 꺼졌다 다시 켜질 때 소리와 진동이 생각보다 또렷하게 전해지며 스포츠카다운 엔진의 존재감을 느끼게 했다. 벤츠는 SL 43에 48V 온보드 전기 시스템과 2세대 벨트 구동식 스타터 제너레이터를 적용했다. 엔진의 반응을 빠르게 하고, 정차 후 다시 출발할 때 동력 전달을 돕는 장치다. 덕분에 신호가 반복되는 도심에서도 답답하다는 느낌이 크지 않았다.


명색이 1952년부터 이어진 SL의 오픈톱 모델인데 소프트톱을 안 열어볼 수는 없었다. 시내도로와 고속도로에서 모두 소프트톱을 열고 달려봤다. 소프트톱은 시속 60㎞ 이하라면 주행 중에도 열고 닫을 수 있어 편리하다. 센터 디스플레이를 터치하거나 하단의 물리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개폐에는 약 15초가 걸린다. 주행 중에는 정면을 응시해야 하는 만큼 소프트톱이 완전히 열리거나 닫혔는지 뒤를 돌아 확인하기 어렵지만, 작동이 끝나면 알림음으로 상태를 알려준다.


고속도로에서 소프트톱을 연 채 속도를 시속 120㎞까지 높여봤다. 바람은 당연히 거셌지만 예상만큼 얼굴을 직접 때리지는 않았다. 낮게 누운 앞유리와 측면 유리가 바람을 상당 부분 막아줘 오픈톱 주행에서도 생각보다 여유가 있었다. 속도를 낮춰 주변 풍경을 즐길 때나 속도를 높여 달릴 때나 소프트톱을 열었다는 사실 자체가 주행의 재미를 더했다. 밤에는 은은한 앰비언트 라이트가 실내 분위기를 한번 더 살렸다.


오픈톱 주행을 고려한 세심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11.9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는 햇빛이 강한 날에도 화면이 잘 보이도록 자동으로 각도를 조절한다. 실제로 해가 내리쬐는 한낮에 소프트톱을 열고 달렸지만 화면에 빛이 심하게 반사돼 불편한 일은 없었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소프트톱 조작을 비롯한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으면서도 이를 빼곡하게 늘어놓기보다는 필요한 기능만을 비교적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SL 43은 지난해 2월 국내 출시됐다. 기존 SL 63에 이어 추가된 트림으로 시승차인 2025년형 SL 43의 가격은 1억5700만원, 현재 판매되는 2026년형은 1억6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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