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항공유 수출이 지난달 들어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단가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해 윤활기유에 이어 국내 정유업계의 효자 수출품목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사진=챗GPT
글로벌 중간유분 수급불균형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한국의 항공유 수출이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단가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해 윤활기유에 이어 국내 정유업계의 효자 수출품목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정부 조치로 수출 확대에 제약을 받고 있는 업계에 실적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항공유 수출 규모는 지난달 총 136만7010톤(t)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108만8303t 대비 25.6% 증가한 수치로, 최근 5년간 월별 수출 물량으로는 지난 2022년 8월(147만9177t)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수출단가(t 당) 역시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항공유 수출단가는 약 1098.3달러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61.1% 높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수출 단가는 △2021년 594달러 △2022년 1026.7달러 △2023년 837달러 △2024년 763.7달러 △2025년 691.8달러로 파악됐다.
경유와 등유, 항공유를 비롯한 중간유분(경질유와 중질유의 중간정도 끓는 점에서 생산되는 석유제품)은 핵심 산지인 러시아와 중동의 생산·공급 차질이 지속 심화하면서 세계적인 공급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특히 중동·러시아산 제품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경우, 중동전쟁 여파로 수급불균형이 장기화하면서 역내 비축 재고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럽향(向) 수출 실적도 가파른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한국의 유럽향 항공유 수출 물량은 총 56만4067t으로, 지난해 총 수출량(82만6604t)의 68.2%에 달했다. 수출단가(t당) 역시 지난해 평균 907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1110달러로 22.4% 뛰었다.
▲한국 항공유 수출 규모 및 단가 추이. 그래픽=박주성 기자
항공유의 경우, 정제설비를 통해 얻은 등유를 고도화설비에 투입해 생산하는 구조다. 북반구 동절기를 앞두고 난방용 중간유분의 재고 확보 수요가 확대될 경우 정유사들의 중간유분 생산 배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등유계 유분을 공유하는 항공유와 난방용 연료 간 생산 경쟁이 심화되면서 항공유 수급도 추가로 타이트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글로벌 공급부족 사태로 한국의 수출 실적이 급격한 성장 흐름을 보이면서 항공유가 올 하반기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정유사의 항공유 매출 비중은 점유율 1위인 에쓰오일 기준 지난해 약 13% 수준을 보였다.
특히 항공유는 추가적인 수출확대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실적 기여 가시성이 높다는 평가다. 경유나 등유 등 타 중간유분 제품과 달리 정부의 수출제한 범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통상부는 지난 3월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함께 과잉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해 각 정유사의 휘발유와 경유, 등유 수출 물량이 전년 대비 100% 수준(월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막아뒀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경유와 항공유는 같은 중간유분으로 분류되지만 투입되는 원유나 증류 방법에 따라 생산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며 “어느 한 쪽의 경제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증류 과정에서 생산 비율을 일부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실제 생산비율 조정 단계에 들어가더라도 국내 타 유종의 수급지형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본다. 산업부가 시행 중인 '매점매석 고시'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 등유의 국내시장 반출량을 전년 동월의 9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항공유 수출 확대를 통한 하반기 실적 성장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해상운임의 기록적인 상승과 중동발 통항 차질 등으로 각 정유업체의 원유 조달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는 항공유 수출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원유 도입 비용 등 조달 여건이 좋지 않아 원가 부담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매점매석 고시에 따라 의무적으로 내수 공급 물량을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특정 석유제품만 더 많이 생산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각 업체의 실제 생산 여건에 따라 항공유 수출 수혜도 다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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