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악수하는 미중 정상(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세계 양대 경제대국 사이에 장기간 이어져 온 갈등을 해소할 만한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23일(현지시간) 저녁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맞이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공항에 나가 외국 정상을 맞이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평소 공개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영부인'으로 불리는 멜라니아 여사도 시 주석 부부를 환대한다. 시 주석이 미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 최고 수준의 예우에 나서는 셈이다.
24일에는 백악관에서 공식 환영식이 열린다. 미군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육군 트럼펫 연주단이 환영 팡파르를 울린 뒤 해병대 군악대가 중국과 미국의 국가를 차례로 연주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영사와 시 주석의 답사도 예정돼 있다.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는 육군과 해병대 군악대 등이 참여하는 사열식이 진행된다. B-2 스피릿 전략폭격기 1대와 F-22 랩터 전투기 4대가 참여하는 축하 비행도 예정돼 있다. 미군의 최정예 공중자산까지 동원해 시 주석을 환영하는 것이다.
정상회담은 환영식 이후 열린다. 양국 정상은 핵심 각료들과 함께 무역과 대만 문제를 비롯한 민감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모두 이번 정상회담에서 극적인 합의나 심각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 20일부터 정상회담 의제 조율에 나선 미중은 사전 협상이 건설적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했지만 오는 11월 10일 만료되는 관세 휴전을 연장하는 데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당장 연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며 “양측 모두 연장을 원하기 때문에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뚜렷한 합의가 나오지 않더라도 시 주석의 이번 국빈 방문 자체가 유의미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에드가드 케이건은 “방문 자체가 메시지"라며 “이번 방문의 주요 목표와 관련해 백악관이나 중국 어느 쪽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명확한 신호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이 이번 방문을 바라보는 방식은 관계를 관리하는 데 매우 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이 구체적인 성과보다 관계 관리에 무게를 두는 배경에는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희토류와 인공지능(AI), 대만 문제, 반도체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언제든 충돌로 번질 수 있는 현안을 관리하면서 현재 불안하게 유지되고 있는 무역 휴전을 얼마나 연장할 수 있느냐가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 이견이 표면화하거나 충돌이 불거질 경우 무역 휴전이 무산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관세 전쟁이 다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과잉생산 관세' 발표를 정상회담 이후로 미룬 점과 중국 기업들이 미국산 대두 구매에 나선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지난 5월 중국 중난하이에서 차담회를 가진 미중 정상(사진=AP/연합)
이번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에게 민감한 시기에 열린다는 점도 양측이 충돌을 피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80세인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임기 후반 정치적 영향력이 크게 약화하는 이른바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73세인 시 주석 역시 역사적인 4연임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부진한 경제 성장과 높은 청년 실업률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아시아 그룹의 브렛 퍼털리는 “현재와 같은 정치적·기술적 상황에서 대화를 통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느 쪽도 모르는 점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중국의 이번 정상회담 목표로 미국이 중국의 AI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는 인식을 완화하는 동시에 대만 문제에서 중국의 핵심 원칙을 지키는 것을 꼽았다.
그는 “미국의 무기 제조가 자국 내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속도를 늦추고 판매 물량을 줄이는 것은 달성 가능한 목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지나치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개인적 관계를 반복해서 강조해왔다. 두 정상이 마지막으로 베이징에서 만났을 당시 촬영된 사진도 백악관 웨스트윙 벽에 눈에 띄게 걸려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CSIS의 중국 전문가인 스콧 케네디는 “미국은 사실상 시진핑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미국은 실제로 어떤 의미 있는 방식으로도 중국을 제약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 상원 군사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의원도 22일 상원 연설에서 “백악관이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면 대통령에게 시진핑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이처럼 호화로운 환영 행사를 하지 말라고 제안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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