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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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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日 생맥주 판매 1위 ‘기린 이치방’, 전주서 만든다…제법 ‘그대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10.12 09:00

하이트진로, '기린 이치방 시보리 한국 생산 개시 간담회' 개최

수입 파트너로는 아시아 첫 기린 라이선스 생산…초도 150만ℓ

기린 효모 공수해 국내 배양…세 차례 이상 시험생산 거쳐 승인

첫 번째 짜낸 맥즙만 사용하는 제법…국내 일본 생맥주 판매 1위

수입 유통 한 달 반에서 1~2주로…내년 판매량 75% 국내 생산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장인섭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장인섭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송민규 기자


“일반적으로 맥주는 첫 번째 짜낸 맥즙과 두 번째 짜낸 맥즙을 혼합해 만드는데, 이치방 시보리는 올몰트의 첫 번째 짜낸 즙만 사용합니다."


권광조 하이트진로 프리미엄 권역장은 지난 8일 경기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린 이치방 시보리 한국 생산 개시 간담회'에서 이치방 시보리 제법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원료인 맥아 본연의 진하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이치방 시보리 브랜드만의 콘셉트"라고 덧붙였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지난 7월 일본 기린과 기술제휴협정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에 따라 '기린 이치방 시보리' 캔 제품을 전북 전주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기린이 자본관계가 없는 아시아 수입 파트너사에 생산 라이선스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담회장에서는 첫 번째 맥즙과 두 번째 맥즙을 한 잔씩 맛볼 수 있었다. 두 잔은 색부터 달랐다. 첫 번째 맥즙은 짙은 노란빛을 띠었고 두 번째 맥즙은 눈에 띄게 연했다.


첫 번째 맥즙은 보리의 진하고 고소한 맛에 단맛이 겹쳤다. 엿기름을 응축한 듯한 맛이다. 엿기름 특유의 향을 꺼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기자에게는 취향에 맞았다.


두 번째 맥즙은 같은 맥아에서 나왔는데도 비교적 묽고 가벼웠다. 진한 맛과 고소함, 단맛이 모두 한결 덜했다.


맥즙은 분쇄한 맥아를 더운물에 섞어 당분을 우려낸 액체다. 당화를 마친 맥아죽을 거를 때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이 첫 번째 맥즙이고, 걸러진 맥아에 더운물을 다시 부어 받아낸 것이 두 번째 맥즙이다.


일반적인 맥주는 두 맥즙을 섞어 만든다. 맥아에 남은 당분까지 거둬 같은 양의 원료로 더 많은 맥즙을 얻을 수 있어서다. 다만 두 번째 맥즙에는 맥아 껍질에서 우러난 떫은 맛이 더 묻어난다.


맥즙의 단맛은 발효 과정에서 대부분 알코올로 바뀐다. 첫 번째 맥즙만으로 만든 이치방 시보리는 잡미 없이 맑게 넘어갔고, 넘긴 뒤에는 맥아의 고소한 맛이 은은하게 남았다. 첫 번째 맥즙만 쓸지 두 맥즙을 섞을지는 맥주가 지향하는 맛에 따라 갈린다. 첫 번째 짜낸 맥즙만 사용


'이치방 시보리(一番搾り)'는 일본어로 '첫 번째로 짜낸'이라는 뜻이다. 기린은 1990년 첫 번째 맥즙만 쓰는 제법으로 맥주를 내놓으면서 제법 이름을 그대로 제품명으로 붙였다. 기린 일본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치방 시보리에는 기린의 다른 맥주보다 맥아가 1.5배 들어간다.




첫 번째 맥즙만 쓰면 같은 양의 맥아에서 얻는 맥즙이 줄어든다. 일본 '프레지던트'지에 따르면 일본 맥주업계에는 '맥즙 한 방울은 피 한 방울'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맥즙을 허투루 쓰지 않는 문화가 배어 있다. 이치방 시보리 개발 당시 기린 전국 공장장 회의에서는 한 원로 공장장이 개발팀원에게 “이런 무모한 상품 개발을 막으라고 자네를 보낸 것"이라며 질책하기도 했다는 일화도 있다.


기린은 지금도 일본 공장 견학 코스에서 두 맥즙을 나란히 맛보게 한다. 색과 맛의 차이를 직접 확인하라는 취지다.


이치방 시보리 제법을 설명한 판넬. 사진=송민규 기자

▲이치방 시보리 제법을 설명한 판넬. 사진=송민규 기자

◇ 기린 기술진 생산 현장 참여…국내 생산분도 일본 보내 정기 검증


기린 기술진은 1년 넘게 이어진 초기 세팅 기간 전주공장 생산 현장에 참여했다. 전주공장은 양조 온도와 시간, 원료 배합 비율, 최종 제품 규격까지 기린이 수치로 정해둔 생산 기준을 따른다.


핵심 원료인 효모는 기린 생산공장에서 직접 받아 전주공장에서 배양한다. 맥아와 홉 등 나머지 원재료도 기린이 정한 원산지와 규격에 맞춰 쓴다. 권 권역장은 “효모는 따로 구할 수가 없다"며 “기린 이치방 시보리 효모이기 때문에 생산하는 공장에서 직접 공수해 배양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기린이 모든 원재료에 스펙 기준을 두고 있어 기준에 맞는지,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모두 확인하고 충족했다"며 “전주공장에서 사용하는 물이 좋아 조정에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생산 승인은 기린 기준을 세 차례 이상 통과해야 받을 수 있다. 하이트진로는 라이선스를 받은 7월에 앞서 약 1년간 세 차례 이상 시험생산을 진행했다. 전주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일본으로 보내 관능검사(사람이 직접 미각, 후각 등 감각을 활용해 품질을 평가하는 검사)와 수치 분석을 받았고 기린이 정한 기준을 충족해 국내 생산 승인을 얻었다.


생산이 시작된 뒤에도 국내 생산분을 일본으로 보내 수치 데이터 평가와 정기 관능검사를 받는다. 양사 기술진은 상시 소통 채널을 열어 정기 기술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 하이트진로, 캔 제품부터 국내 생산…기존 설비로 대응


국내 생산 대상은 캔 제품이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캔은 국내 기린 이치방 시보리 판매량의 약 75%를 차지한다. 초도 생산량은 약 150만ℓ로 500㎖ 캔 300만개 분량이고, 내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75% 수준을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올해 예상치를 포함한 2020년 이후 이치방 시보리의 연평균 판매 증가율은 82.4%이고, 제품별로는 캔이 97%로 가장 높다. 이치방 시보리는 지난해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고 국내 일본 생맥주 판매 1위에 올랐다. 하이트진로는 올해도 판매량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일본 수입맥주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72% 성장했고 2023년부터 수입맥주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권 권역장은 “일본 맥주 성장세가 엄청나다 보니 일본 주세법 등 현지 상황과 한국 내 수요가 맞물려 공급량이 부족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며 “안정적인 공급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린 역시 일본 내수와 해외 수요가 함께 늘어 공급에 제약이 있었고, 하이트진로의 생산 기술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는 게 하이트진로 설명이다.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이 통관을 거쳐 국내에 유통되기까지는 통상 한 달 반가량 걸렸지만 전주공장 생산분은 이 기간이 1~2주로 줄어든다. 관세와 국제 물류 같은 대외 변수에 따른 공급 위험도 낮아진다.


국내 생산분도 기존 수입 물량과 마찬가지로 하이트진로 실적에 반영된다. 하이트진로는 수익 구조에는 변동이 없고 운송비 일부가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절감분은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투자해 소비자 혜택으로 돌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생산 규모는 기존 생산설비로 소화할 수 있어 별도 설비 투자나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하는 단계는 아니다. 하이트진로는 라이선스 비용과 계약 조건을 양사 간 비밀유지 약정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생산분은 이달 첫째 주부터 출고되고 있다. 유통사와 점포마다 기존 수입 제품의 재고 소진 속도가 달라 소비자가 국내 생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점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김동우 전주공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김동우 전주공장장, 장인섭 대표이사, 전장우 연구소장, 권광조 프리미엄권역장. 사진=하이트진로

◇ 하이트진로·기린, 유통 협력 20여년 만에 생산 협력…병·생맥주는 추후 논의


하이트진로와 기린의 인연은 2004년 이치방 시보리 병 제품 수입에서 시작됐다. 2011년 캔과 생맥주까지 포함한 독점 수입·판매 계약을 맺었고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했다.


병과 생맥주의 국내 생산은 캔 제품의 생산 안정성과 공급 체계를 먼저 확보한 뒤 논의할 수 있다는 게 하이트진로 입장이다. 공동 기술개발이나 신제품 개발, 국내 생산분의 해외 수출은 아직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치방 시보리 제법은 기린 이치방에만 적용 가능한 제법이라 다른 제품에 적용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더 많은 기술 교류를 통해 한국 시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과 같은 맛과 품질의 제품을 더 신선하게 맛볼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시음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는 “기린 고유의 이치방 시보리 제법과 원료, 공정, 품질관리 기준을 전주공장에 그대로 적용했다"며 “양사 기술진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으로 일본 현지에서 이어온 이치방 시보리의 맛과 품질을 국내에서도 그대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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