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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유통업계 ‘적과의 동침’ 시대의 득과 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10.13 11:41
조하니 유통중기부 기자

▲조하니 유통중기부 기자


적과의 동침. 라이벌 관계의 기업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도 '더 나은 고객 서비스'라는 명분 아래 각자의 실리를 위해 손을 맞잡는 합종연횡 사례가 두드러진다.


경쟁이 치열한 유통업계에서 동종기업과의 동맹은 극히 이례적이었지만, 지금은 흔한 일이 됐다. 네이버와 컬리는 '컬리N마트'를 통해 장보기 수요를 흡수하고 있으며,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국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그룹과 불편한 동거를 택했다.


티몬 영업재개에 애를 먹고 있는 오아시스마켓은 최근 토스쇼핑과 제휴를 맺어 숨통 틔우기에 나섰다. 주요 편의점·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들도 배달 앱·종합 이커머스를 막론하고 온라인 접점 강화를 위해 입점처를 확대해 왔다.




한때 경쟁업체였던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난다. 협업 제휴와 인수합병은 그 방식은 다르지만 방향성은 같다. 자체 역량을 키우는 대신 이미 경쟁력을 갖춘 회사와 하나로 묶이는 것이다. 미국 우버 테크놀로지는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인수를 추진하며 국내 배달시장 재도전에 나섰다.


사용자·입점업체 등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유통업체가 연합 전선을 형성하는 배경에는 서로 다른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상호 보완한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이용자가 많을수록 서비스 가치가 극대화되는 플랫폼 시장의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하면, 개별 기업 입장에서 협업은 효과적인 전략이다.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을 써가며 출혈 경쟁을 이어가기보다 차라리 경쟁사와 손잡는 것이 이익 측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이 녹아들어 있다. 혼자 확보하기 힘든 이용자·데이터를 공유해 서비스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하지만 적과의 동침 전략이 기본 문법처럼 여겨지면서 뒤따르는 문제도 없지 않다. 개별 기업 간 경쟁이 아닌, 대규모 기업끼리 손잡는 생태계가 대세가 되고 거대 플랫폼 간 동맹이 갈수록 공고해진다면 네트워크 밖에 있는 신규 사업자·소규모 플랫폼은 시장 진입마저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갈수록 소비자의 요구·취향이 세분화되는 흐름 속에서 플랫폼업계가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떻게 차별화를 이룰까'다. 진정한 서비스 혁신을 추구한다면 동맹의 덫에 갇히기보다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자생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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