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정치 여정을 관통하는 흐름은 아니러니하게도 '자신을 발탁하거나 권력의 중심에 세워준 주류 세력 또는 대통령들과의 잇따른 갈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이재명 대통령과 여권 주류를 향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내면서 여권 내부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검찰개혁 방향과 인사를 둘러싼 이견에 경기도 재정 문제까지 겹쳤다. 차기 대권 구도에서 추 지사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친명계와의 갈등도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추 지사는 1995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추다르크'로 불리며 민주당 최전선에 섰고, 6선 의원과 민주당 대표, 법무부 장관을 거쳐 경기도지사에 올랐다.
최근 갈등은 검찰개혁의 주도권을 둘러싼 노선 차이에서 시작됐다. 추 지사는 국회 법사위원장 시절 검찰개혁을 주도한 인물이다. 현 여권 지도부의 개혁 방향과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선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이 대통령과 여권 주류는 개혁의 속도와 인사 판단을 둘러싼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민석 전 총리 등 여권 핵심 인사들도 추 지사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갈등이 번졌다.
◇ 검찰개혁·차기 권력·경기도 채무…세 갈래 충돌
차기 권력 구도도 갈등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추 지사는 검찰개혁이라는 선명한 의제와 광역단체장이라는 행정적 기반을 함께 확보하며 여권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당내 유력 대권 잠룡으로 부상한 만큼 이재명 주류 세력과 당권파가 그의 체급을 경계한다는 시각이 있다. 추 지사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차기 권력 구도를 둘러싼 긴장도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경기도 재정 문제도 갈등의 한 축이다. 추 지사는 전임 도정에서 이어진 채무 부담을 문제 삼으며 재정 긴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기도가 제시한 채무 규모는 약 7조5000억원이다. 이재명 지사 시절 약 2조1000억원과 김동연 지사 시절 약 5조4000억원을 합산한 수치다. 채무의 산정 범위와 구성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두 전임 지사의 책임으로 일괄 귀속하는 데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도 재정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재정 위기 판단의 근거와 전임 도정의 책임을 따졌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추 지사의 예산 삭감과 소통 방식을 둘러싼 비판이 나왔다. 추 지사는 채무 상환 부담을 강조하며 재정 긴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여당 의원이 6선 출신 원로 정치인인 추 지사를 향해 고성을 내거나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검찰개혁과 재정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다. 다만 추 지사가 개혁 노선과 도정 운영을 둘러싸고 여권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정치적 긴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9월 21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북부청사에서 열린 제16차 경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탄핵 찬성부터 '추·윤 갈등'까지 과거사
추 지사의 정치 이력에서 대통령과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첫 번째 사례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였다. 추 지사는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삼보일배'로 속죄의 뜻을 보였지만, 친노 세력과 등을 돌렸고, 총선에서도 낙선했다. 추 지사는 훗날 자신의 선택을 정치적 실수라고 인정했다.
추 지사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법무부 장관으로 다시 권력의 중심에 섰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이른바 '추·윤 갈등'을 벌이며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갈등 끝에 2020년 12월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추 지사는 퇴임 이후 장관직에서 물러난 것이 “자의가 아니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청와대의 압박에 밀렸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문재인 정부 퇴장과 함께 사라지는 듯했던 추 지사는 2024년 총천을 통해 화려하게 컴백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경기 하남갑에 전략공천을 받은 덕분이었다. 이어 추 지사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며 여권 잠룡으로 몸집을 불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검찰개혁과 인사 문제를 놓고 대통령과 다시 대립하고 있다.
이 같은 추 지사 행보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린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은 한다는 이미지는 강성 당원과 진보 진영 일부의 강한 지지를 얻는다. 반면 집권 세력 내부의 통합을 해치고 국정동력을 스스로 갉아먹는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이 횡보 국면인 만큼 앞으로도 추 지사가 정치 현안에 대해 자신만의 색깔을 선명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통령과 결이 다른 목소리가 커질수록 청와대와 민주당 주류의 부담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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