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취재본부 손중모기자
불길이 잡힌 뒤에도 현장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검게 그을린 방화복과 잔해가 남은 자리에는 다친 대원의 치료가 이어지고, 동료가 무사하기를 기다리는 가족의 시간이 시작된다.
10월 16일 경기 부천의 한 금속부품 도장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도 그랬다.
진압에 나선 소방대원 2명이 중상을 입었고, 그중 한 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다른 대원 3명도 열탈진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공장에 다량의 인화성 물질이 있었던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는 보도까지 더해지며, 화재 현장이 대원들에게 얼마나 급박하고 위험했는지를 보여줬다.
그런데 바로 그 시기,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말이 또 다른 파장을 낳았다.
추 지사는 국정감사에서 소방을 두고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표현했다.
발언의 맥락은 소방 인건비와 사업비 부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재원 분담 문제였다.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의 재정을 지방정부가 상당 부분 부담하는 구조를 지적하고 국비 지원 확대를 요구하려는 취지였다는 설명도 나왔다.
그러나 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는 것과,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을 '골치 아픈 재정 빨대'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재정 부담의 구조를 바꾸자고 요구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몫을 지방정부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재원 분담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따지는 과정에서 현장 대원들이 예산을 잡아먹는 조직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
소방 예산은 불필요한 지출이 아니라 화재와 재난으로부터 시민을 지키는 필수 비용이다.
그 비용을 아끼다가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지고, 대원의 안전이 위태로워진다면 그 대가는 결국 시민에게 돌아온다.
사고가 발생한 뒤 정부와 지자체는 대원의 안전을 강화하고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보호는 발표문이나 추모식의 다짐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위험한 현장에 충분한 인원을 투입할 수 있는지, 보호 장비가 화재 현장의 위험에 맞게 갖춰졌는지, 대원이 사고 뒤 치료와 회복을 보장받는지, 재해 보상 신청이 복잡한 절차에 막히지 않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심리적 충격과 외상 후 스트레스에 대한 지원, 오랜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지원도 제도의 일부여야 한다.
소방청의 2025년도 성과관리 계획에는 공무상 요양 신청이 2023년 1,523건에서 2024년 1,757건으로 늘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신청 건수이지 승인된 재해 건수와 같지는 않다.
다만 소방공무원들이 공무 중 부상이나 질병으로 요양을 신청하는 일이 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상담 인력을 확충할 필요성이 정부 계획에 포함됐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제도가 마련돼 있다는 사실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대원이 실제로 제때 도움을 받는지 점검해야 한다.
법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방공무원의 보건·안전·복지 증진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니 대원의 안전을 위한 예산과 인력 확보는 호의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법이 정한 책무를 현장에서 작동하게 만들고 있는지, 그 결과 대원들이 더 안전하게 출동하고 무사히 복귀하고 있는지를 정부와 지자체가 답해야 한다.
소방관의 용기와 헌신을 말하면서, 그들을 지키는 비용을 부담으로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출동할 때마다 대원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사고가 난 뒤에야 '보호하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은 이제 끝나야 한다.
약속이 진심이라면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치료와 심리 회복을 보장하며, 재해 보상과 유가족 지원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예산과 제도로 보여줘야 한다.
부상한 대원의 회복을 바란다. 동시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묻는다.
다음 사고가 난 뒤에도 같은 약속을 되풀이할 것인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대원을 '재정 빨대'라고 부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무엇을 바꿀 것인가.
답은 말이 아니라 예산과 실행으로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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