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박규빈 기자
국정감사는 정부 정책과 기업 활동을 검증하는 자리다. 기업에 추가 제재를 요구하는 국회의 주장도 검증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항공권 가격이 문제라면 어떤 노선에서, 언제부터, 얼마나 올랐는지부터 제시해야 한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12일 배포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관련 보도자료는 이 기본적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제목에는 '고삐 풀린 항공권 가격'을 내걸었지만 공개한 통계는 여객 수와 시장 점유율이었다. 구조적 조치 완료 이후의 평균 운임과 인상률, 경쟁 항공사와의 가격 비교는 없었다. 가격을 문제 삼으면서 가격을 보여주지 않은 셈이다.
의원실의 문제 의식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대형 항공사 간 기업 결합으로 경쟁이 약해지고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그러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실제로 피해가 발생했다는 판단 사이에는 입증의 과정이 필요하다. 높은 점유율만으로 그 간격을 메울 수는 없다.
항공권은 예약 시점과 좌석 등급, 할인·환불 조건에 따라 판매 가격이 달라진다. 그렇다고 비교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좌석 등급별·분기별 평균 운임을 기준으로 2019년 대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인상 한도를 적용해 왔다.
위반을 적발해 제재한 사례도 있다. 공정위는 작년 아시아나항공의 4개 노선 평균 운임 인상 한도 초과에 대해 이행 강제금을 부과했다. 대한항공 측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이 사실을 지울 수는 없다. 동시에 의무 적용 기간에 발생한 과거 위반을 규제 종료 이후의 가격 상승을 입증하는 자료로 대신할 수도 없다. 이번에 문제 삼은 기간의 운임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규제가 왜 종료됐는지도 짚어야 한다. 공정위는 운수권과 슬롯 이전 등 구조적 조치를 이행하면 해당 노선의 운임·공급 제한을 해제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구조적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노선에는 행태적 조치를 계속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경쟁사의 진입이 없다는 이유로 운임과 공급에 관한 의무까지 사라지는 구조가 아니다.
그런 만큼 구조적 조치를 마친 노선의 제한 종료를 기업이 규제의 빈틈을 이용한 결과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 당국이 정한 조건을 이행한 데 따른 절차이기 때문이다. 그 조건이 충분한 경쟁을 만들지 못했다면 제도의 실효성을 따져야 한다. 기업의 조건 위반과 정책 설계의 한계는 다른 문제다.
의원실이 붙인 통계에도 설명이 필요한 변화가 있다. 인천-LA의 대한항공·아시아나 합산 점유율은 2019년 100%에서 올해 상반기 79%로 낮아졌다. 바르셀로나는 100%에서 62%, 로마는 80%에서 59%, 프랑크푸르트는 67%에서 42%로 내려갔다.
합병 전 독립적으로 경쟁하던 두 회사의 점유율을 더한 값과 합병 이후 수치를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하락만으로 경쟁 문제가 해소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로 신규 사업자가 확보한 고객과 경쟁 구도의 변화를 평가에서 빼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추가 제재를 요구하려면 기존 조치가 무엇을 바꿨고, 무엇을 바꾸지 못했는지부터 분석해야 한다.
대한항공의 높은 점유율에는 시장의 선택도 작용한다. 의원실이 인용한 익명 항공업계 임원도 대한항공의 노선망·운항편 수·환승 수요·브랜드 충성도를 경쟁 우위의 배경으로 꼽았다. 소비자가 운항 시간·연결 편의·서비스에 대한 신뢰 등을 비교해 대한항공을 선택했다면 그 결과로 확보한 점유율은 기업 경쟁력의 성과다. 기업이 경쟁하고 소비자가 선택하며 그 선택이 시장 점유율로 나타나는 것이 시장 경제의 작동 방식이다.
경쟁 정책이 보장해야 할 것은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이지 사업자 간 점유율의 균등 배분이 아니다. 운수권과 슬롯 이전 등 정해진 의무를 이행한 기업에 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제재를 요구하려면, 소비자의 선택과 별개로 어떤 경쟁 제한 문제가 남아 있는지 밝혀야 한다. 물론 항공은 규제 산업이기에 높은 점유율 전부를 소비자 선호의 결과로 단정할 수 없다. 그런 것처럼 소비자가 선택해 쌓인 경쟁력까지 규제 실패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
프랑크푸르트 노선도 마찬가지다. 의원실은 트리니티항공의 운항 중단과 철수 가능성을 들어 대한항공 계열의 재독과점을 우려했다. 그런데 같은 자료에 기재된 외항사의 올해 상반기 여객 비중은 약 40.1%다.
트리니티항공이 빠지면 경쟁이 약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외항사의 공급 능력과 증편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은 채 시장의 향방을 단정할 수는 없다. 반납 운수권을 대한항공을 위시한 한진그룹 계열이 재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재배분 기준과 국내외 시정 조치상 조건을 제시해야 검증이 가능하다.
신규 항공사가 들어오지 않는 이유도 조사 대상이다. 의원실 스스로 항공기 확보·운항 비용과 불확실한 수익성을 원인으로 들었다. 기재와 자금, 사업 전략의 문제인지, 이전받을 슬롯의 조건 때문인지, 기존 사업자의 경쟁 제한 행위 때문인지에 따라 해법은 달라진다. 항공사마다 환승 수요와 화물 수입, 고객 구성, 비용 구조가 다르다. 따라서 진입 부진을 지적하는 데서 멈춰 대한항공에 추가 부담을 요구하면 원인과 처방이 어긋날 수 있다.
공정거래법도 높은 시장 점유율과 지위 남용을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된다는 사실이 곧 부당한 가격 인상의 증거는 아니다. 시장 지배력은 검증의 출발점이지 모든 결론을 대신하는 숫자가 아니다.
추가 제재도 구호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기존 승인 조건을 바꾸자는 것인지, 새로운 위법 행위를 제재하자는 것인지부터 명확해야 한다. 조건 이행에 따라 제한을 종료한 뒤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려면 그 근거와 절차를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예측 가능성과 소비자 보호를 함께 논의할 수 있다.
규제는 내용에 따라 경쟁을 촉진할 수도, 공급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 추가 조치가 운임과 좌석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대체 항공사는 그 공급을 감당할 수 있는지 검토하지 않고서는 소비자에게 이로운 처방인지 알 수 없다. 규제를 더한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 보호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박상혁 의원실의 보도자료에는 그런 판단에 필요한 핵심 자료가 빠져 있다. 운임 비교 수치도, 진입 부진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 분석도, 추가 제재의 대상과 방식도 제시되지 않았다. 공개 자료의 범위에서 보면 검증보다 제재 요구가 앞섰다.
국감 준비의 충실도는 보도자료 제목의 강도로 입증되지 않는다. '고삐 풀린 항공권 가격'을 문제 삼았다면 규제 종료 뒤 가격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여줘야 한다. 대한항공에 설명 책임을 요구하는 국회라면 자신의 주장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박 의원실이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은 더 강한 제재 요구가 아니라 그 요구를 뒷받침할 운임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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