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사진=UPI/연합)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글로벌 증시 전망이 이전보다 한층 어두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막대한 투자 지출이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을 악화시키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세가 촉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중간선거까지 임박하면서 AI 관련주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지난 10월 한 달간 6.7% 급락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공포가 금융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던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 폭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메리프라이즈의 앤서니 사글림베네 수석 시장전략가는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을 더욱 선별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모든 하이퍼스케일러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 그 대가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지, 그리고 매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만큼 경쟁 우위가 얼마나 견고한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2020~2026년 나스닥100 월봉 추이(사진=N페이 증권)
실제로 AI 관련주들은 이번 3분기 실적 발표 시즌 초반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메타플랫폼스는 지난달 21일 실적 발표 후 주가가 12% 급락했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된 와중에 올해 자본지출 계획을 대폭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레이팅스는 메타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메타의 AI 투자 지출이 창출하는 매출이 언제 증가하는 비용을 넘어설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 역시 지난달 29일 13% 폭락하며 상장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핵심 검색 사업의 매출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알파벳이 상장 이후 이러한 현상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구글은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존 검색엔진에 AI 기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별도의 'AI 모드'까지 출시했다. 이에 따라 AI 검색 이용량은 빠르게 증가했지만, 기존 검색보다 낮은 수익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알파벳 전체 매출에서 검색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55.3%에서 올해 3분기 49.7%로 낮아졌다. 검색 매출 자체는 565억6700만달러에서 633억5000만달러로 약 12%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 증가 속도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는 클라우드 사업의 급성장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AI 검색 확대가 기존 검색 사업의 수익성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더욱 부각시켰다.
블룸버그는 “알파벳은 AI 산업이 가져올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사글림베네 전략가는 “알파벳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기존 사업을 잠식할 위험에 처해 있다"며 “AI 산업은 이제 실제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매 분기 실적 발표는 AI 투자에 대한 높은 기대가 정당한지를 평가하는 성적표가 될 것"이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30일 폭락장을 조명하는 CNBC 방송(사진=UPI/연합)
아마존 역시 시장의 실망을 피하지 못했다. 아마존의 최근 12개월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424억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1년 전 14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자본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여기에 핵심 전자상거래 사업인 온라인 스토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685억달러에 그쳤다. 성장률이 직전 분기 15%에서 급격히 둔화하면서 최근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프라임데이 행사 일정이 지난해 3분기에서 올해 2분기로 앞당겨진 영향도 있었다.
그 결과 아마존 주가는 지난달 29일부터 2거래일 동안 5.6% 하락했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최악의 이틀간 주가 흐름이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멀버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은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에 더 높은 위험을 부여하고 있다"며 “실제 투자자금의 움직임을 통해 기업의 질적 수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관론은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기업들까지 확산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애저 클라우드 사업에서 예상보다 빠른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잉여현금흐름도 186억달러에 달했다. 그럼에도 기술주 매도세를 피하지 못하면서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주가가 1.6% 하락했다.
문제는 이처럼 AI 투자에 대한 수익성 의구심이 커지고 있지만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투자 지출을 늦출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메타는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으며 향후 지출 의무 규모도 825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MS 역시 내년 6월 종료되는 이번 회계연도 하반기에 자본지출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며, 알파벳의 향후 지출 의무는 1조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약 22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이보다도 상당히 많은 금액을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멀버리 전략가는 “올해에만 이미 800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 지출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막대한 지출을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가"라며 “수익화에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플러스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 등 수익성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
이런 가운데 오는 3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가 AI 관련주에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빅테크들의 AI 투자에 대한 의구심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선거 결과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가운데 최소 한 곳의 다수당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AI 기술에 대한 규제와 감독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주(州)정부들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 속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아리아나 살바토레 미국 공공정책 리서치 총괄은 “중간선거는 연방정부가 당장 데이터센터를 제한할 위험 때문이 아니라, 2029년 관련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데이터센터 부동산투자신탁(REITs)과 신생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컴퓨팅 연산 능력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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