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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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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브콜’ 받고도 발목 잡힌 SK하이닉스 뉴욕 공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11.04 10:47

다롄 증산으로 美 투자 재원 마련 구상, 대중 규제에 제동
솔리다임, 8월 이후 상무부와 10차례 협상에도 허가 ‘감감’
美, 수십조 투자 유치 vs 대중 수출통제 원칙 사이 딜레마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인 솔리다임.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인 솔리다임 본사 전경. 사진=솔리다임


미국 정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다롄 공장 장비 반입 허가를 미루면서 미국 뉴욕주 낸드플래시 공장 건설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중국 공장의 생산을 늘려 미국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던 구상이 대중(對中) 반도체 규제에 막힌 셈이어서, 트럼프 행정부가 기술 통제와 투자 유치 사이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모인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생산 확대에 필요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은 뉴욕주 마시(Marcy)에 약 450억달러(약 60조원)를 들여 낸드 공장 2곳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투자액은 장기적으로 약 1000억달러(약 133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로, 데이터센터의 저장장치에 주로 쓰인다. 후보지는 뉴욕주 오나이다 카운티의 산업단지인 마시 나노센터로, 솔리다임은 이곳에 월 10만장(12인치 웨이퍼 기준) 규모의 낸드 팹 1곳을 먼저 완공한 뒤 두 번째 팹으로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의 관건은 다롄 공장에 대한 미국의 장비 수출 허가다. 회사 측은 다롄 공장의 생산을 늘리고 더 고도화된 낸드를 만들어야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미국 공장 건설에 필요한 수익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상무부는 아직 새 허가를 승인하지 않았다. 솔리다임 경영진은 지난 8월 말 이후 상무부 당국자들과 10차례 가까이 만나며 협상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8월 말 회의에는 리처드 친 솔리다임 공동 최고경영자(CEO) 등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제프리 케슬러 차관과 마주 앉았다. 당시 미국 측은 미국 내 투자와 낸드 공장 건설 구상에 기대감을 보이며 해법을 찾으려는 의지를 나타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후 솔리다임은 상무부와 조율하며 여러 차례 신청서를 고쳐 썼지만 허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난주 회의에서도 케슬러 차관은 중국 공장의 기술 고도화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미국산 장비 반입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무부가 허가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것은 아니며, 양측은 다롄 공장 운영 유지에 필요한 2027년분 장비 수출 허가도 별도로 협상하고 있다.




솔리다임은 지난주 성명에서 “미국에서 설립되고 본사를 둔 회사로서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 대안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다롄에 묶인' 하이닉스, 뉴욕 공장 괜찮나


다롄 공장은 SK하이닉스 낸드 사업의 핵심 거점이다. SK하이닉스는 총 90억달러에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SSD 사업과 중국 다롄 팹을 넘겨받았다. 다롄 공장은 SK하이닉스 팹 가운데 유일하게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SSD에 쓰이는 QLC 낸드를 생산하는 곳으로, 전체 낸드 생산의 약 30%를 담당해 왔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기업용 SSD 수요가 폭증하면서 다롄의 생산능력을 키우는 것이 곧 솔리다임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구조다. 솔리다임은 미국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내 생산을 늘리고 낸드 공정을 고도화해야 하는 처지다.


걸림돌은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해 9월 연방관보를 통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인텔 반도체(다롄), 삼성 차이나 반도체, SK하이닉스 반도체(중국)를 삭제했고, 이 조치는 2025년 12월 31일 효력이 발생했다. 그동안 개별 허가 없이 미국산 장비를 들여오던 '하이패스'가 사라진 것이다. 이후 BIS는 매년 장비 수출 물량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반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기존 공장 운영에 필요한 장비는 허용하되 생산능력 확대나 기술 고도화를 위한 반입은 승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었고, 다롄 공장의 올해분 허가에도 장비 수량 제한이 붙었다.


양측 간 쟁점 중 하나는 다롄 공장의 빈 공간에 장비를 들이는 것을 '증설'로 볼 수 있느냐다. SK하이닉스는 해당 클린룸을 2023년에 이미 지어놓은 만큼 장비를 채우는 것은 생산능력 확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상무부는 지난해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의 기술 고도화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수출 허가는 내줄 의도가 없다고 못 박은 바 있다. 회사 측은 중국 공장용 장비 구매에 필요한 대외투자 규제의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미 재무부 당국자들과도 접촉했지만, 재무부는 우선 상무부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입장에서도 셈법이 간단하지 않다. 첨단 메모리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하려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수십조원대 투자를 놓치기 아깝지만, 그 대가로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를 허용하면 바이든 정부 이래 쌓아온 수출통제 원칙에 균열이 생긴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투자 유치를 위해 대중 기술 통제의 빗장을 어디까지 풀어줄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로 보고 있다. 미 의회 산하 초당적 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의 릴랜드 밀러 위원은 “결국 백악관의 승인 없이는 어떤 것도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가 성사되면 뉴욕주에는 대형 메모리 클러스터가 형성된다. 마시 인근 클레이에서는 마이크론이 1000억달러 규모 메모리 단지 착공에 들어갔다.


다롄 증설 승인이 뉴욕 투자 계획의 핵심인 만큼 양측의 협상은 계속될 예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 당국의 대중 수출 통제가 이어질 경우 SK하이닉스가 미국 현지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사업지를 다른 나라로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솔리다임이 성명에서 미국이 아닌 “세계 여러 잠재적 입지"를 언급한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단정하긴 이르다"면서도 “대중 규제 기조가 이대로 굳어지면 동맹국 기업들이 대규모 미국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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