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16곳에서 해킹 등 침해사고가 확인됐다.
금융지주 계열사 CEO의 경영 성적표에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고 있다. 실적과 자본 효율성, 신사업 성과에 집중됐던 평가의 초점이 금융사고 예방과 정보보호 체계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잇따른 해킹 사고로 금융회사의 보안 관리가 경영진의 책임 영역으로 부상한 데다, CEO 선임 절차를 강화하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연말 인사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 정보보호·내부통제...CEO 평가 기준 넓어진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에서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주요 계열사 CEO는 모두 47명이다. KB금융이 10명, 신한금융 12명, 하나금융 13명, 우리금융 12명이다. 4대 금융지주의 은행장뿐 아니라 증권·카드·보험 등 주요 비은행 계열사 수장들의 거취도 함께 결정되는 셈이다.
이들의 인사 과정에서는 기존 경영 성과와 함께 금융사고 대응 능력이 주요 평가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한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최근 금융권에서 업권을 가리지 않고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이어지면서 정보보호가 금융회사의 핵심 경영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확인한 사고 발생 금융회사는 16곳으로, 이후 각 회사의 공지 등을 통해 알려진 사례까지 합치면 9개 업권 22곳에 이른다.
금융회사가 보유한 고객 개인정보와 금융거래 정보가 대량인 만큼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고객 정보 유출에 따른 2차 피해와 신뢰도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사고 발생 여부뿐 아니라 평소 정보보호 체계와 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 수준도 경영진의 관리 역량을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차기 CEO 인선에서 정보보호 투자와 전문 인력 운용, 보안 시스템 관리 현황 등이 함께 살펴볼 경영 과제로 꼽힌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회사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단순한 외부 침입을 넘어 협력업체와 임직원 계정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보안 관리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이버 공격과 피싱 수법이 고도화하는 점도 금융회사들의 부담 요인이다. 금융권에서는 기존 보안 시스템의 방어 수준뿐 아니라 이상 거래 및 침입 탐지 체계, 임직원 보안 교육, 외부 업체에 대한 정보 접근 권한 관리 등 전반적인 대응 역량을 점검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변화는 CEO의 경영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보보호 예산과 인력 확충이 개별 IT 부서의 운영 과제를 넘어 경영진의 의사결정과 투자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보안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사고 원인과 대응 과정에 따라 경영진의 관리 책임이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 지배구조 개선 맞물려 경영진 책임 강화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논의도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CEO 연임 횟수에 따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와 주주총회의 의결 요건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방안에 따르면 최초 선임 시 임추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고 1회 연임부터는 찬성 비율을 4분의 3 이상으로 높인다. 주주총회 의결 요건도 최초 선임 때는 일반결의, 1회 연임부터는 특별결의를 적용하는 등 단계적으로 강화한다. 3연임에 도전할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절반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주주의 4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후보 검증 과정에서 경영 성과뿐 아니라 금융사고 이력과 사회적 논란 등을 주주에게 공개하고 현직 CEO가 후임자 선정 과정에 개입할 경우 관련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CEO 선임 과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제도 변화가 현실화하면 금융지주 계열사 CEO 인사에서도 실적과 함께 경영 전반의 위험 관리 성과가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수익성과 성장성뿐 아니라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통제, 정보보호 체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했는지도 경영진 평가에서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금융회사 CEO 평가에서 실적이나 사업 확장 성과가 주요하게 다뤄졌다면 최근에는 내부통제와 정보보호 관련 관리 역량도 함께 살펴보는 분위기"라며 “보안 사고가 금융회사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차기 경영진도 관련 투자와 관리 체계를 주요 경영 과제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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