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 중인 2차 셰일붐은 2011∼2014년 1차 시기보다 훨씬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유가 상승속도와 저유가 시기 고갈된 재정 복구에 집중하느라 셰일의 위력을 간과하는 모양새다. (사진=AP/연합) |
현재 진행 중인 2차 셰일붐은 유가가 100달러선을 유지했던 지난 2011∼2014년 1차 시기보다 훨씬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유가 상승속도와 저유가 시기 고갈된 재정 복구에 집중하느라 셰일의 위력을 간과하는 모양새다.
2011년 7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빠른 증가세로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치킨게임을 낳았던 미국 셰일 생산량은 현재 더 빠른 증가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이는 1차 셰일붐 대비 유가가 절반 수준인 현 상황에서 시작된 만큼 그 영향력이 더 막강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 내 에너지 규제를 전부 풀어 전통에너지 산업을 살리겠다"고 공언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규제를 풀기 이전부터 증가세를 보였으니 본격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면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OPEC은 2014년 유가가 100달러를 넘나들자 OPEC의 시장지배적지위 확보 및 보호와 셰일과 같은 고비용 원유생산자들을 퇴출하기 위한 공급량 확대 전략을 폈다. 그러는 사이 유가는 4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이에 따른 OPEC 회원국들의 재정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마침내 OPEC은 백기를 들며 지난해 11월 하루 평균 1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석유장관은 "감산 효과로 유가가 오른다고 해도 미국의 셰일업자들이 당장 공급량을 큰 폭으로 올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자신만만했던 사우디의 예상과 달리 OPEC 감산으로 인한 유가상승이 현실화 될 시 셰일오일의 생산량 증산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OPEC의 감산이 남(셰일업계) 좋은 일만 시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폭주기관차’ 美 셰일
현재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1차 셰일붐이 일었던 2011년∼2014년 시기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2011-2014 추세, 2011-2014 수치, 2016-2017 추세, 2016-2017 수치. (단위=일일 백만 배럴, 표=블룸버그/미 에너지 부처) |
알-팔리 장관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OPEC 감산에 대한 반응은 셰일업계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 에너지 부처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지난 9월 바닥을 찍은 이후 매달 평균 12만5000배럴씩 증산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힘입어 미 생산량은 4월 이후 처음으로 일 평균 900만 배럴을 넘어섰다.
OPEC이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셰일의 증가속도가 1차 셰일붐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2011년에서 2014년 당시 미국 원유생산량은 매달 평균 9만3000배럴씩 증가했었다.
물론 멕시코의 걸프만 일대에서 글로벌 석유회사의 대형 프로젝트가 개시된 영향이 원유생산량 증가분에 일정부분 기여 한 측면이 있다. BP의 썬더 호스 사우스와 쉘의 스톤스 프로젝트는 최근 몇 달 새 상업 생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1차 셰일붐 당시에도 알래스카에서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나타나는 대부분의 증가세가 대형유전개발 프로젝트를 통한 증가세라기보다 셰일산업의 중심지인 48개 주에서의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미국 내 산유량 증가는 OPEC의 감산 효과를 급속도로 약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는 "OPEC이 이미 90%의 감산 이행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몇 달 간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산이 진행되지 않는 한 OPEC에 오히려 더 나쁜 상황만 펼쳐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유시장에 균형이 맞춰지기는 커녕, 미국 셰일의 증산 능력을 과소평가한 대가를 치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OPEC이 설령 유가를 성공적으로 끌어올린다고 해도 OPEC보다 셰일의 증산속도가 훨씬 빠를 것이라는 점이다.
◇ OPEC 감산 효과 상쇄
OPEC 내 감산 불이행 부분과 감산에 참여하지 않은 지역의 증산으로 인해 OPEC의 감산 효과가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감산 계획/ 2017년 1월 현재 전세계 원유생산량 OPEC-비회원국 감산량, 이행하지 않은 양, 나이지리아 증산, 리비아 증산, 미국 증산(단위=일일 20만 배럴, 표=블룸버그) |
OPEC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셰일혁명을 가능케 한 것은 수평시추라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자원을 다루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지점이다. 영국계 석유가스 회사 JKX 오일&가스의 토마스 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런던에서 개최된 국제 석유 주간 컨퍼런스에서 "셰일에서 사용하는 수평 시추와 수압파쇄 기술은 석유 업계에서 50년간 사용돼 왔던 기술인 만큼 새로울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셰일의 혁신은 하나의 광구에서 두 개의 기술을 단순히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시추 과정의 근대화와 셰일가스정을 메우는 기술에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 유전개발에 필요했던 긴 리드타임(개발에 착수해 실제로 상업생산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 복잡한 개발 계획, 막대한 초기투자비용은 셰일 부문에 해당사항이 없다. 물론 셰일 생산량이 늘어나면 비용은 결국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셰일업계는 지난 2년간의 저유가 시기를 견디면서 가장 효율적인 시추설비, 인력, 자원만을 남겨둔 상태다. 이제 유가는 반등하고 있고, 저유가 맷집을 견딘 셰일업체들은 더 적은 양의 시추설비로 더 많은 양의 셰일오일을 뽑아낼 수 있게 됐다.
업계 전문가는 "지난 2년간 셰일업계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1차 셰일붐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의 증산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하며 "OPEC은 지난 2014년 셰일을 죽이기 위해 원유공급량을 늘렸고, 다시 유가를 올리기 위해 생산량을 줄였지만 이는 결국 셰일업계의 경쟁력확보를 도운 셈이다. 그러나 OPEC은 아직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시장 공급과잉구조 해소를 위한 OPEC의 감산 합의가 국제유가의 상승세를 이끄는 상황에서 다시금 도래한 '2차 셰일혁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셰일오일이란? 전통적인 원유와 달리 원유가 생성되는 근원암인 셰일층(유기물을 함유한 암석)에서 뽑아내는 원유를 말한다.
전통적 원유는 유기물을 포함한 퇴적암이 변해 지하의 입자가 큰 암석 등을 통과해 지표면 부근까지 이동한 원유로, 한곳에 모여 있기 때문에 수직시추를 통해 채굴한다.
반면, 셰일오일은 원유가 생성된 뒤 지표면 부근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셰일층 안에 갇혀 있는 원유다. 이에 수직 및 수평시추, 수압파쇄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생산단가가 전통적 원유보다 높다. 따라서 과거에는 이처럼 난해한 기술과 상용화 비용이 매우 비싼 셰일오일을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수압을 이용한 수평굴착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산원가가 낮아지면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게 됐다.
셰일원유는 탐사부터 시추까지 6개월 안에 끝낼 수 있는 기동성이 장점이다. 기존 원유를 뽑아내기 위해 평균 20년의 시간과 수십억달러의 비용이 드는 것과 대조된다. 한 번 시추하면 수십년 동안 원유를 뽑아내는 전통적인 유정과 달리 셰일원유는 첫해에 65~70%의 원유가 한꺼번에 나오는 것도 특징이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