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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 최홍 기자]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작업이 산너머 산이다. 다음달 17, 18일 열릴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권자들의 결정에 따라 향방이 달라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 회사채의 29%를 보유해 정상화 작업에 키를 쥔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대우조선 구조조정안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물론 시중은행과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까지 참여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국민연금의 경우 대우조선 회사채 1조3500억 중 39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아직 정부의 회생안에 확신이 없는 상태다.
국민연금이 정부안에 동의할 경우 보유 회사채 중 절반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 연장에 동의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등에서도 정부의 계획을 따라올 수 있다.
반면, 사채권자 집회에서 회사채 채권자 3분의1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대우조선 추가 지원 방안은 무산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다가 여론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로 인해 전임 홍완선 기금운용부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배임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번에도 자칫 잘못될 경우 국민연금이 ‘배임’ 혐의에 걸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하면서 최순실 사태에 휩쓸려 배임 혐의 재판을 받고 있다"며 "섣불리 채무재조정에 투입해 손해를 보게 되면 배임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채무조정 동참에 고심하는 이유는 대우조선의 채무조정에 적용되는 자금이 국민의 노후 기금이라는 데 있다. 정부가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사채권자 간의 채무재조정을 진행하더라도 대우조선이 회생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부교수는 "금융당국이 이번 구조조정으로 대우조선이 어떻게 좋아지는지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막연하게 올해 안에 흑자전환 한다고만 밝히고 있는데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으로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결국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이유는 정부의 신뢰 문제다. 그 동안 정부가 대우조선의 손실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혈세를 투입하며 연명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2001년에는 대우조선에 공적자금 2조9000억원이 투입됐다. 2015년 당시 정부는 대우조선에 4조원을 지원할 때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대우조선을 비롯한 조선업계에 대한 전망이 자주 수정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신뢰가 밑바닥 쳤다.
박 부교수는 "이는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며 "지금까지 정부는 대책없이 장밋빛으로만 전망해 신뢰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에 동참하게 되면 국민연금의 회사채 50%는 주식으로 전환된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 정성립 사장은 "50% 출자전환이 되지만, 회사 노력으로 주식가치를 올려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선업 시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채무재조정에 동참하지 않는 것도 쉽지 않다. 국민연금이 반대할 경우 우정산업본부와 사학연금도 같은 결정을 내리게 돼 사실상 정부의 추가지원 방안은 실현되기 어렵다. 이 경우 채무조정 합의 실패로 대우조선이 P-플랜에 돌입하게 되고 이로 인해 국민연금은 회사채 원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 P플랜이 발동될 경우 대우조선은 신규수주는 물론 발주 취소 등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고 사실상 정상화 작업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어느 선택이든 국민연금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채권 자집회 참석여부조차 결정된 것이 없다"며 "기금의 장기적인 이익 제고 관점에서 내부적인 절차를 통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