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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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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광풍, 유독 한국에서 부는 이유…"전체시장 20% 달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2.07 14:05

▲비트코인. (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비트코인 광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이 중에서도 한국만큼 비트코인에 빠진 나라는 없다. 실제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다른 나라보다도 24% 높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는 다른나라에 비해 가상화폐에 대해 훨씬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시간) "한국은 세계 어느곳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글로벌 가상화폐 마니아들 사이에서 한국은 일종의 ‘그라운드 제로(폭발의 중심 지점)’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한국은 세계에서 가상화폐 광풍이 가장 뜨겁게 불고 있는 나라다. 이날 하루 동안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1%가 한국에서 이뤄졌다. 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1.9%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원화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국제 시세보다 훨씬 높게 형성돼 있다.

가상화폐 거래 정보업체 월드코인인덱스에 따르면 현재 비트코인 국제시세는 1376 달러(약 1505만원) 정도다. 하지만 국내 거래소 빗썸 등에서는 약 1865만원에 거래되고 있어 24% 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비트코인에 대한 큰 관심에는 지정학적 요소, 문화적 요소 등이 혼재돼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데다 최근 대통령 탄핵 사태와 같은 정치적 혼란을 겪은 한국에서 비트코인의 어느 나라에서나 거래 가능한 ‘무국적’ 지위가 큰 매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국가"라고 전제한 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나라에 저금을 해두는 것보다 사이버 세상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는 것이 위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등 정치적 급변도 비트코인 열풍의 한 요소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이 나라 밖에서 무언가 위안거리를 찾고 싶은 심리도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블룸버그는 "한국의 주식 파생상품 시장은 2011년 정부가 투기를 단속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활발했다"며 ‘고(高)위험 고수익’을 선호하는 한국 투자자들의 성향도 한가지 예로 들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요인과 문화적 요인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유례 없는 시장 과열 현상에 정부와 금융당국의 고심도 큰 상황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 등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선물 도입이 추진되는 등 가상화폐가 제도권 시장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세계 최대의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 상업거래소(CME)는 오는 18일 비트코인 선물을 도입할 계획이다. 경쟁사인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와 기술주 중심의 장외주식시장인 나스닥도 관련 상품 출시 경쟁에 가세했다. 일본의 도쿄금융거래소(Tokyo Financial Exchange)도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준비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 금융당국은 국내 가상화폐 파생상품 출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섣불리 기존 금융시장으로 편입시킬 경우 시장 과열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책 대응도 가상화폐 시장의 ‘활성화’보다는 ‘부작용 차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가상화폐가 투기화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청년, 학생들이 빠른 시간에 돈을 벌고자 가상통화에 뛰어든다거나 마약 거래 같은 범죄나 다단계 같은 사기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 관계부처가 이 문제를 들여다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곧이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상화폐 거래를 금융업으로 포섭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정부는 최근 법무부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를 새로 구성하고 각종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가상화폐가 해킹, 마약거래, 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되거나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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