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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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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금 회장 6일만에 천당서 지옥으로...웅진에너지 상폐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9.03.28 16:53

감사의견 거절로 ‘914원짜리 주식’ 거래정지 수모...지주사 웅진도 타격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6년 만에 코웨이 인수를 완료하며 그룹 재건에 박차를 가하자마자 ‘웅진에너지 상장폐지 위기’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웅진에너지가 태양광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며 증시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로 인해 웅진그룹 사업 포트폴리오를 씽크빅과 코웨이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던 윤 회장의 계획 역시 당분간 차질을 빚게 됐다. 


전문가들은 웅진에너지가 현재 상황에서 위기를 타개할 만한 뾰족한 방법도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모회사인 웅진 역시 코웨이 인수로 인해 재무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에 웅진에너지를 지원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사진=네이버)



◇ 웅진에너지, 내달 17일까지 이의신청해야...계열사 주가 ‘주르륵’

웅진에너지가 외부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2018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았다는 소식에 28일 웅진그룹 계열사 주가는 동반 하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웅진은 전일 대비 2.11% 내린 2320원에 마감했다. 웅진은 이달 11일 2710원에서 이날까지 주가가 14% 넘게 하락했다. 웅진의 또 다른 자회사인 웅진씽크빅도 3.22% 하락한 30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웅진에너지는 ‘의견거절’을 받았다고 공시하기 직전인 27일 주가가 7.21% 하락한 914원에 마감하며 ‘동전주’ 신세로 전락했다. 웅진에너지는 다음달 17일까지 거래소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다만 웅진에너지가 이의신청을 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 절차는 1년간 유예된다. 내년 이맘때쯤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내면 상폐사유가 해소되면서 다음날 바로 거래 정지가 해지된다. 웅진에너지가 내달 17일까지 이의신청을 하지 않거나 내년 감사보고서에도 ‘의견거절’이 나오면 바로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한다.

증권가에서는 웅진에너지가 투자자들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이의신청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웅진에너지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웅진으로 지분 30.76%를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의 장남인 윤형덕 웅진투투럽 대표이사와 차남인 윤새봄 웅진 사업운영총괄 전무는 웅진에너지 지분을 각각 0.23%, 0.23% 가지고 있다. 소액주주는 1771만6193명으로 69.27%의 지분을 들고 있다. 또 웅진은 최대주주인 윤형덕 대표가 지분 14.16%를 갖고 있고 윤새봄 전무가 14.14%를 보유하고 있다. 만일 웅진에너지가 상장폐지 절차에 돌입하면 웅진이 보유한 지분가치가 급락하면서 재무구조 악화가 불가피하다.

▲웅진에너지 홈페이지.(사진=웅진에너지 홈페이지 캡쳐)



◇ 업황악화에 빚 부담까지...윤석금 포트폴리오 조정 ‘차질’

문제는 웅진에너지 입장에서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재무구조 악화다. 웅진에너지의 주력 제품인 단결정 웨이퍼는 2017년 장당 0.8달러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중국 정부의 태양광 보조금 삭감 등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작년 12월 평균 0.4달러로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로 인해 웅진에너지의 작년 말 당기순손실은 1118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누적결손금은 3642억원에 달한다. 유동부채는 유동자산보다 1226억원 더 많다. 또 1년 이내에 만기 도래하는 차입 규모가 약 1100억원에 달하고, 장기성 차입으로 분류된 6회차 전환사채의 풋옵션 행사 기간도 올해 만료돼 단기상환부담까지 커졌다. 업황 부진으로 현금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빚 상환 부담까지 맞물린 것이다.

모기업인 웅진이 자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낮다. 이미 웅진은 코웨이 전체 인수자금 2조원 가운데 약 1조6000억원을 외부에서 끌어온데다 2014년부터 웅진에너지에 약 1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웅진에너지에 추가로 돈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 웅진 측도 "이미 5년간 많은 자금을 투입한데다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도 어렵다"며 "웅진은 에너지에 지급보증한 게 없기 때문에 웅진에너지의 자금 부담이 계열사로 전이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채권자들이 조정회의를 거쳐 사채 기한을 연장하지 않는 한 웅진에너지가 스스로 낼 수 있는 자구안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태양광 업황이 개선되길 기다릴 정도로 여유있는 상황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씽크빅과 코웨이에 집중한다는 윤 회장의 계획 역시 당분간 차질을 빚게 됐다. 포트폴리오 조정은 윤 회장의 차남인 윤새봄 전무가 지휘하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 업황과 웅진에너지 재무부담을 고려할 때 만일 웅진에너지를 매각한다고 해도 우량한 매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고, 웅진에 돌아가는 실익도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웅진은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웅진북센과 웅진플레이도시의 매각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웅진에너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웅진 측은 웅진에너지에 대해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아직 매각을 추진한 게 아니기 때문에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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