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활용이 산업계 대세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이 AI의 산업적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AI를 적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비중도 5%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4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인공지능 활용의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기업 경영에 AI를 적용 중인 중소기업은 5.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적용하지 않은 기업은 전체의 94.7%에 달해 대부분의 중소기업의 AI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중소기업이 AI 적용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80.7%는 '우리 사업에 AI가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14.9%는 '회사 경영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른다'고 답했다. 또 4.4%는 'AI 도입과 유지에 드는 비용이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다. AI 도입이 중소기업의 생산성 저하와 인력 부족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산업계의 인식과는 한참 동떨어진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중소기업계의 AI 활용 인식 부재는 AI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대기업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양극화 심화는 물론 향후 대·중소기업간 협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3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응답 대기업의 38.0%는 생성형 AI를 회사 차원에서 사무직에 이미 도입했고, 이 가운데 16.0%는 회사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차원의 AI 도입은 없지만,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답변도 50.0%에 이르며, AI를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인 기업의 85.7%는 AI 활용이 업무 수요시간을 줄인다며 효과를 인정했다. 이처럼 국내외 산업계에서 AI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AI 도입에 발 빠른 대응을 보인 일부 중소기업은 이미 인력 충원 부담을 크게 덜었다는 반응이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매출 32억원을 기록한 한 기타의료용기기 제조 A사는 “최근 매출이 10배 증가했음에도 AI를 활용해 인력충원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마케팅 예산산정이나 고객이메일, 전화 응대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어 인력 충원 없이도 늘어난 업무량을 감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중기업계가 AI 활용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은 그만큼 'AI 리터러시(이해·활용 능력)'가 뒤처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에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AI 교육과 맞춤형 컨설팅을 비롯해 중소기업이 AI 도입의 필요성을 실감할 수 있도록 좀 더 직관적인 금융세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시대의 중요한 의제인 AI기술 마저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AI 리터러시'를 높이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이 경영지원 업무(고객서비스·예산·마케팅 등)부터 AI를 도입하며 인력운용의 효율성을 경험하도록 지원하면서, 업종 내 우수사례와 활용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