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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승의 부동산뷰]‘발등의 불’ 주택 공급…그린벨트 해제 후보지 벌써 들썩

정부와 여당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일부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내곡동 등이나 강북의 태릉 일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빠른 주택 공급과 시장 파급 효과가 필요한 만큼 사업성·직주근접성 등이 고려될 전망이다. 다만 주민·환경단체등의 반발과 서울의 인구 감소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9·7 부동산 공급 대책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얻지 못하면서 서울 집값 상승세를 잡지 못하자 연내 추가 공급 대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그린벨트를 추가 해제해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실제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주택 공급 추가 대책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으나 여러 어려움 때문에 잘 안 된 것도 공급할 수 있는 지역으로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며 “노후청사 재개발·재건축,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한정애 정책위의장도 최근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에 대해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문가들도 그린벨트 해제 시 주택 공급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문도 명지대 대학원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는 “그린벨트를 풀고 공급 확대를 제대로 추진하면 주택 공급 효과가 반드시 나타난다. 그린벨트를 풀면 토지 보상이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그린벨트는 땅값이 낮고, 보상 역시 관련 법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공공주택 건설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교수는 “태릉 일대의 경우 평지에 골프장까지 있어 개발 여건이 좋다. 원래 골프장 부지를 포함해 주택을 짓겠다는 계획도 있었지만, 군부대 사기 문제 등으로 번번이 추진이 미뤄졌다"며 “그러나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정부라면 '서울 시민에게 필요한 주택 공급'이라는 명분으로 골프장을 옮기고 계획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시 실제 아파트 입주까지 약 7~8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해제된 전국 그린벨트 33곳 중 22곳은 입주까지 8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다만 업계는 아파트를 저렴하게 공급될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만으로도 구매층의 대기를 유도해 수요 완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관건은 주민 설득이다. 주민들이 '우리 동네에 아파트를 짓지 말라'며 반대하면 사업이 지연될 수 있어, 정부의 조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린벨트가 해제된 서리풀2지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24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서리풀2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 관련 공청회는 주민 반대로 회의가 무산됐다. 지난달 1일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지 한 달 반 만에 토지보상과 관련한 이견이 다시 불거져서다. 이로 인해 국토부가 계획한 2029년 착공과 2031년 입주 일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 따라붙는 이유이다. 한 교수는 “땅이 사유지라 해도 국가가 공익 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에서 주민 반대가 절대적인 결정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반대 현상을 집단 이기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결국 문제는 정부가 어떻게 리딩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가 여론이 시끄럽더라도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면 사업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주민 반대나 갈등을 조정하면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는 정부가 판단할 일인 만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지만, 강남권이 입지가 좋고 서초에도 후보지가 있으니 해당 부지를 먼저 고민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결국 강남권 그린벨트를 해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서울에 남아 있는 그린벨트는 약 150㎢로, 서울 전체 면적(605㎢)의 24.6% 수준이다. 서울 내 그린벨트는 △중구 △용산구 △성동구 △동대문구 △영등포구 △동작구를 제외한 19개 구의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중 업계는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권을 그린벨트 해제가 가장 유력한 지역으로 보고 있다.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은 그린벨트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강북권 그린벨트는 대부분 산지여서 택지로 개발하기에는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그린벨트 해제 논의에서 1순위로 거론됐던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 등이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세곡동은 2010년대 그린벨트가 해제된 뒤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며 주거지로 자리 잡았지만, 중심지보다는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서초구 내곡동 일대 역시 그린벨트 내에서 이미 일부 주거지로 사용되는 지역이다. 수서차량기지 부지도 교통 접근성이 높은 선호 부지로 유망 지역으로 꼽힌다. 이곳은 서울시가 주거시설과 문화시설 등 입체적·복합 개발을 계획하는 지역으로, 시 계획과 그린벨트 해제 필요성을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을 보유했다. 김포공항 혁신지구 사업지도 평지가 많고 지하철·도로 등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어 해제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곳은 2026년 착공 예정인 개발 계획이 잡혀 있으나, 북측 일부 지역은 여전히 그린벨트로 지정됐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가 들어서며 유명세를 떨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앞 인근 부지도 검토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당시 그린벨트 해제가 논의됐으나 서울시와 주민 반대로 개발이 무산됐던 지역도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문 정부는 당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과 육군사관학교 부지, 인근 태릉선수촌 일대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주민 합의에 난항을 겪었다. 다만 정부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재설득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그린벨트는 한 번 해제하면 복구가 불가능한 만큼, 후세대를 위한 유산을 훼손해 주택을 짓는다는 것에 반발하는 시민사회와 환경단체의 목소리도 높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과거 그린벨트 등급을 1~5등급으로 평가했을 당시 택지 마련은 주로 3·4·5등급처럼 낮은 등급 지역을 중심으로 해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그린벨트를 해제한 서리풀 일대를 보면 부지에 생물다양성 보전지역과 서울시 경관보전지역, 생태보전지역 등이 겹쳐있다"며 “만약 그린벨트를 해제하더라도 등급만 보고 해제 여부를 판단할 게 아니라 생태자연도 등급을 비롯한 여러 요소를 종합해 전략환경평가를 거친 뒤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도시의 행정구역 경계가 붕괴되면서 생길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린벨트를 설정한 취지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고 팽창을 억제하려 했던 것으로, 행정구역이 맞닿게 되는 연담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 만큼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이 같은 취지가 무색해져 의도적으로 팽창과 확산을 허용하게 되는 셈"이라며 “실제로 강동구 인근 그린벨트를 해제하자 서울시와 외곽지역간의 경계가 흐트러져 경기 구리시와 서울 강동구가 연결되며 하나의 도시처럼 변해버린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도 변수다. 여야 출마자간 이견이 생기면서 이슈화되고 있다. 마깅레 교수는 “그린벨트 해제 시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고 해도 시간 문제가 따라붙는다. 규제지역도 민간 소유가 많아 빠르게 추진하기 어렵고, 과도하게 서두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현실적으로 가장 주택을 속도감 있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국·공유지 등 공공이 가진 토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급하게 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면 공공이 가진 토지를 먼저 검토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대우·롯데, 내년 한강벨트 ‘빅매치’ 예고…성수4·여의도서 정면 승부

내년 서울 한강벨트 성수 4지구와 여의도 주요 단지 도시정비사업 입찰에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정면 대결할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한강벨트 수주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고 롯데건설은 최근 잠실 '르엘' 완판으로 하이엔드 브랜드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양사의 대결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성수4지구 조합은 이르면 12월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내고 내년 3월 총회를 여는 일정이 유력하다. 성수4지구는 성동구 성수동1가 일대 8만9000여㎡에 초고층(최고 250m) 아파트 1500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한강변·영동대교 북단에 맞닿은 뛰어난 입지 덕분에 조합원 규모는 약 700가구로 작지만 사업성은 매우 높게 평가된다. 지난 9월 서울시에 통합심의를 접수하며 인허가 절차도 본격화됐다. 시공권 경쟁은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양강 구도'가 유력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성수4구역은 저희가 적극적으로 보고 있는 사업지"라며 “요즘 서울에서 나오는 사업이 많지 않아서 성수는 놓칠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도 “성수4구역은 관심 있게 검토하고 있는 곳"이라며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공고 일정에 맞춰 내부 검토를 이어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신반포15차 1차 수주전 승리, 한남2구역(2022년) 시공권 확보 등 한강벨트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신반포15차의 경우 이후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조합과 계약이 해지돼 최종 시공사는 삼성물산으로 바뀌었지만, 2017년 1차 수주전에서는 대우건설이 롯데건설을 제치며 사업권을 따냈다. 이어 2022년 한남2구역에서도 롯데건설과 경쟁해 다시 승리하며 한강벨트 핵심 사업지에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두 회사가 성수4와 여의도권을 두고 '리턴매치'에 나서는 형국이다. 여의도 다른 단지에는 대우건설·롯데건설을 포함한 다수 건설사가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여의도는 시범·대교·공작·진주·목화 등 총 12개 노후 단지가 순차적으로 재건축에 나서는 대규모 정비 시장이며, 이 중 한강 조망권과 대지 규모를 갖춘 시범·대교아파트가 핵심 사업장으로 꼽힌다. 시범아파트는 기존 1584가구를 2493가구로 재건축하는 초대형 단지 프로젝트로, 한강·여의도공원 조망과 넓은 대지가 강점이다. 대교아파트는 한강변에 바로 붙은 50년차 노후 단지로, 지하 6층~지상 49층 약 900가구의 주거·상업 복합단지를 목표로 하며 여의도 12개 단지 가운데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가장 먼저 받은 선도 사업장이다. 대교아파트는 이달 총회에서 삼성물산이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여의도 핵심 단지들은 사업성이 높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도 “여의도 신규 사업장은 선별적으로 보고 있다"며 “여러 조건이 맞는다면 참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분상제’ 호반써밋 인천검단 3차 견본주택 28일 오픈

호반그룹의 건설계열 호반산업은 오는 28일 '호반써밋 인천검단 3차'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돌입한다고 25일 밝혔다. 호반써밋 인천검단 3차는 정부의 10.15 대책 비규제지역인 검단신도시 AB13블록 에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 2층~지상 29층, 8개동, 전용 84㎡ 및 97㎡ 총 905가구 규모다. 전용면적별 가구수는 △84㎡A 105가구 △84㎡B 293가구 △84㎡C 116가구 △84㎡D 106가구 △전용 97㎡ 142가구 △전용 97㎡P 143가구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특장점이라고 회사는 소개했다. 호반써밋 인천검단 3차는 인천지하철 1호선 연장선 아라역과 가까운 역세권 아파트다. 단지 인근에 검단~드림로 간 도로가 개발 중으로 향후 교통 편의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법조타운과 산업단지 중심의 직주근접 수요도 기대된다. 인천지방법원 북부지원(예정)과 검찰청 북부지청(예정) 등이 조성되는 법조타운과 인접해 있다. 검단일반산업단지, 부평국가산업단지, 주안국가산업단지 등 다수의 산업단지도 가깝다. 또, 단지 인근에서 쇼핑몰,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형서점, 문화센터, 컨벤션, 키즈·스포츠테마파크 등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인천검단꿈유치원도 도보권에 자리하고 있다. 아울러 호반써밋 인천검단 3차는 남향 위주의 단지 배치를 통해 통풍과 채광을 극대화했다. 또한, 전 타입 4베이(Bay) 판상형 구조를 통해 주거 공간 효율성을 높이고 넓은 동간 거리로 개방감을 더했다. 피트니스센터, 실내골프연습장, 작은도서관, 독서실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도 조성될 예정이다. 이번 분양은 호반그룹의 건설계열이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네 번째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호반써밋 인천검단 3차의 견본주택은 경기도 김포시 사우동 547-8번지에 운영할 예정이다. 입주는 2026년 12월을 목표하고 있다. 한편, 호반산업은 2018년 10월 '검단호반써밋1차'와 2019년 11월 '호반써밋프라임뷰'를 각각 분양한 바 있다. 이어 2023년 6월에는 호반건설이 '검단호수공원역 호반써밋'을 선보였다. 이번 분양까지 더하면 검단신도시에 3600세대가 넘는 호반 브랜드타운이 조성될 전망이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서예온의 건설생태계]‘10.7조 대어’ 가덕도신공항 입찰 전쟁 막 올랐다

정부가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의 공사기간을 늘려 입찰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건설업체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기존 현대건설이 지난 5월 공기 부족을 이유로 자진 이탈한 후 '간을 보던' 대형 건설사들이 정부의 조율로 조건이 마련됐다. 주택 시장의 끝없는 침체로 불황에 시달리던 건설업체들 입장에선 오랜만에 토목·인프라 공공 공사에서 대박을 터뜨릴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일단 현대건설의 컨소시엄에 포함됐던 대우건설이 토목 1위 실적을 앞세워 경쟁에 나선 가운데, 롯데건설과 한화 건설부문도 입찰 참여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전히 공사의 본질적인 문제인 공기 부족·지반침하 가능성 등 핵심 리스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새로 정한 2035년 개항 목표 조차 낙관적이라면서 아예 사업 타당성 검토부터 새로 해야 한다는 이들또 있다. 가덕도신공항 논의는 박근혜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검토 끝에 김해공항 확장안을 선택했지만, 산악 관통 비행과 군·민 공역 중첩, 소음 등 안전·환경 논란이 해소되지 않으며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무총리실 검증위가 2020년 김포공항 확장안에 대해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리면서 사실상 백지화됐고 가덕도신공항 신설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국회가 2021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제정하며 사실상 추진이 확정되고 사업의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특별법은 예타 면제, 인허가 단축 같은 신속 추진 장치를 담고 있었고, 국토교통부는 기본계획·사업비·공사 방식을 확정하며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전제로 한 해 빠른 2029년까지 개항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문제는 지나치게 짧은 공기였다. 바다를 매립하고 그 위에 부지를 조셩해야 하는 까다로운 공사를 이례적으로 8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마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부실공사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가덕도는 두꺼운 연약지반이 분포한 해상 매립지다. 따라서 '성토–압밀–계측–안정화' 과정이 필수임에도 기존 계획에는 안정화 계측 기간이 거의 반영되지 않아 위험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4차례에 걸쳐 입찰이 무산된 후 지난해 12월 공사를 따낸 현대건설마저도 정부의 84개월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108개월 이상을 달라고 주장했다. 해상 매립지에서 성토 직후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면 활주로·구조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국토부가 기존 계획을 유지하자 현대건설은 지난 5월 수백억 원 규모의 기본설계 권리까지 포기하며 컨소시엄을 이탈했다. 현대건설의 이탈 이후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등 다른 참여사들도 사업성·공기 리스크를 이유로 참여 여부를 꺼리면서 사업이 사실상 교착 상태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현 공기 기준으로는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해졌고, 국토부 역시 일정 재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국토부도 기존 산정의 한계를 사실상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21일 공기·공사비 조정 방침을 발표한 김정희 국토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장은 “성토 후 안정화 계측·검증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했다"며 “공법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안정화 시간을 포함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결국 84개월 공기가 비현실적이었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상태에서 모처럼 10조원대 초대형 인프라 건설 공사가 시장에 나오자 대형건설업체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일단 차기 주관사로 대우건설을 거론하는 이들이 많다. 기존 컨소시엄에서 현대건설(25.5%)에 이어 18% 지분을 가진 사실상 2대 주주였던 데다, 해상·연약지반 공사에 특화된 시공 이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거가대교 해저침매터널(총 3.7km, 180m 함체 적용)처럼 외해·대수심 조건에서 세계 기록을 세운 고난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부산항·부산신항·이라크 알 포 방파제 등 초대형 해상·항만 공사를 잇달아 성공시킨 이력도 있다. 2023·2024년 국토부 시공능력평가에서도 2년 연속 '토목 실적 1위'를 기록하며 기술력을 다시 확인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국책 초대형 토목사업은 실적과 경험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며 “조건이 이전보다 나아진 만큼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관망하던 롯데건설·한화건설도 참여 검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롯데건설 역시 “공기 연장이 판단에 우호적으로 작용한다"며 기존 컨소 참여 방안을 논의 중이다. 두 회사 모두 공사비 10조 원대의 초대형 SOC 수주 기회를 매력적으로 평가해 왔으며, 리스크 완화로 참여 여건이 한층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롯데건설은 가덕도 접근철도 1공구를 이미 수주해 지역 인프라 공사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롯데그룹이 부산·경남권에 보유한 유통·레저·물류 네트워크를 고려하면 공항 개항 시 직접적인 수혜도 기대된다. 한화 건설부문은 해양 매립·발파 등 대형 토목 경험이 강점으로 꼽히며, 그룹의 방산·항공우주 사업 확장성과 연계한 시너지 가능성도 언급된다. 정부가 공사 기간과 공사비를 조정하며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여전히 냉담하다. 표면적으로는 공기 연장과 사업비 조정으로 기술적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연약지반·해상매립 특성상 예측 불가능한 침하·균열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해상 매립지의 가장 큰 문제는 설계 단계에서 알 수 없는 변수가 시공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이라며 “특히 가덕도처럼 수심 변화가 급격하고 회류가 강한 구간은 장기적으로 구조물 변형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가덕도 해역의 물리적 조건이 일반 매립지보다 훨씬 까다롭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덕도와 영도 사이 낙동강 하구는 물살이 돌아나가는 회류 구간이어서 성토 구조물에 지속적인 횡력(橫力)이 작용한다"며 “이런 곳에서는 활주로나 방파제 같은 중량 구조물도 장기 침하·균열 위험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기 연장이 불가피했지만, 이 조정이 모든 기술 리스크를 해소하는 '해결책'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 같은 우려는 다른 대규모 매립·연약지반 공사에서도 이미 현실화된 바 있다. 인천국제공항 영종도 매립지는 개항 후에도 활주로·계류장 일부에서 부등침하가 반복돼 수년간 보강·재포장을 이어왔고, 지금도 수백 개의 계측기를 통해 지반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새만금 매립지 역시 도로·항만·산업단지 곳곳에서 침하·균열·피복석 붕괴 등이 발생해 국토부와 전북도가 반복 보수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은 활주로와 여객청사 주변 침하로 인해 '운항 중단 → 보수 → 재운항'이 반복된 사례로 꼽힌다. 조 교수는 “이들 사례는 해상·연약지반 공사가 설계상 가능해 보이더라도, 실제 시공 단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공기가 늘어나고 유지관리비가 증가하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2035년 개항 목표의 현실성을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덕도는 환경·행정·정치적 변수가 얽힌 복합사업이기 때문에 단순히 공기를 늘렸다고 해서 일정 안정성이 확보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환경영향평가, 철새 도래지 보전, 어업권·보상 갈등, 지자체·중앙정부 간 조율 등 지연 요인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2035년 개항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상당히 낙관적인 일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초기 설계·평가·보상 절차가 한 번만 흔들려도 수년 단위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LH, 청년재단과 ‘청년 원스톱 지원서비스’ 추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청년재단 강의실에서 청년재단과 '청년 원스톱 지원서비스'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청년 원스톱 지원서비스'는 공공주택 청약․계약과 더불어 금융, 일자리, 복지 등 다양한 혜택과 정보를 빠짐없이 누릴 수 있도록 한 번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번 협약을 기반으로, 양 기관은 청년들의 서비스 이용 편의를 위해 접근성이 뛰어난 LH 주거복지지사 내 '주거특화형 청년센터'를 설치하고, '원스톱 지원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첫 번째로는 오는 12월 울산광역시 남구에 소재한 LH 울산권 종합주거복지지사 내 '주거특화형 청년센터' 1호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청년 주거안정 및 자립기반 조성을 위한 정책정보 공유 ▲주거특화형 청년센터 운영 지원 ▲맞춤형 주거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 발굴 ▲청년정책 개발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협약식에는 오주헌 LH 공공주택본부장과 오창석 청년재단 이사장이 참석했다. 오주헌 LH 공공주택본부장은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주거정책 정보와 일자리·복지 혜택 등을 빠짐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청년재단과 힘을 모아 '원스톱 지원서비스'를 마련하고자 한다"라며 “앞으로도 청년들의 안정적 자립과 도약을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오창석 청년재단 이사장은 “LH와의 협력을 통해 청년정책을 현장 가까이 전달하는 지역 청년센터의 역할을 확대하고, 청년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지원에 집중해 청년의 삶이 한층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서리풀2지구 “생태·문화재 훼손”…국토부 “충분히 의견 수렴‘

국토교통부가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리풀 1·2지구에 공공주택 2만 가구를 짓겠다는 공급안을 내놨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삐걱대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 24일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려던 서리풀2지구 전략영향평가 공청회는 인근 주민 및 우면동 성당 신자 등 150여명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들은 행사장에서 '종교 자유 보장하라', '강제 수용 절대 반대'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마스크를 쓴 채 침묵 싱위를 벌였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5일 서울 내 주택 공급을 위해 내년 1월까지 서초 서리풀 1·2 지구에 2만 세대 규모의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지구 지정 고시'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였다. 신자들과 주민들은 우면동 성당과 지구 내 집성촌인 송동·식유촌 마을을 택지 개발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지구가 1971년 그린벨트 지정 이후 엄격한 환경 규제로 인해, 현재 대부분이 비오톱 1–2등급의 우수한 생태 공간으로 보존된 상태에서 송동·식유촌을 강제 수용한다면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문화·자연 자산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양형석 송동마을 대책위 간사는 “현재 2지구 면적의 80%, 자산의 90%가 주민 소유 토지다. 정부 소유 택지는 10~20%에 불과하다"면서 “국토부는 일방적으로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강제 수용까지 불사하면서 면서 계획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 대해서도 형식적인 행보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양 간사는 “지구 지정 전에 법적인 절차에 따라 공청회를 2회 가져야 하는데 국토부는 보이콧을 통해 공청회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아도, 이 절차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주민 의견과 상관 없이 공청회를 진행하려는 것"이라며 “국토부의 공청회는 대화의 장이 아닌 일방적으로 정부의 계획을 홍보하는 자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주민 측은 국토부의 후속 공청회를 보이콧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2지구의 강제 수용을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도 강제 수용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박소영 국토부 공공택지기획과 사무관은 “강제 수용은 계획된 바가 없고, 법적 절차에 따라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선 공청회를 한 번 더 열어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해명했다. 박소영 사무관은 “후속 공정회 날짜는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곧 날짜가 지정될 것"이라며 “2차 공청회 후 지구 지정이 되면 보상 및 이주 절차 등 주민들과의 개별 만남을 통해 본격적인 설득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서울 성동·강남구, 대구시 등 9개 지자체 올해 스마트도시로 선정

서울 성동구와 강남구를 비롯해 경기 안양시·부천시, 대구광역시, 전남 여수시 등이 2025년 스마트도시로 신규 인증을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스마트도시 인증 평가를 거쳐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부문은 △경기 안양시 △경기 부천시 △경기 수원시 △대구광역시 등 4곳을 선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중소도시 부문은 △서울 성동구 △서울 구로구 △서울 강남구 △서울 은평구 △전남 여수시 등 5곳을 선정해 총 9곳에 신규 인증을 부여했다. 스마트도시 인증제는 도시의 스마트 역량을 진단하고 우수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2021년 도입해 매년 시행하는 제도다. 평가는 지자체가 구축한 스마트도시 서비스와 기반시설 수준, 공공의 혁신역량, 거버넌스·제도 체계 등 53개 세부 지표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올해 대도시 부문에서는 경기 안양시가 인공지능 기반 동선추적 시스템과 자율주행 버스 등 혁신 서비스 운영 성과에서 우수성을 입증했다. 경기 부천시는 모바일 통합플랫폼, 온(ON)마음 AI 복지콜 등 시민 편의·복지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였다. 경기 수원시는 지능형 교통정보시스템, 스마트폰 사용제한 스쿨존 등 교통 분야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대구광역시는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교통 플랫폼 구축과 데이터안심구역 운영 등 데이터 생태계 조성 노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소도시 부문에서는 서울 성동구가 주민참여 정책제안 플랫폼, 민·관 협력 기반의 도시 운영 등 시민 참여와 거버넌스 혁신을 인정받았다. 서울 구로구는 보행보조 재활로봇 도입, 다중 인파 안전관리 분석시스템 등 복지·안전 서비스 강화 노력이 선정에 주효했다. 서울 강남구는 로봇플러스 테스트필드와 미래교육센터 운영 등 기술 실증 및 체험환경 조성 성과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 서울 은평구는 교통약자 이동 지원 플랫폼 구축 등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전남 여수시는 글로벌 스마트관광 서비스와 스마트 원격검침시스템 구축 분야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얻었다. 은평구와 여수시를 제외한 나머지 7곳은 기존 인증 유효기간이 만료돼 재신청하며 신규 인증을 받았다. 한편, 2023년 인증을 받은 도시들은 올해 연장 여부를 심사해 신청한 7곳 모두 인증 연장이 결정됐다. 인증이 연장된 대도시는 서울특별시, 경기 성남시, 울산시 3곳이다. 중소도시는 대구 수성구, 서울 관악구, 서울 송파구, 서울 종로구 등 4곳이 결정됐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임진영의 아파토피아]“당첨되면 30억 로또” …세계 유일 ‘청약·전세’, 투기 수단 전락

“트리니원 청약 떨어지고 분해서 눈물이 났다. 1주택자도 당첨됐더라. 청약만 바라보고 십년 무주택자인 사람들 바보 만드는 이 따위 정책 왜 유지하나. 기존 주택 집값 올라서 (청약 당첨자가) 잔금 치르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가 됐다. 신혼특공이나 뭔 특공은 왜 그리 많은지. 그냥 가점제 다 없애고 갖고 싶은 사람들한테 나눠주지 그러냐. 이 제도가 과연 누굴 위한 제도인가." 최근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게시된 이 글은 이틀 만에 조회수가 1만3000회를 넘고 공감 수가 84개, 댓글이 192개가 달렸을 정도로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 글이 널리 읽힌 것은 이 사연자의 답답함에 공감하는 의견도 상당수였지만 반대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면서 댓글이 더욱 많이 달려 세간에 회자된 영향도 컸다. 강남 한복판 최고급 재건축 아파트의 청약 결과를 놓고 사람들의 의견이 정반대로 갈린다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아파트 청약 제도의 명암을 잘 드러내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 글에 거론된 아파트는 지난 19일 1순위 청약 결과를 발표한 래미안 트리니원이다. 삼성물산이 반포주공 1단지 3주구를 재건축 해 내년 8월 입주를 앞둔 이 단지는 일명 '로또청약'으로 평가받으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래미안 트리니원의 평균 분양가는 전용면적 59㎡(24평)가 약 21억원, 84㎡(34평)은 27억원 수준에 책정됐다. 인근 신축 아파트인 래미안 원베일리 84㎡는 72억원에 신고가를 썼고, 59㎡가 44억5000만원에 고점을 찍은 바 있다. 산술적으로 래미안 원베일리보다 3년 더 신축 아파트인 래미안 트리니원이 내년 8월에 입주하면 분양가 대비 입주 후 시세가 24평은 20억원 이상, 34평은 40억원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 직장인이 30년 직장 생활 동안 급여를 저축해도 30억원은 커녕 3억원도 모으기 힘든 게 현실이다. 청약에 당첨만 되면 분양가 대비 수십억원 이상 가격이 오른 신축 아파트를 얻게 되니 '30억 로또청약'으로 불리면서 이 아파트가 주목을 끄는 것은 당연했다. 이에 따라 수만명이 청약에 몰리는 등 과열 경쟁이 벌어졌다. 래미안 트리니원은 1순위 공급 230가구 모집 청약에 5만4631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경쟁률 238대1을 기록했다. 당초 청약을 앞두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 발표로 흥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무색케하는 결과였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 시세 25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 거래 시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2억원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강하게 규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래미안 트리니원 당첨자는 20평대도 20억원, 30평대는 25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동원해야 하지만 '로또 분양'을 노린 이들이 돈을 가방에 싸들고 대거 참여한 것이다. 게다가 이 단지는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착공 전 청약을 받는 '선분양 단지'가 아니었다. 입주 1년도 채 남기지 않아 거의 다 지어진 아파트를 청약 받는 '후분양 단지'다. 보통 일반적인 청약 당첨자들이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기간 동안 5회 이상 중도금을 나눠서 내는 것과 달리 래미안 트리니원은 내년 여름 입주를 앞두고,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3회만에 중도금을 완납해야 한다. 대출 없이 20억원 이상의 현금을 6개월 동안 낼 수 있는 '현금부자'가 얼마나 많을 것이며, 그 현금부자들 중에서 청약 가점을 높게 받을 수 있는 다자녀, 무주택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상식적인' 추론이었다. 그러나 막상 청약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놀라웠다. 20억 이상 현금부자들의 청약판에 5만개가 넘는 청약 통장이 던져졌다. 당첨 컷트라인은 더욱 예상을 벗어났다. 트리니원 청약 가점이 70~82점을 기록했다. 최저 점수인 70점은 5인 가구의 무주택자가 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무주택 기간이 15년 이상(32점)이고, 본인을 제외한 부양 가족이 6명 이상(35점), 청약 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이면 만점(84점)을 받을 수 있는데, 4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은 69점이다. 즉, 트리니원 청약 당첨자의 점수는 무주택 15년을 유지하고, 5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수준에 형성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20억원 이상의 현금을 가진 다자녀 무주택 가구는 금수저 뿐이고, 이들이 이번 트리니원 청약에 그 동안 아껴왔던 청약통장을 대거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무리 서울 강남 아파트 청약 시장이 '금수저 전용 루트'가 됐다고 하더라도 시장의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당첨이 가능한 가점, 즉 일반적인 금수저 가정에선 찾기 어려운 비상식적인 조건을 갖춘 금수저가 5만명이 넘는다는 것이 납득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번 트리니원 청약 결과에 대해 '일단 내가 가진 현금은 고려치 않고, 나중에 청약이 되면 그 때 가서 자금을 마련하자'는 '선당후곰(당첨이 먼저, 고민은 후에)' 집단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당첨 후 잔금을 치루지 못해 계약이 해지되면 추후 청약 신청이 10년간 제한이 되는 규정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번 트리니원 청약엔 이런 청약자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로또 청약' 과열 현상의 원인은 1주택자 추첨 물량 공급이 꼽힌다. 트리니원 1주택자 추첨 물량은 일반분양 전체 물량 500여 세대 중 33세대에 불과하지만 주택시장에서는 5만개가 넘는 청약 통장 중 상당수 청약 신청자가 1주택자일 것으로 추론한다. 1주택자는 극히 소수의 배정물량에만 청약 도전이 가능하고, 당첨 시 소유 주택을 매도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그러나 현재 서울 아파트 국민평형(전용 84㎡·34평)매매 거래가격이 평균 14억을 웃도는 상황에서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 신축 아파트 국평 아파트 가격이 대부분 20억원을 넘어간다. 서울 한강벨트 신축 아파트 국평 소유자가 소유주택을 20억원에 팔면 충분히 래미안 트리니원 중도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1주택자 청약자를 정확히 분류해 경쟁률을 따로 공시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청약 통장 중 최소 절반에 가까운 청약자는 이렇게 청약 당첨시 소유주택을 팔고 래미안 트리니원으로 갈아타려는 수요로 보고 있다. 1주택자 경쟁률은 공시된 평균 청약률 200대 1을 넘어서서 실질적으로 수천대 일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아예 당첨 시 잔금을 마련할 수 있는 비싼 아파트를 소유하지 않은 무주택자도 일단 당첨된 후에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무대뽀' 청약 사례도 상당수라고 보인다. 실제로 주택시장 현장에선 이런 선당후곰 청약 당첨자들을 겨냥한 대부업체 연결 서비스도 횡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청약 제도 자체는 그동안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이 비싼 신축 아파트를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무대였다. 일단 주담대도 넉넉하게 받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주담대를 받고도 잔금이 부족하면 집주인이 들어가 사는 대신 입주권에 전세를 놓고 일단 세입자가 새 집에 입주를 하게 한 다음 전세금을 받아 중도금과 잔금을 치뤘다. 세입자는 비교적 싼 가격에 전세를 받을 수 있다. 청약 당첨자도 청약된 집에 바로 실거주는 하지 못하지만 주택 소유권을 가진 채 추후 소득이나 자산을 불려 더 좋은 집으로 갈아타거나 전세금을 돌려주고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는 등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됐다. 그러나 남의 전세금을 이용해 청약에 당첨되고 입주권 거래를 통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갭투자가 시세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정부 당국은 지난달 대책을 발표하고, 갭투자 금지 및 실거주 의무화 정책을 시행했다. 현재 청약과 전세 제도는 특이하게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무주택자와 다자녀 가구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한국의 가점제 청약과 전세 보증금으로 세입자에게 2년간 주거를 보장하는 전세 제도 모두 당초 취지는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됐고 상당 기간 동안 그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전세와 청약 시장에서 투기성 수요가 붙으면서 집값 상승의 트리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당국은 투기성 수요가 아닌 실거주 수요만을 인정하는 갭투자 금지 규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전세 매물이 실종돼 오히려 전세금이 치솟는 전세 불안이 야기되고 있다. 청약 시장에서도 전세 제도를 이용한 갭투 청약이 전면 금지되자 더욱 더 청약 시장은 금수저 위주의 '그들만의 리그'로 전략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대중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난 10·15 대책을 통해 주택시장에서 실거주 수요만 허용하는 방향으로 강하게 규제를 했지만 역설적으로 청약시장은 더욱 일부 소수 계층만 유리한 방향으로 짜여지고 있고, 전세 시장도 불안해지고 있다"며 “이런 규제가 지속되면 주택시장의 가장 큰 현안인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견본주택의 진화, 아파트 홍보 넘어서 문화 공간 되다

과거 아파트 청약을 앞두고 분양 홍보 성격이 강했던 모델하우스(견본주택)가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제 견본주택은 청약 기간 동안 잠시 홍보를 위해 운영했던 견본주택에서 벗어나 건설사들의 자사의 주거 브랜드를 마케팅하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22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1위 건설사인 삼성물산은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래미안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삼성물산은 2012년 래미안 갤러리를 서울 종로구 운니동과 송파구 문정동에 개관했다. 특히 개관 당시엔 현대건설 본사가 위치한 계동 사옥 바로 앞에 경쟁사인 삼성물산이 주택전시관을 지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강북(운니동)과 강남에서 운영하던 래미안 갤러리를 강남 문정동 갤러리 1곳에서만 운영하기로 결정하면서 문정동 래미안 갤러리는 본격적으로 래미안 주거 브랜드를 대표하는 핫플레이스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은 자사의 분양 단지 견본주택을 래미안 갤러리에 마련하는 파격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달 '30억 로또분양'으로 주택시장을 뜨겁게 달군 '래미안 트리니원'이 대표적이다. 이번 청약 기간 동안 삼성물산은 래미안 갤러리 내에 견본주택을 마련하고, 시간대별로 클래식 연주회를 여는 등 반포 고급 아파트 수요자를 겨냥한 선별적인 견본주택 홍보에 나섰다. 또한 각종 미술 작품과 고급 인테리어가 장식된 래미안 갤러리에 견본주택을 설치해 예비 청약자들로 하여금 래미안 브랜드 홍보에도 큰 효과를 봤다 삼성물산은 임시 가건물에서 청약 기간 동안 잠시 열리는 일반적인 견본주택 전시 효과로는 누릴 수 없는 홍보효과를 누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과거 견본주택은 설치와 철거 비용 등 비용이 이중으로 드는 문제가 많이 있었다"며 “당사의 래미안 갤러리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 경제적으로도 비용 절감 효과가 있고, 견본주택을 방문하는 내방객들에게 래미안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어 홍보 효과가 더욱 우수하다"고 말했다. 대원은 김포 북변2구역에 공급하는 '칸타빌 디 에디션'의 견본주택을 전날 개관했다. 대원은 칸타빌 디 에디션 견본주택 자체를 하나의 고급 갤러리처럼 조성했다. 기존의 정형화된 분양 홍보관의 문법을 탈피했고, 화려한 장식이나 과장된 연출 대신, '담과 뜰'이라는 한국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절제된 디자인을 통해 방문객에게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입구에서는 건축 과정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재용 작가의 타임랩스 사진 작품 '건축의 시간을 담다'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오산의 '칸타빌 더퍼스트' 현장을 865일간 기록한 이 작품은, 집이 단순한 상품이 아닌 시간과 정성이 쌓인 삶의 공간임을 시각적으로 증명했다. 이를 통해 대원은 브랜드의 철학을 먼저 경험하게 한 뒤 단지 모형도와 입지 특장점을 살펴보게 하는 동선 설계를 통해 견본주택 홍보 효과를 극대화 했다. 대원 관계자는 “이번 견본주택을 단순히 아파트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집에 대한 칸타빌의 철학을 공유하는 문화공간으로 기획했다"며 “특히 화려한 연출에 의존하기보다 평면의 완성도와 공간의 본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제품 자체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10·15 대책 한 달만에 꿈틀거리는 서울 집값, 답은 보유세 뿐?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폭이 다시 커지면서 대책 효과를 둘러싼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강한 규제가 이어졌던 만큼 정부가 당분간 시장을 관망할 거라는 신중론이 제기되는 한편, 다음 카드로 보유세 인상 등 세제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0·15 대책 시행 이후 매매시장은 전반적으로 얼어붙어 매물 감소와 거래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서울 도심과 일부 외곽 지역에서는 거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매물이 적은 상황에서 거래를 성사하려면 높은 가격을 수용할 수밖에 없어, 대출 없이 갈아타기가 가능한 이른바 '현금 부자'들이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가격 조정이 이뤄지려면 시장가격이 내려가고 매물도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나야 하는데, 현재는 이런 조정 신호가 제한적으로 가격 방어력이 형성된 모습"이라며 “특히 서울 상급지는 수요층이 가격 회복에 대한 기대와 내성을 축적해 거래가 활발하지 않음에도 가격 방어가 상당 수준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3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은 전주 0.17%에서 0.20%로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확대됐다. 수도권도 0.11%에서 0.13%로 오름폭이 커졌다. 특히 상급지의 상승세는 뚜렷하다. △송파구(0.47%→0.53%) △양천구(0.27%→0.34%) △영등포구(0.24%→0.26%) △강남구(0.13%→0.24%) 등이 상승폭 확대를 이끌었고, △성동구(0.37%→0.43%) △용산구(0.31%→0.38%) △광진구(0.15%→0.18%) 등도 전주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송파·성동·용산구는 지난주 기존 대비 상승폭을 키운 데 이어 이번 주에도 가격 오름폭이 더욱 확대됐다. 최근 등록된 실거래가를 살펴봐도 직전 거래 대비 높은 수준의 신고가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강남구 청담동 진흥아파트 180.67㎡는 지난 8일 직전 대비 무려 19억9000만원(55.3%) 뛴 55억9000만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82.51㎡ 역시 14일 이전 대비 8000만원(1.8%) 오른 45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성동구 성수동 한신한강 84.97㎡도 7일 10억5000만원(40.4%) 상승한 36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정부가 사상 초유의 '3중 규제'까지 포함한 강력한 대책을 시행했음에도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국토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현금 보유층은 규제와 무관하게 매수에 나서고 있으나, 자금 여력이 충분해 규제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만큼 향후 대책 마련이 쉽지 않아서다. 일각에서는 매물을 늘려 집값 안정을 꾀하기 위해 보유세 인상과 양도세 완화가 검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 경우 결국 정책이 조일 수 있는 수요층만 더 압박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를 수 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10·15 대책의 약발이 사실상 다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가 추가로 내놓겠다는 대책이 공급 확대와 보유세 강화 정도인데, 시장은 민주당이나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유세 강화를 실제로 밀어붙일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오히려 양도세 중과 유예를 다시 연장할 거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 경우 기존 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시장에 내놓을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보유세 강화를 실제로 실행할지가 관건이다. 시장에는 집값이 높게 오르며 보유세 관련 한계선상에 있는 분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이제는 버티기 어렵겠다'고 판단해 매물을 내놓기 시작하면 그때 가격이 조정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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