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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에 당한 쌍용차···20여년간 중국 인도기업에 기술만 흘러가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4.15 14:58

상하이차 이어 마힌드라도 ‘경영 실패’ 이후 무책임 행보



"투자하겠다" 약속 안지키고 ‘먹튀’ 판박이



M&A 성사가 위기 극복 최고 시나리오

회사전경사진1

▲쌍용차 평택 본사 입구.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쌍용자동차가 다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외국계 자본의 ‘먹튀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기술만 빼간 뒤 투자 약속은 지키지 않는 일이 20여년간 쳇바퀴처럼 반복됐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대우그룹 해체 이후 주인 없이 방황하다 지난 2004년 상하이차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하지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영난을 겪으며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당시 회사의 주인이었던 중국 상하이차는 기술력만 빼가고 외부 요인으로 인해 자금난에 처한 쌍용차를 지원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투자 중단을 선언한 인도 마힌드라그룹(현재 대주주)의 행보와 오버랩된다.

상하이차는 2004년 쌍용차 인수 당시 1조 2000억원을 쌍용차에 투자해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선포하고 차량 30만대 생산을 약속했다. 다만 4년간 투자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연간 차량생산은 15만대에서 9만대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신차 기술력을 계속해서 빼가면서도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2010년 쌍용차 주인은 다시 바뀌었다. 쌍용차 대주주는 인도 마힌드라. 마힌드라 역시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4월 새 투자자가 나오면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출 것이라며 대주주로서의 위치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인도중앙은행(RBI)이 마힌드라의 지분 75%를 25% 수준으로 낮추는 감자까지 승인했다.

마힌드라 역시 인수 당시 약속했던 신규 투자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상하이차 철수 당시 제기됐던 먹튀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마힌드라는 2016년 티볼리 플랫폼으로 만든 XUV300을 인도 시장에 출시하며 2019년 4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실적을 냈음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특히 마힌드라가 상하이차와 마찬가지로 대주주의 경영 능력을 발휘하기보다 쌍용차를 처분하려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한다. ‘제2의 쌍용차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마힌드라의 ‘먹튀’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인수 이후 2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1300억원 가량만 투입했을 뿐 신차개발 등에 지원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1월 쌍용차 흑자 전환 계획의 일환으로 2300억원을 신규 투자한다고 산업은행에 약속했지만, 3개월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쌍용차가 2016년부터 적자를 냈지만 구조조정이나 투자 등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도 마힌드라에 대한 비판 여론을 조성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미래에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쌍용차가 20여년간 방황을 끝내고 정상화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인수합병(M&A)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재 쌍용차 관련 일자리가 2만명에 달해 존속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자금을 수혈해줄 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HAAH오토 뿐 아니라 에디슨모터스 등 국내 기업들도 쌍용차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알려졌다.

앞서 2009년 법정관리 당시 채권단은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을 부결했지만, 법원은 강제인가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청산됐을 때보다 기업가치 높다는 점을 고려했고, 마힌드라라는 새로운 투자자의 등장으로 회생절차가 종료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쌍용차 인수 가격이 3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진정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보다 2·3배 많은 금액을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새 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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