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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을지로 사옥. |
다만 대우건설 매각 절차를 두고 중흥건설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입찰에 참여한 두 업체 간 가격차가 크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KDB산업은행과 KDB인베스트먼트(KDBI)에 입찰 방해와 배임죄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4일 투자업계(IB)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대우건설 재입찰이 진행됐다.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기존 1조 8000억원에서 2조원 초반대로 상향 조정하고 중흥건설은 2조 3000억원에서 1000억~2000억원 가량 가격을 낮춰 재입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진행된 재입찰에 따라 대우건설 인수전은 500억원 안팎의 가격차이로 승자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이번 재입찰을 통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먼저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써낸 인수가격 차이가 큰 점이 재입찰 결정의 배경으로 꼽히는 이유에서다. 앞서 본입찰에서 중흥건설은 2조 3000억원을,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2조원 아래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이 인수 재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이 일면서 중흥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되기 위해 시장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매각 대상은 KDB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다. 애초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2조원대 초반 수준의 매각가가 예상됐다.
현재 업계 안팎에서는 중흥건설에 가격 조정의 기회를 주는 것이 특혜일 수 있기 때문에 공정성 측면에서 DS네트웍스 컨소시엄도 참여하는 재입찰을 고육지책으로 들고나왔다는 분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본입찰 이후 중흥건설이 DS네트웍스 컨소시엄와의 인수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고 판단해 대우건설 인수에 부담을 느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KDB인베스트먼트가 중흥건설이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막으려고 재입찰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DB인베스트먼트의 재입찰 결정에 원칙이 없는 매각 작업 절차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제시된 인수가격이 낮아 재입찰을 하는 경우는 더러 있어도 인수가격이 높아 재입찰을 하는 사례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M&A(인수·합병) 자문업체인 이에스오피컨설팅 송호연 이사는 "대우건설 매각 절차를 보면, 예비입찰과 실사 과정도 없이 바로 본입찰을 진행하고 있다"며 "매각 작업 절차가 원칙 없이 무리하게, 급하게 진행되면서 이같이 유례없는 불상사가 생긴 것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이미 입찰가를 제시한 상황에서 입찰사들만 재입찰을 진행해 공정성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인수 의향자로 분류된 회사들이 가격 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중흥건설에 대한 특혜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이의제기와 법적 소송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조 측도 즉각 반발에 나섰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초입찰 7일 만에 중흥건설이 입찰가를 높게 썼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은 상식 밖의 결정이자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특혜 매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명백한 입찰 방해이자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배임죄이다"며 "이번 매각을 즉시 중단하고 공정한 매각 절차를 다시 진행, 대우건설 임직원을 대표하는 노조와 협의기구를 구성하고 의견을 모아 올바른 매각을 진행하라"고 강조했다.
son90@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