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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기회와 도전] 탄소중립 시대의 새 기회 배출권 거래…"탄소줄이는 게 돈 버는 시대, 5년 새 시장 45배로 커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0.18 17:05
탄소

▲산업현장에서 온실가스를 내뿜고 있다. 픽사베이


<글 싣는 순서>
<1회> 산업계, ‘게임 체인저’ 변신 박차
<2회> 탄소중립 시대의 새 기회 배출권 거래
<3회> 생활 속 실천 탄소중립 거버넌스 확립
<4회> 발전부문의 에너지 전환
<5-1회> [르포] 풍력발전 메카 덴마크
<5-2회> [인터뷰] 덴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부 장관
<6회> [르포]산업혁신 모델 독일


[에너지경제신문 / 부산·울산=오세영 기자] "많은 탄소다배출 산업계가 겪는 딜레마입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수익을 남겨야 하는 상황이지만 탄소저감을 향한 전 세계 동향을 거스르고 역행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탄소저감 기술이 상용화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주체할 수 없이 높아지기만 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마주한다면 감산을 고려해야 하겠지요."(석유업계 관계자)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른다고 무조건 악(惡)이라고 판단할 수 없어요. 배출권 가격이 상승해 비용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배출량을 감축한다면 가장 좋은 메커니즘이지요. 그런데 기술도 필요하고 감축 투자에 필요한 비용도 부담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인데 감축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 경쟁을 할 수 있을까도 생각해봐야 해요. 만약 정부가 기업들에게 감축에 대해 지원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어느 범위까지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해요."(손인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50 탄소중립 계획에 가속이 붙고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상향되면서 배출권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 거래 물량인 탄소배출권(KAU21)은 이날 기준 1t당 3만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기업활동이 줄어들면서 지난 6월 1만원대로 최저점을 찍은 뒤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고 탄소중립 계획 속도에 속도가 붙자 다시 가격 반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탄소배출권 시장 도입 이후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꾸준히 늘고 있다. 탄소배출권이 처음 개설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누적 거래량은 16배, 누적 거래대금은 45배로 커졌다. 전체 배출권 연간 누적 거래량은 △2015년 124만2097t △2016년 510만7657t △2017년 1473만4136t △2018년 1782만9968t △2019년 1695만9280t △2020년 2095만3997t으로 나타났다.

누적 거래대금은 △2015년 138억9100만원 △2016년 905억9900만원 △2017년 3115억2700만원 △2018년 3969억5600만원 △2019년 4923억7100만원 △2020년 6208억3300만원대로 증가했다.

손재식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배출권시장팀장은 "할당배출권(KAU) 가격의 경우 2019년 12월 4만원대까지 치솟다가 지난해 4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1만원대로 떨어졌다"며 "코로나로 기업 활동이 줄어 배출권 가격도 급락했다가 최근 다시 정상화 되는 모습이다"라고 설명했다.

손 팀장은 "최근 거래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시장활성화를 위해 여러 제도를 개선했기 때문"이라며 "대표적인건 시장조성자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시장조성자제도 도입으로 장외거래되던게 장내로 유도가 되는 등 활성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5년도 처음 배출권 시장이 개설됐을 때 보다 거래량이 16배 정도 늘어났다"며 "정부가 할당을 어떻게 하고 NDC가 어떤 기준으로 마련되느냐에 따라 거래금이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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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3기 배출권제 시행으로 적용 대상·유상할당 물량 확대 

 


올해부터는 3기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서 할당의무 업체와 유상할당 물량이 늘어났다.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는 △1기(2015∼2017년) △2기(2018∼2020년) △3기(2021∼2025년) 등 총 3개 계획기간으로 설계됐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3기에서는 할당대상업체는 684개, 사전할당량은 29억200만t으로 직전 기수보다 각 43개, 12억7700만t늘었다. 유상할당은 3%에서 10%로 확대됐다. 유상할당 물량도 2019년 794만9500t과 2020년 817만1400t에서 1824만2500t으로 늘었다.

박현신 에코아이 탄소배출권사업본부 팀장은 "유상할당량이 확대되면서 기업의 감축 부담도 더 커졌다"며 "예를 들어 할당받아야 하는 온실가스가 100만t이라면 이 가운데 90%인 90만t만 할당을 받은 셈이다. 유상할당 비율에 해당되는 10% 즉 10만t에 대해서는 기업이 알아서 감축을 하거나 유상할당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유상할당 물량이 3기 거래제 이후에도 늘어난다고 전망한다. 올해 안에 NDC가 상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2030년 NDC 목표는 지난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상향돼 최대 4억7294만t으로 설정됐다. 이번에 재정립 된 국가 NDC 목표를 당초 유엔에 제출했던 2017년 배출량인 7억910만t 기준으로 따져보면 24.4%에서 최소 33.3%로 강화된 셈이다.

손재식 팀장은 "유상할당량이 늘어나면 아무래도 기업들한테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다. 돈을 내고 배출권을 사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보면 감축노력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유상할당 비율 높이는 건 결국 NDC목표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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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거래시장 현황을 지켜보는 한국거래소 직원. 한국거래소

 

 

증권사도 배출권 거래 시장 참여…"유동성 확대로 거래 상승 전망" 

 


NDC 상향에 이어 중개회사 시장참여도 배출권 거래 활성화를 전망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가 배출권 거래 시장에 진입하면서 수익 실현을 위한 배출권 거래가 활발해지면 시장 유동성이 한층 높아진다고 전망한다.

지금까지 배출권 거래시장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의무를 지닌 배출권 할당 대상 기업과 시장 조성자들로만 조성됐다. 그러면서 유동성 창출에 한계가 있었고 매수·매도 쏠림현상도 나타났다. 배출권 수급 상황에 따라 한번에 팔거나 사들이는 움직임이 강했고 배출권 제출 기간에만 거래가 활발했다.

박현신 팀장은 "증권사가 배출권 거래시장에 참여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시장이 유연하게 흘러간다고 보고 있다"며 "할당업체는 사고파는 게 자유롭지 않지만 증권사들이 들어오면 쌀 때 매수하고 비쌀 때 매도하는 거래 구조도 형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중개업무를 하는 자를 뜻한다. 국내 증권사 35개사가 그 자격을 얻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성자와 달리 별도의 의무 없이 자기매매 형태로 배출권을 매매할 수 있다.

증권사들의 관심도 높은 모습이다. 배출권 시장이 앞으로도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탄소중립이라는 목표가 지속되면서 할당업체들이 증권사에 배출권 거래 위탁을 맡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재식 팀장은 "증권사 10개 정도가 배출권 거래시장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배출권 시장이 향후에 커질 거 같은 기대감과 지속될 탄소중립 시장을 선점한다는 입장에서다. 또 나중에는 할당업체들이 증권사에 배출권 거래를 맡기는 위탁거래 비즈니스도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최근 금융기관들이 거론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출권 거래시장, 유연성과 보완책 겸비해야" 

 


우리나라는 아시아권에서 국가 단위로는 가장 처음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도입한 나라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지 8년째 접어들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과 기업들의 인식이 바뀌어 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손인성 연구위원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란 배출량을 조절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수단"이라고 표현했다.

손 연구위원은 "업체에게 강제하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건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각자 배출량을 조절하는 방법이다"라며 "업체들이 줄일지 말지 판단하는 기준은 가격인데 배출권 거래제 자체가 탄소가격을 제시한다. 국가 전체에서 수량을 조절할 수 있는 도구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연합(EU)처럼 탄소배출권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아직 개선할 점이 남아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현신 팀장은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시장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이월·차입·상쇄 등 유연성 제도가 경직돼 있다는 점이다"라며 "이월제한조치를 완화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박 팀장은 "유럽의 경우 이월량이 1년치 배출량보다 많음에도 1t당 가격이 60달러 넘어서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월량이 훨씬 많은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배출권 거래가격 회복속도가 굉장히 빨랐고 탄소중립 계획에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제약이 많다 보니 6월까지 배출권 가격이 계속 폭락했다"며 "결국 2020년도 배출권 정산이 끝나고 나서야 배출권 가격이 회복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손인성 연구위원은 "탄소배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만큼 지원이나 보상책도 마련돼야 된다"며 "EU의 경우 무상할당을 명확하게 지켜주고 에너지다소비 업종에 대해 국가가 선택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손 연구위원은 "유럽의 경우 무조건적인 게 아닌 규정을 정해 무상할당 업종을 가려내고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며 "EU에서는 자국내 업체들에게 규제를 강화했지만 무상할당량도 유지하고 간접배출도 보상했다"고 말했다.

또 "탄소국경세도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EU 입장에서는 배출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만든 업체의 제품을 그대로 수입한다면 감축에 비용을 부담한 자국업체들이 위기와 경쟁력 상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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