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노래산 풍력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
<글 싣는 순서>
<1회> 산업계, ‘게임 체인저’ 변신 박차
<2회> 탄소중립 시대의 새 기회 배출권 거래
<3회> 생활 속 실천 탄소중립 거버넌스 확립
<4회> 발전부문의 에너지 전환
<5-1회> [르포] 풍력발전 메카 덴마크
<5-2회> [인터뷰] 덴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부 장관
<6회> [르포]산업혁신 모델 독일
[에너지경제신문 / 경주=이원희 기자] "재생에너지 확대 쉽지 않지만 계획에 맞춰 추진하겠습니다." "아직 부족한 풍력 발전의 대규모 사업 확대를 위해 지역주민들을 설득하고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등 국토의 효과적인 이용을 위해 공기업으로서 역량을 다할 것입니다."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방문한 기자가 정부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의 비현실성 관련 질문에 배양호 한수원 재생에너지처장은 종합에너지회사로서 클린에너지를 확대해나가겠다는 한수원의 각오를 이같이 밝혔다.
경주 시내에서도 차로 30분 떨어진 이곳에 한수원 본사 건물이 들어서 있다. 한적한 시골길에 거대한 현대식 건물이 이렇게 붕 떠 있으니 거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한수원에 입구로 들어서니 건물 지붕마다 들어와 있는 태양광 발전소들이 눈에 띈다. 주차장 지붕에도 태양광을 설치하면서 본사에 지붕에 비어있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본사 지붕 태양광에 대해 "외관상 문제 등으로 한수원 본사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는데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건물일체형태양광설비(BIPV)를 활용해 지붕의 미적 감각을 최대한 살리면서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사 건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면서 한수원은 RE100(사용전력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을 실현하고자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수원 본사 지붕 태양광은 총 설비용량 1.3MW 규모로 지난 19일 준공을 완료했다. 한수원은 이번 본사 지붕 태양광으로 자체 태양광 설비용량 60MW를 달성, 2025년까지 100MW로 확대할 계획이다.
설비용량 100MW 규모의 태양광이면, 월평균 350kWh의 전력량을 사용하는 4인 가족 기준으로 대략 3만5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과 새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발전 공기업으로선 사업구조 자체를 전면 개편해야 하는 상당한 부담을 떠 안게 된다. 화석연료와 원자력 중심의 기존 에너지원 사업구조를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대폭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영역은 전력발전 부문이다. 2018년 기준 발전 부문의 탄소 배출량은 총 2억6960만톤으로 국내 전체 배출량의 37.1%를 차지한다. 정부의 2030 NDC에 따라 2030년까지 발전 부문은 총 1억1970만톤을 감축해야 한다. 2018년 발전 부문 배출량의 44.4%나 되는 수치로 앞으로 8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한다.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 14.5%의 3배가 넘는다. 새 2030 NDC에 산업계가 강력 반발하는 것에 비춰보면 발전 부문의 경우 대부분 공기업이어서 겉으로 대놓고 표현하지 않을 뿐 새 2030 NDC 이행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정부의 탈석탄·탈원전 정책에 따라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서는 석탄발전을 완전히 폐기하고 원자력 발전도 5분의 1 가까이 대폭 줄여야 한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도 전체 발전량에서 5.0%만 남기거나 완전히 없애야 한다.
국내 석탄과 LNG, 원전발전을 합치면 전체 발전량 비중에서 90%가 넘어가는 데 현재 7.7% 정도인 신재생에너지를 이들을 대신해 채워야 한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가 발전공기업에 주는 부담도 크다. 설비용량 총 500MW 이상 발전소를 보유한 발전사들은 RPS 의무공급비율에 따라 2026년까지 전체발전량의 25%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 늘려야 한다. 이처럼 국내 6대 발전공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를 확대 보급하는 게 중요하다.
발전 공기업의 RPS 이행엔 전기요금의 일부로 청구되는 기후환경비 징수 등을 재원으로 보전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비용은 전기소비자 부담으로부터 보전받지만 이렇게 될 경우 발전 공기업으로선 사업 수익구조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존립의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나아가서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국내 입지 자체의 한계 또는 부적합 논란이 제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까지 현장을 돌며 여러 차례 세계 5대 강국 도약 비전을 선포한 해상 풍력발전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풍력의 총 설비용량은 7865MW이지만 현재 설치된 풍력발전은 1708MW로 21.7% 수준이다. 이 역시 대부분 작은 규모에 효율이 낮은 육상풍력이고 대규모 고효율 해상 풍력발전의 태반은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태양광·풍력 발전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날씨 변화에 따라 발전량이 제각각으로 전력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힘들다. 하루 평균 발전 가동률이 30%에 미치지 못해 효율성도 떨어지는 걸로 분석된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게 쉽지 않다 보니 발전공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원자력과 신규 석탄발전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 중에서도 원자력 발전을 주로 하고 있는 한수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발전사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부담이 크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수원이 이달 기준 보유한 발전소의 총 설비용량은 2만8615MW로 국내 발전소의 총 설비용량 13만2151MW의 21.7%를 차지한다. 한수원 다음으로 가장 많은 발전소 설비용량을 보유한 한국남부발전 1만1474MW의 두 배가 넘는다. 지금까지 한수원이 신재생에너지를 약 1000MW를 확보했는데 앞으로 매년 지금까지 확보한 만큼 거의 1000MW 씩 늘려나가야 한다.
▲지붕에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된 한국수력원자력 경주 본사 사옥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
한수원 매년 1000MW씩…신재생에너지 대폭 늘여야 하는 발전공기업들
현재 한수원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약 960MW로 2034년까지 신규 설비 1만1000MW를 추가 확보해 총 1만2000MW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출 방침이다. 앞으로 지금까지 늘려온 신재생에너지 설비 960MW를 해마다 계속 이만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배양호 처장은 "신재생에너지를 정부 목표에 따라 대폭 늘려야 하는데 한수원에 이는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수원은 △국토훼손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갈등이 적은 대규모 사업 △사내외 유휴부지를 활용한 사업 △주민 및 이해관계자들이 희망하는 사업 등으로 전략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한수원은 지난 2018년 10월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설비용량 2100MW 규모의 새만금 수상태양광 사업을 새만금개발청, 전북도 등 지자체와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새만금 주변 지역주민이 참여해 발전소 운영수익을 공유하는 주민참여형 태양광사업으로 추진된다.
한수원은 지난 2019년 11월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인 청송노래산풍력의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청송노래산풍력은 청송 노래산 인근 해발 약 700m 지점에 설비용량 3.2MW급 발전기 6기를 설치해 총 19.2MW 규모의 설비를 갖췄다.
한수원은 양양수리풍력 등 강원지역 육상풍력 (300MW)과 영광 안마해상(224MW), 진도 해상(1000MW) 등 2034년까지 총 설비용량 4100MW의 풍력발전 개발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인 연료전지도 현재 총 설비용량 150MW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2023년까지 총 설비용량 90MW 연료전지 발전소 추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발전공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남동발전은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확정해 2030년에 온실가스 배출을 2017년 대비 45%, 2040년에는 80% 감축하고자 한다. 남동발전에 따르면 현재 총설비용량 약 1000MW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확보했고 2034년까지 총 사업비 33조4000억원을 투자해 1만MW 규모로 확대하고자 한다.
한국서부발전은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5%를 신재생에너지로 확보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지난해 1050MW에서 다섯 배에 이르는 5286MW까지 늘린다.
한국남부발전은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3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기 위해 7조 4000억원을 투자한다.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7000MW까지 목표로 잡았다.
한국중부발전 또한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30%를 신재생에너지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2조1698억원을 투자해 현재까지 확보한 총 설비용량 893MW의 신재생에너지를 1만2200MW로 열 배 넘게 확대한다.
한국동서발전은 현재 보유한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 1009MW에서 2025년 4237MW, 2030년에는 7393MW로 일곱 배 넘게 늘린다.
▲경주 천북산단 공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 |
글로벌 에너지 대란… "석탄 원자력 뒷받침 필요"
이처럼 발전공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각자 세우고 추진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부채 급증 등 우려가 많은 상황이다. 특히 RPS 의무공급비율 이행을 위한 발전사들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비용은 전기요금의 기후환경요금으로 충당된다. RPS 의무공급비율이 7%였던 지난해 약 3조원 가까이 들어간 RPS 이행비용은 RPS 의무비율 25% 상향에 따라 10조원 넘게 늘어날 거로 추산된다.
특히 최근에 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 속에 신재생에너지는 전력 공백 대응 한계 등으로 주요 국가들이 석탄발전을 늘리면서 석탄 가격이 치솟고 있다. LNG 가격과 국제유가도 마찬가지다. 1년 사이 국제 석탄가격은 3배, LNG 가격은 5배 넘게 치솟고 있고 국제 유가는 7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거라는 전망이 있다.
이와 같은 에너지 대란 속에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에너지원을 구성할 경우 국내에서도 상당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실제로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 등 에너지공기업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석탄을 없애고 원전을 대폭 줄이는 탄소중립시나리오에 대해 일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발전공기업에 의견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재생에너지 한계 및 불확실성에 대한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저탄소배출원이며 안정적 에너지원인 원자력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남부발전은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석탄 및 LNG 발전기의 잔존수명보다 조기 퇴장 시 불가피한 매몰비용 발생으로 발전사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다"며 "이 경우 재생에너지, 무탄소 전원 등 에너지전환의 추진동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수익악화가 지속될 경우 회사 존립 위협받는다"고 밝혔다.
서부발전은 "신재생에너지 확대, 온실가스 감축 기술 적용 시 정부 지원 없이는 경제성 확보가 불가하다"며 "폐지되는 화석 기반 전원의 잔존가치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요구되며 이를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으로 재투자돼야 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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