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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D-2개월… 대형건설사 ‘여유’ vs. 중견·소건설사 ‘안절부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11.30 15:57

내년 1월27일 중대재해법 시행… 처벌 수위 높아 업계 초긴장



대형건설사, AI 등 스마트기술 도입… 재해 발생 최소화 노력



중견·중소, 인력·비용 턱없이 부족… 안전교육·점검 강화 최선

건설현장

▲서울 양천구 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에 건설사들이 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가운데 대형건설사와 중견·소건설사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대형건설사는 스마트 기술을 도입해 안전관리 수준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중견·소건설사는 대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들은 IoT(사물인터넷)와 AI 등 스마트 기술을 도입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요소에 대응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건설현장 붕괴사고를 막기 위해 스마트 자동계측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했다. 구조물의 안전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으며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지난 8월에는 AI를 활용한 ‘장비협착방지시스템’을 도입했다. 건설현장 내 사각지대를 없애고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어 재해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현대로보틱스와 기술협업을 통해 자체 로봇기술을 확보하고 산업용 로봇을 현장에 투입해 근로자 대신 고위험 작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GS건설은 지난해 7월 국내 건설사 최초로 건설현장에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도입해 실증 시험에 성공했다. 로봇 스팟에 다양한 IoT 센서를 장착해 위험 구간의 유해가스·열화상 감지를 통한 건설 현장 안전관리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8월 스마트 안전벨트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안전관리자가 중앙관리 컴퓨터나 모바일로 현장근로자의 안전벨트 미체결 또는 체결오류를 확인하면 즉시 무전 또는 현장을 방문해 안전벨트 정상체결을 지시하는 구조다. 안전벨트 미착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근로자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작업도 한창이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외국인 근로자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5개 국어로 된 소통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번역이 가능해 현장에서 이들과 긴급한 소통이 필요할 때 위급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스마트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는 데는 중대재해법이 내년 1월27일 시행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을 처벌받게 된다. 처벌 수위가 높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하자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재해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법 시행 이후 닥칠 부담을 줄여나가겠다는 취지다.

대형건설사는 기술 개발과 AI 도입을 통해 재해 발생률을 낮추고 있지만 중견·소건설사는 재정 여력이 부족한 탓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사업장 규모별 중대재해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 재해 발생 사업장은 모두 671곳으로 건설업이 369곳을 차지해 과반을 넘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0인 미만이 539곳으로 전체의 80.3%를 차지했다. 규모가 클수록 재해 발생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이처럼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중대 재해 발생 빈도가 높은 상황에서 법 시행에 앞서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로봇 등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인력과 비용이 부족해 스마트 기술 도입은 실질적으로 어렵다"라며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점검을 철저히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데 법만 제정돼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AI나 스마트 기술 도입은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부분인데 대형건설사는 연구 인력이나 비용이 충분히 갖춰져 있어서 기술 개발이 가능하지만 중소건설사는 따로 연구팀이 없는 경우가 많아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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