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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가 있었던 서울 성동구에 있는 ㈜삼표 성수레미콘공장. |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산업재해 사망사고에서 원청의 책임을 묻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1월 27일) 시행 7개월여가 흘렀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도록 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의 한계를 채우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경영책임자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산업계는 법안 시행 전부 안전보건 강화에 발 빠르게 대처했다. 안전 관련 책임자를 지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담팀을 새롭게 꾸리거나 기존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등이다.
재계 1위 삼성전자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부터 이와 관련한 법률 자문을 받는 등 안전 관리에 집중해왔다. 그런데도 안전 관리에 대해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 2월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5대 안전 규정’을 공지했다. 규정엔 △보행 중 휴대폰 사용 금지(잠깐 멈춤) △보행 중 무단횡단 금지(횡단보도 이용) △운전 중 휴대폰 사용 금지(조작 필요시 갓길 정차) △운전 중 과속 금지(사내 제한속도 준수) △자전거 이용 중 헬멧 착용(미착용 시 도보나 셔틀 이용) 등이다. 이 중 ‘보행 중 휴대폰 사용 금지’는 2016년부터 사내 안전 캠페인의 일환으로 권고해 왔지만 이번에 의무 규정으로 강화됐다.
여기에 얼마전 법무법인 율촌을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 사항 점검과 이행을 도울 법률 자문사로 선정하는 등 중대재해법 관련해 선제적으로 조치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매월 협력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열어 환경안전법규 동향 등을 공유하는 등 협력사 안전 관리 대응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최고안전책임자 직을 신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안전관리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등 안전관리·중대재해 예방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또 예방 중심의 사업 수행 체계로 조직을 정비했으며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관리 지원을 하고자 지원 금액을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870억원 규모로 확대했다.
SK그룹에서는 SK하이닉스가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기존 개발제조총괄을 확대해 안전개발제조총괄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산하에 신설했으며, LG전자는 지난해 ‘주요 리스크 관리 조직(CRO)’을 새롭게 꾸려 전사 위기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또 안전환경담당을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위험 요소 및 사고 발견 시 즉시 신고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6대 안전 원칙’도 마련해 시행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안전점검 및 관리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최고안전환경책임자직을 만들었다.
롯데그룹은 전체 계열사 중 90% 이상이 안전전담 조직을 갖춰 화재나 인명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파트너사의 안전지원·관리 강화에 힘쓰고 있다.
한편 정부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고용부 내부 검토는 이미 완료된 상태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 안건에 올리기 전 대통령실 등과 조율을 거치고 있다.
구체적인 정부 시행령 개정안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인증을 받는 것만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이행’한 것은 아니라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 시행령 제4조도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4조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게 해당 업무 수행에 필요한 권한과 예산을 줄 것’ ‘해당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할 것’ 등이 명시돼 있다. 경영계는 그간 ‘필요한’ ‘충실한’ 등의 해석이 모호하다며 삭제 필요성을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