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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아파트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 한양아파트 전경.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40년이 훌쩍 넘었는데 사업이 너무 오래 정체됐어요. 이제라도 신통기획으로 빨리 추진하고 초고층으로 짓는다고 하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여의도 한양아파트 주민 A씨)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아파트가 최고 54층 주상복합으로 탈바꿈한다. 최고 65층 높이로 조성되는 시범아파트와 함께 한양아파트도 초고층으로 들어서게 되면서 여의도 일대의 ‘상전벽해’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여의도 한양아파트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신통기획 방식을 적용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국제금융특구라는 여의도의 성격에 맞게 주거·상업·오피스가 결합된 금융중심지 특화형 주거단지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신통기획은 정비계획과 지구단위계획 절차가 동시에 진행되고 도시계획위원회 수권분과위원회 및 사업시행계획 통합심의로 추진된다. 기존 재건축 방식보다 절차가 간소화돼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5년에서 2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기획안에 따르면 한양아파트는 여의도 국제금융중심지 기능을 지원하는 대표 단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용적률 600%를 적용해 최고 54층(200m 이하), 1000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여의도 전체 스카이라인과 조화를 이루도록 인근 63빌딩과 파크원(Parc1)빌딩을 기준으로 ‘U’자형 스카이라인을 형성한다. 또 북측 대교아파트 변으로 일조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고층 타워는 국제금융로변에 배치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한양아파트를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의 시범사례로 조성할 예정이다. 주거 중심 단일 기능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업무와 주거지 간 단절을 없애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용도지역을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하면서 용적률을 300%에서 600%로 늘리고 비주거시설과 오피스텔, 외국인 전용 주거 등 다양한 주거유형을 도입한다.
용적률 상향 조건으로 공공기여는 40%가 적용된다. 여의도 일대가 ‘금융 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돼 있는 점을 감안해 공공기여 시설로 서울국제금융오피스, 서울핀테크랩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금융권 종사자나 핀테크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저렴하게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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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한양아파트 외벽에 대형건설사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
이날 찾은 한양아파트 단지에서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삼성물산, GS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신통기획안 확정’을 축하하기 위해 내건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여의도 일대가 국제금융특구로 조성되는 데다 초고층 아파트가 갖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1년 간 자치구, 주민, 전문가와 함께 수차례 토론과 계획 조정 단계를 거쳐 신통기획안을 확정짓게 됐다. 지난해 11월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여의도 일대에서 처음으로 신통기획안을 확정지은 이후 두 번째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여의도 일대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여의도 일대에는 40년이 넘은 노후아파트가 수두룩하다. 시범, 한양, 삼부, 목화, 공작, 수정, 장미, 대교아파트 등이 모두 1970년대 중후반에 지어져 40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의도 아파트지구 전체가 부동산정책 등의 영향으로 재건축이 이뤄지지 못하고 방치돼왔다.
특히 1975년 준공된 한양아파트는 올해로 준공 48년째를 맞은 노후아파트지만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지난 2017년 안전진단에 통과하면서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지만 2018년 ‘여의도 통개발(마스터플랜)’ 논란에 막혀 사업이 보류된 바 있다.
서울시의 신통기획을 통해 시범아파트를 시작으로 한양아파트가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삼부아파트도 최근 영등포구청에 신통기획 정비계획안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공작아파트와 목화아파트 등도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매물 문의가 늘어나거나 거래가 늘어나는 등의 거래 활성화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양아파트 인근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 일대는 급매가 드물고 매물 자체가 없다고 보면 된다"며 "강남에 비해서 가격 하락폭이 크지 않아 매수 문의도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양아파트 전용 149㎡는 24억5000만~24억8000만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동일면적의 실거래 최고가가 지난해 3월과 지난 2021년 8월 거래된 25억8000만원이었는데 이보다 1억원 정도만 떨어진 셈이다.
인근 또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역시 "1·3 규제완화에도 거래량에 큰 변화가 없었고 신통기획안 확정 발표도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