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제안한 독립 에너지규제위원회 설립(안)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 전기·가스 규제 위원회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지난 정부에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내내 인상을 하지 않은데 이어 정권 교체 이후에도 당정이 요금 인상을 차일피일 미루는 등 부작용이 커진데 따른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계자는 "산업부가 발주한 전기·가스위원회 규제 거버넌스 관련 용역이 마무리 단계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독립적 에너지규제위원회 설립을 제시한 만큼 조만간 설립 여부가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에너지전환 정책이 에너지위기를 불러왔다고 비판하면서 국정과제에 ‘전력시장, 요금 및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과 시장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을 명시했다.
현재 마무리 단계인 용역 안에는 산업통상자원부나 총리실 산하에 에너지규제위원회를 설치하고 산하에 에너지정책국 등 사무국을 설치해 요금과 전력거래제도 개편을 총괄하고 금융감독원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전력시장감독원을 설치해 계통감시와 고장조사 등을 담당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전기요금은 소매를 독점하는 한국전력공사도, 한전을 감독하는 산업부도 아닌, 공공요금을 통제하는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실, 집권당이 사실상 결정해왔다.
에너지업계는 지난 수년간 ‘에너지와 정치의 분리’를 요구해왔으며 정권 교체 후 국정과제에도 이같은 내용이 포함되며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보면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은 지난 주 두 차례 전기·가스요금 인상 관련 회의를 가졌지만 공기업에 지난해부터 해오고 있는 자구노력을 재차 요구하는데 그쳤다. 정치권과 산업계 모두 내년 총선을 고려한 정치적 결정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자 추경호 부총리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주말 조만간 인상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전기요금 인상을 심의하는 전기위원회에는 해당 내용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전기위원회 위원)는 "전기위원회는 당정에서 결정해오면 의결만 하는 기구 역할에 불과하다. 위원 외에 사무국 직원이 5∼6명이 불과해 사실상 심도 있는 조사와 심의가 불가능하다"며 "다른 선진국들은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상시적으로 시장 감시와 정책 심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은 모두 독립 위원회가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는 산업부 산하 한전, 전력거래소가 선수와 심판을 겸업하는 기형적 구조"라며 "독립적 에너지규제위원회 설립에 가장 큰 장애물은 기재부가 요금결정 권한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산업부도 마찬가지다. 결국 공무원 수용성과 명분이 중요하다. 최근 한전 적자 문제 심화하면서 국회 등 중심으로 에너지시장 규제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지금처럼 산업부 안에 있으면 독립성 없는 ‘옥상옥’(屋上屋)에 그칠 수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로 위원 전원을 차관급으로 임명해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니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모델도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