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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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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늙어가는 건설현장, 늘어나는 60대 근로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9.17 09:59

건설현장 평균연령 51.0세…2030 비중 지속 줄어



부실공사·안전사고 유발·노동환경 저하…기피현상 심화



기능인등급제 실효성도 지적…모듈러 등 활성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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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숙련공이 줄어들고 고령화가 극심해지며 청년 인재는 유입이 되지 않는 총체적 난국이 예고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노동 수요 한계를 인정하고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인천 한 건설현장.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건설현장이 갈수록 늙어가고 있다. 건설현장이 점점 더 노쇠화되자 청년이 유입될 수 있는 정책 등이 나오고 있지만,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역행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 실질적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현장 근로자 60대 비중, 40대 초월


17일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지난 7월 기준 ‘건설기성 및 건설기능인력 동향’에 따르면 건설관련 기능인력은 148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만6000명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에 기술·관리·사무 종사자는 2만3000명 늘어났다.

연령의 쏠림현상은 더 극심해지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건설현장 기능인력의 평균 연령은 51.0세로 나타났다. 50대가 55만명, 60대가 37만7000명, 40대가 29만5000명이다. 전체 기능인력 82.1%가 40대 이상 비중이 차지하고 있고 60대 이상 비중이 25.4%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지난 22년 전 대비 60대 이상은 19.1%포인트(p), 50대는 18.3%p 비중이 증가한 바 있다. 반면 30대는 17.2%p 줄었고, 40대는 11.9%p, 20대 이하는 8.4%p 비중이 줄었다. 특히 2021년 최초로 60대 이상 비중이 40대 비중을 추월한 후 현재까지 그 상태를 유지 중이다. 여기에 평균연령은 2014년에 비해 2.2세 증가해 현장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는 이를 두고 청년들이 건설현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이 위험할 것 같고, 근로시간이 길 것 같으며, 임금이 낮을 것 같다는 인식이 청년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아울러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의 지난 2021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설업 비호감 이유 설문조사에서도 ‘부실공사, 안전사고 유발’, ‘노동환경 저하’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혀 기피현상 입증이 더 부각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토부에서는 젊은 인재를 현장에 수혈하기 위해 ‘기능인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기능인등급제는 건설기능인의 경력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 경력과 자격증, 교육훈련, 포상을 비롯한 요소들을 반영해 초급·중급·고급·특급 등 4단계로 구분하는 제도다. 건설기능인의 경력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주고 기능인력의 직업전망을 제시해 더욱 안정적인 건설 일자리를 조성하자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와 경기도가 시범사업을 적용해 효과성을 따져보고 있다. 국토부 건설산업과 관계자는 "현장 고령화 및 숙련자 부족 등으로 인해 청년 유인책의 일환으로, 기능인 등급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을 지속 마련할 것이다"고 말했다.


◇ 생산성 지속 저하…스마트건설 활성화해야

다만 기능인등급제가 의무화로 가지 않는 이상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발주자 및 사업자는 숙련공을 원하는 것이지, 서류에 적힌 단순한 ‘등급’의 기능인을 원하지 않는다. 숙련도를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구직경로 형태를 보면 알 수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팀장 및 반장 기능공’ 등의 인맥으로 채용되는 것이 67.2%다. 참고로 유료직업소개소(용역센터)는 10.9%, 새벽인력시장은 4.8%, ‘가다’ 및 ‘일땅’ 등 휴대폰 일자리소개 유료앱은 2.15% 수준이다. 서류에 적힌 ‘등급’을 보고 채용한다는 것이 무의미한 통계다.

의무화가 된다고 해도 문제다. 현장에서는 숙련도와 등급이 비례한다고 볼 수 없기에 낮은 등급을 보유해도 어느 정도 숙련도가 있는 노동자만 찾게 될 것이다. 이는 지속적으로 기능인 임금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임금수준은 지난 2020년 평균 16만7909원에서 2022년 18만1166원으로 1만2257원 정도 상승한 가운데, 25만원 이상 받는 숙련 작업자는 지난 2020년 4.6%에서 2022년 10.2%까지 늘어나 숙련자 의존도가 심해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의무화가 되면 숙련도는 높아도 ‘등급’이 낮은 가성비 인력만 찾게된다는 지적이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건설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현실성 없는 기능인등급제보다는 노동의 수요를 줄이는 방식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모듈러 건축 등 스마트건설 활성화에 열을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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