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강현창

khc@ekn.kr

강현창기자 기사모음




유신, 110년치 월세내고 오너 일가 보유 사옥 매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08 06:55

유신 시총의 절반 넘는 금액 건물 매입으로 지불



회사 보유 현금 25억원에 불과…조달 부담 불가피



오너 일가, '임차료+매수료'로 621억원 챙길 전망

clip20240107054350

▲유신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코스닥에 상장된 토목엔지니어링 업체 유신이 창업주 일가가 보유 중인 건물을 매입한다. 유신은 이번 건물 매입 비용으로 110년 치 임차료와 비슷한 수준의 매입료를 한번에 지출해야 한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확인한 결과 유신은 지난 4일 562억8000만원 규모의 서울특별시 강남구에 위치한 유신빌딩의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양수금액은 자산총액 대비 25.78%다. 회사 측은 양수목적에 대해 "본점 소재지로 본점 건물의 효율적인 사용·수익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와 유신 소액 주주들은 이해하기 힘든 자산 매입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건물 매입이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너 일가를 위한 조치라는 얘기다.

해당 건물은 지난 2018년 고인이 된 전긍렬 전 유신 회장이 1982년 매입한 토지에 세워져 지금까지 40년 동안 유신이 사용했다. 현재 건물의 소유는 그의 3남매에 상속돼 지금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그동안 유신은 해당 건물을 사용하면서 오너 일가에게 임차료를 지급해왔다.

유신은 지난 2022년 기준 연간 5억1000만원의 임차료를 전 전회장의 장남 전경수 유신 회장과 차남 전경린 씨, 딸 전우경 씨에게 지불했다. 전 회장 등 오너 일가는 2001년 유신으로부터 연간 6060만원의 임차료를 받다가 2003년에는 1억2600만원으로 인상했다. 이후 2013년 1억9800만원을 받고 2014~2015년에는 4억1400만원으로 올린다. 이후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 동안은 매년 5억1000만원의 임차료를 받았다.

금감원 공시에서 확인이 가능한 2001년부터 지난 2022년까지 22년 동안 유신이 오너 일가에 지불한 사옥 임차료는 총 59억7720만원에 달한다.

이번 유형자산 양수 계약으로 유신은 이들에게 양수대금 562억을 한번에 내야 한다. 시총의 절반이 넘는다.

그리고 만약 유신이 사옥을 매입하지 않고 임차료 인상이 없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110년 동안 건물을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보증금 29억원을 상계하고 나더라도 533억원에 달하는 거금이다.

이는 회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지출이다. 유신은 자금조달방법에 대해 ‘회사 보유금’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재 유신에는 그만한 자금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유신의 지난해 3분기 재무제표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는 25억원에 불과하다. 추가로 557억원의 단기금융상품이 있지만 이중 556억원은 차입금담보와 신탁계좌 등으로 사용제한이 걸린 돈이다.

미청구자산(미청구공사)이 834억원 규모가 재무제표에 적혀 있지만 100% 현금화가 어려운 자금이다. 미청구자산은 공사를 진행했지만 대금을 받지 못한 것을 장부상에 자산으로 잡아둔 숫자다. 만약 업계 불황 등의 이유로 돈을 받는 데 실패하면 손실로 전환된다.

이를 최대한 현금으로 전환해 사옥 매입에 사용한다고 해도 회사를 위한 결정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유형자산 보유로 얻는 효과는 당장 연간 5억원이 조금 넘는 임차료 지출을 줄이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를 위해 향후 110년간의 임차료에 해당하는 현금을 한번에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당 건물은 유신 단독으로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향후 기대할 수 있는 임차료 수입도 없다는 얘기다. ‘수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는 회사의 설명이 무색하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계약 이행을 위해서는 회사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며 "보유 현금이 적어 건물 매입 이후 조달에 따른 비용 부담이 남기 때문에 회사의 수익성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hc@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