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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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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정책 재정립] “안정적 전력공급 체계 구축 최우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4.24 17:59

조홍종 자원경제학회장 “AI·반도체 전력 수요 폭증…송전망, 전력계획 전면 재설계 필요”

“에너지전환, 산업·국토 구조와 함께 재설계해야”

대선 지지율 1위 이재명, 24일 ‘RE100’,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고속도로’ 강조

대선 직후 수립하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에너지전환정책 재정립 방향 담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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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 예고되면서,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중대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원전 확대와 신재생에너지 비중 조정 등 지난 정부의 핵심 정책들이 차기 정권에서 지속될지 여부 또한 불확실하다.


24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선 에너지정책의 화두는 에너지원별 확대&축소가 아닌 송전망 부족으로 인한 발전기 출력제어 등 전력 계통문제 해결 등 '안정적 전력공급 체계 구축'이 될 전망이다. AI·반도체 등 전력 수요 급증과 지정학적 에너지 안보를 고려할 때, 에너지전환정책을 재정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원전 확대 정책 흔들릴까?

유력한 차기 집권당인 민주당은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과 탈석탄 정책을 강조해왔으며, 원전보다는 태양광·풍력 등 분산형 에너지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정부가 출범한다면, 원전 증설 계획이 축소되거나 기존 원전의 단계적 폐쇄 논의가 재개될 수 있다. 특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으로 원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높은 상황에서, 탈원전 정책이 재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홍종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은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 등 이념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서 벗어나, 물리적·경제적 제약을 반영한 실현 가능한 전환 정책으로의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2024년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한 첫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비현실적이며, 특히 전력 부문 감축률(45.9%)은 산업과 전력 인프라의 현실을 무시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AI·데이터센터 등 고전력 산업이 급속히 확장되는 가운데, 발전소와 산업단지 간의 지리적 불일치와 송전망 투자 부족이 심각한 병목 요인"이라며 “특히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 발전원 믹스가 아니라 전력망 보강과 공급망 투자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과 EU가 기후정책을 현실적으로 수정하고, 중국은 공급망을 무기화하고 있다"며, 국제 경쟁과 산업 보호라는 현실을 반영한 에너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날 “에너지 경쟁력이 곧 산업 경쟁력"이라며 “기후 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체계를 만들겠다. 이를 통해 에너지 전환 선도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며 지난 대선 공약에서도 내세웠던 'RE100(기업의 전력사용을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는 캠페인)'과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은 필요하지만 현실적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AI·반도체 전력 수요 폭증…송전망, 전력계획 전면 재설계 필요, 급격한 에너지믹스 전환은 안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분산화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했던 '동북아 슈퍼그리드'나 재생에너지 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문제와 대규모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 AI·반도체·데이터센터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이나 LNG와 같은 기저전원의 역할을 무시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정책 기조가 급변할 경우, 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요하지만, 전력 수급 계획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초 수립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총괄한 정동욱 중앙대학교 교수는 “12차 계획에서 다시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는 식으로 근간이 흔들릴 이유는 없다“며 “1년 안에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정권의 방향에 따라 흔들리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11차 전기본 상 신규원전과 계속운전, 재생에너지 비중 등은 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전제로 수립한 수치이기 때문에 NDC와 탄소중립 목표를 수정하지 않고는 발전원 비중을 조절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제 국내 발전설비는 과거처럼 대규모로 신설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발전원 설비는 이번 11차 계획에 신설된 액화천연가스(LNG)용량시장, 무탄소 전원시장 등을 통해 조절될 전망이다. 이같은 입찰시장 개설에 대해서는 민주당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에 있어 이같은 부분도 함께 가야한다"고 말했다.


“에너지전환, 산업·국토 구조와 함께 재설계해야"

조홍종 회장은 “에너지 전환은 단지 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서, 국가 산업구조와 인구구조, 국토계획까지 아우르는 통합 전략이어야 한다"며 “단편적 기술 확대보다 종합적 구조개편과 인프라 혁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에너지전환 정책의 방향 재설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과 국내 산업계의 전력 수요를 고려할 때, 극단적인 탈원전 또는 원전 의존 정책보다는 에너지 믹스를 통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수적"이라며 “정권 교체기에도 에너지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최소화하고, AI·디지털 경제 시대를 대비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과 상관없이 장기적인 에너지 수급 계획을 유연하게 수립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의 역할 조화, 그리고 LNG 등 중간 전원의 안정적 활용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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