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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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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수소’ 되려면 ‘CO₂ 영구 매장’ 기준 충족해야…수입 의존도 확대 우려 제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06 14:01

청정수소 배출량 산정 기준 발표…글로벌 수준
블루수소 포집 탄소 영구매장 증빙돼야 인정
“한국 청정수소 생산 쉽지 않아, 수입 의존” 우려
SK E&S, 보령청정수소 기지 및 호주 탄소 매장 준비

청정수소 탄소 배출량 산정 공식

▲청정수소 탄소 배출량 산정 공식.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

정부의 청정수소 인증 기준이 발표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불리한 여건을 감안한 약간 느슨한 기준이 발표될 것이란 예상이 있었으나 결과는 미국 기준과 거의 동일한 타이트한 글로벌 기준이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당연한 결과라는 의견과 함께 이 기준으로는 국내 블루수소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수소도 수입에 의존하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6일 수소업계에 따르면 청정수소 인증제 운영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정수소 인증 기준은 미국 등 글로벌 청정수소 기준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됐다.


업계에서는 국내의 불리한 여건이 감안된 약간 느슨한 기준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불리한 여건은 거의 감안되지 않았다.


우선 청정수소의 탄소(CO₂) 배출량 산정 시스템 경계는 웰 투 게이트(well to gate)로 '수소생산을 위한 원료 조달부터 수소생산 시설에서의 출하지점까지'이다. △암모니아 같은 운송체 합성 △선박 운송 △운송체 재전환 △국내 유통 △수소 활용 △폐기 및 재활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산정되지 않는다.


배출량 산정공식은 E total=[E feedstock supply + E energy supply + E input materials + E process + E fugitive nonCO₂ - E c-credit + E c-tracking)× AF + E ccs process - E CO₂ sequestrated + E purification]×PF 이다.




원료 및 연료 투입물질의 조달 과정 중 발생한 배출량(E feedstock supply + E energy supply + E input materials)과 수소생산 공정에서의 연소, 비연소, 탈루성 배출량(E process + E fugitive nonCO₂)과 탄소 함유 부산물에 대한 배출량 크레딧 및 해당 탄소를 추적한 배출량(E c-credit + E c-tracking)을 더하고 여기에 탄소 미함유 부산물에 대한 에너지 할당비율(AF)를 곱한 것에 탄소 포집·저장·운송·저장 공정 관련 배출량 및 저장에 따른 배출량 크레딧과 최종 수소제품 순도 보정을 위한 배출량(E ccs process - E CO₂ sequestrated + E purification)을 더한 뒤 최종적으로 보정계수(PF)를 곱해 산정한다. 청정수소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수소 1kg당 탄소 배출량 4kg 이하여야 한다.


천연가스 등 원료 채굴부터 정제, 전처리, 저장, 운송 등 상위흐름(Upstream)에서 배출되는 탄소부터 공정에 사용되는 전기, 열 등에서 발생하는 간접배출량도 모두 계산되기 때문에 저탄소 천연가스와 저탄소 전력 및 열을 사용한 사업자가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가장 주목을 받은 점은 블루수소의 기준이다. 블루수소는 천연가스 등에서 탄소를 제거해 만드는데, 우리나라는 포집한 탄소를 매장할 만한 지층이 거의 없어서 이를 해외에 매장해야 한다. 이러한 불리한 여건이 감안되느냐가 관심 포인트였다. 결과적으로 국내 불리한 여건은 감안되지 않았다.


블루수소 배출량은 수소생산 경로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포집, 운송, 저장, 공정 단계에서의 직접 및 간접 배출량을 총합해 계산한다. 특히 포집한 탄소 중 영구적으로 최종 저장된 양에 대한 증빙된 만큼만 배출량 크레딧이 부여된다. 다만 선박운송 배출량은 한시적으로 제외한다.


차감 대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탄소 저장량은 해당 수소 생산과 직접 관련이 있어야 하고, 지질학적 저장소에 영구저장되거나 이에 준하는 형태로 탄소를 고착화할 수 있는 석유회수증진 기술 등을 통해 활용 및 저장된 탄소 저장량만을 인정한다.


국내에서 포집한 탄소를 해외에 매장까지 하려면 포집 시설 및 선적항 건설, 전용선 건조, 국가간 탄소이동 협약, 매장지역의 설비 구축 등 상당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한시적으로라도 탄소 임시저장 등이 감안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있었으나 감안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기준과 거의 동일한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기준으로는 국내 청정수소 생산이 불리하기 때문에 결국 수소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국내서 블루수소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SK E&S 측은 “청정수소 인증 기준에 맞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SK E&S는 보령 청정수소기지를 건설해 포집한 탄소를 호주 바유운단 폐가스전에 영구매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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