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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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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철강업계 ‘전기료 인상설’ 벌벌떤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17 14:00

한전, 3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 가능성…202조 부채, 재무 압박

반도체·철강, 생산 과정서 전력 다소비…수익성·경쟁력↓ 우려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공사 서초지사. 사진=연합뉴스

전자·철강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산업계가 '전기료 인상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규모 부실에 시달리는 한국전력공사가 3분기 중 전기 요금을 인상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다음주 중 2분기 연료비 조정 단가 산정 내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기 요금 변동의 핵심은 기준 연료비다. 관계 부처들은 물가 상황과 서민 경제 타격 등을 감안,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기준 연료비를 동결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대기업들에 적용되는 산업용 전기 요금은 kWh당 10.6원을 올렸고, 일반 가정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 갑'의 요금은 3개 분기 연속 요금을 동결했다.


그 결과 한전은 지난해 하반기에 적자를 탈출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1조9966억원, 4분기에는 1조8843억원을 기록해 2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전력통계월보에 의하면 지난 1월 한전이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 자회사들로부터 전기를 구입한 구매 단가는 kWh당 138.9원이다. 판매 단가 165.6원에 비해 26.7원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18개월 새 이어져 온 역마진 구조가 지난해 5월 깨졌고, 이후 9개월 연속 판매 단가가 구매 단가를 웃돌고 있다.




전력업계는 송변전 설비 관리·유지와 인건비로 나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11% 수준의 이익, kWh당 20원 안팎의 수익을 내야 손익 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고 본다. 이를 감안하면 한전은 1월에 수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전력의 총 부채는 202조4502억원으로 집계돼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전은 하루에 쌓이는 이자만 해도 70억원, 한달 2100억원이다. 빚을 내 이자를 갚는 악순환에 빠져있는 셈이다. 때문에 한전이 전기 요금 인상안을 꺼내들 수 밖에 없지만 2분기가 시작되는 다음달에 총선이 있는 만큼 3분기에는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철강

▲SK하이닉스 공장에서 제작된 반도체 웨이퍼를 직원들이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좌). 동국제강 인천공장 에코아크 전기로(우). 사진=SK하이닉스·동국제강 제공

이 같은 소식에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전자업계와 철강업계는 산업용 전기 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2년 사업장에서 2만8316GWh 규모의 전력을 사용했다. 이 사용량을 유지한다 해도 연간 7600억원 상당의 추가 전기료를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이의 절반 가량을 더 납부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에 파운드리 신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에 8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에 반해 국내에서는 부담을 지우는 형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첨단 반도체 공정은 전력 소비량이 상당해 이와 관련한 전기 요금을 더 내게 되면 이를 판가에 반영할 수 밖에 없고, 결국 원가 경쟁력이 떨어져 글로벌 시장 내 입지가 약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비상이다. 탄소 중립 시대에 발 맞춰 전기로를 늘려왔는데, 전기 요금 인상은 수익성 악화로 직결돼서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현대제철의 전력비 및 연료비는 1조9793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국제강은 1조8445억원을 전력비로 지출했다.


철강업계는 현재 '큰손'인 조선업계와 후판 가격을 두고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 회사에 따라서는 판가 인상과 감산 등 다방면으로 고려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전기료 인상을 하려는 이유도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용 요금의 3.7%를 전력산업기반기금에 별도로 내고 있다"며 “요율 인하라도 산업통상자원부에 끊임없이 요청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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